공짜 정도의 응원.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니까.

by 이동민

'솥뚜껑 불판!?' 여느 때처럼 네이버를 열었는데, 검색어 1위가 솥뚜껑 불판이다. 최근 선거운동(?)때문에 실시간 검색어를 볼 수 없었는데(그건 또 그런대로 좋았다), 오랜만에 본 검색어 1위가 '솥뚜껑 불판'이라니. "대체 한국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물론 클릭 몇 번이면 간단히 이유야 알 수 있겠지만 그냥 멋대로 상상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백형님께서 솥뚜껑 불판으로 기가 막힌 레시피를 공개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뜬금없이 누군가 옥상에서 하필 솥뚜껑 불판을 떨어뜨려 좋지 않은 사고가 생겼을지 모른다.. 아니다. 이건 너무 심각하니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모티브가 사실은 한국의 솥뚜껑 불판이었습니다.' "짝짝짝"하는 기사일지도!?


여하튼 내게 있어 클릭 몇 번을 아껴 350자가 넘는 생각을 풀어낼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이득인가!(잡다한 상상뿐이라 할더라도). 그러니 네이버 검색어 시스템이란 분명 마케팅하는 사람들이나 호사가들에게나 좋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굳이 네이버에 로그인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 놈의 블로그 때문이라고 할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블로그'에 들어가 글쓰기 모드가 되었을 때의 이 형식 창 때문이다. 이미 많은 플랫폼을 이용 중인데 특별히 좋지도 않은 이 글쓰기 형식 창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변화를 어색해하고 속도가 더딘, 게으른 사람이다.


그래도 게으른 사람들은 항상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그게 바로 핑계이다. 나는 이렇게 내 게으름에 대한 핑계가 필요할 때면 영화 레옹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는 한다.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영화 초반 정도이려나. 마틸다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는 레옹을 마주한 그의 중개인 토니는 레옹에게 이런 말을 한다. "변화는 좋지 않아. 레옹, 조심하라고"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마틸다에 의해 조금씩 변한 레옹은 죽게 되고 마틸다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감히 이러한 핑계를 공식적으로 입밖에 낼 자신은 없다. 만약 어느 일요일, 아내가 내게 "당신은 왜 이렇게 늦잠만 자는 거야!?"라고 화내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레옹이 말이야.."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애초에 마틸다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결국은 자폭하게 되는 또 다른 버전의 레옹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나도 (레옹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큰 도약을 위해서는 결국 변화가 필요한 것쯤은 알고 있다. 특히나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하니 혼탁한 세상으로 따지자면, 어쩌면 지금이 가장 변화를 만들어 내기 좋은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흐름을 읽은 것인지 최근 내 주변의 두 사람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출사표를 던졌다. 나 역시 과거에 몇 번 정도 출사표를 던져봤기에 조금은 그 기분을 알 것만도 같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흥분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함께 한다. 힘을 주는 동료가 있는 반면 만류하는 누군가도 있다. 또 걱정과 염려하는 척을 하고는 있지만 단순히 가십거리로 여기는 간악한 자도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겪어보니, 내 딴에는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한다는 것도 가끔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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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영웅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삼국지'가 되었건 만화 '킹덤'을 읽던, 결국 대장군이 되는 사람은 장군이었고 장군이 되기 전에는 만 부장이나 오천 부장이었다. 병졸이나 기수가 갑자기 말을 타고 선두에 달리는 장군이 되는 일은 없고, 있어서도 이롭지 않다. 바꾸어 말해 만 부장이나 오천 부장만이 장군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자연스레 장군으로 진급하기를 바라고만 있는 다면, 결국 자신이 모시는 장군이 전사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조조 역시 적절한 때를 기다리다 동탁에게 반기를 들었으며, 유/관/장 역시 일기토에서나 쓰임 받는 부장 생활을 하다 때를 기다려 직접 군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응원이란 겨우 이 정도뿐이다. 그들은 충분한 경험과 자격이 있고, 좋은 시기가 필요했고, 그게 바로 지금 인 것 같으니 '나는 별 걱정 없다. 잘되기를 너무나 기대한다'라고 생각하고 글을 적어 볼 뿐이다. 혹시나 모르지, 언젠가 그들에게 딱 필요했던 무엇인가를 기막힌 타이밍에, 기막힌 우연으로 마침 내가, 그것도 지금은 먼 서역 땅에서 생활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제갈량이 아닌 엄백호에 가깝다 할지라도 삼고초려가 아닌 일고초려에 내 몫을 다해 도움이 되어 드리리라. 물론, 당연히 공짜 일리는 없겠지만. 히히.


그러고 보니, 솥뚜껑 불판은 역시 별 이야기가 아니었어. 하지만 무엇이든 업로드 전에는 확인을 해봐야겠죠.

(참! 검색어 이야기 때문에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이 글은 지난주에 작성했기에 오늘의 검색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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