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언제든 찰 준비가 되어 있다.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안녕!>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플레이되었다. 내가 플레이를 시킨 것이 아닌, 플레이가 되었다. 이 놈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예측불가이다. 도무지 나를 어디로 인도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꽤 높은 확률로 나의 선호에 인도한다. 하지만 '건축학개론 납득이 모음 영상'에서 '뜨거운 안녕'이라니. 뜬금없음의 정도가 유튜브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그렇습니다... 실은 납득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죠....)
음악을 듣는 취향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가사를 꽤나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라던지(언제부터인가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 어려워졌지만), 최근에는 동유럽의 우버 안에서도 마음이 혹하는 음색을 들을 때면, '음악 찾기 어플'을 이용해서라도 꼭 가사를 찾아 확인해내고는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이'의 뜨거운 안녕은 누가 들어도 당연 헤어짐의 노래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격한 차임'의 노래라고 할까.
'격한 차임'과 '다짐'의 노래라니 이거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내가 그 분야에 좀 일가견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아내와 결혼에 성공하기 전까지 대체 몇 번을 차인 거야!? 잠시 생각을 해보지만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짧지 않았던 연애 기간 동안 3-4번은 되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작은 다툼 정도로 쉽게 이별을 말하는 커플도 아니었으니, 나란 사람은 그만큼이나 참 문제도 많았나 보다.
아마도 한두 차례 정도는 명확한 이유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명확한 이유도 잘 모르겠을뿐더러 안다고 한들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참,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라면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이야기겠다. 아니지. 연애에서 이어지는 결혼은 어찌 보면 서로에게 있어 인생 최대의 <인수-합병> 비즈니스 일지 모르는데,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내게 분석 및 해결책도 없었나 라며 한심해할지 모르겠다. 또 누군가는 너무 많이 차여서 체감을 잘 못하게 되었던 것이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질병 코드 K734-만성적 차임>에 중독되어 버렸군...' 같은 느낌.
그런데 누군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꽤나 본능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언젠가의 에세이에서 이야기했듯 '사람은 본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성적인 개체가 아니기에' 나의 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 고친다 한들 이미 떠나간 마음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할까. 그보다는 '그냥 전력을 다해 내 진심을 보이고,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말이 어렵지, 그냥 그동안 데이트하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열심히 하며, 열심히 찌질거리자!'라는 이야기이죠 뭐.
차임의 미학을 인지하는 나에게도 이별은 참 토 나오게 아니 피 나오게 괴롭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딱 하나 다른 비즈니스나 학업 등의 성취에 비해 구별되는 특장점은 어차피 0% 아니면 100%라는 것. 곧 적당한 실패라는 것은 없으니까 충분히 전력투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경험하면 할수록 '더 좋은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한 거 같다. 그러니, '뜨거운 안녕이라며, 이제 널 보낼게'라 소리치는 것보다, 눈물 콧물 흘리며 찌질거리는게 나는 더 멋지더라. 쿨해서 뭐합니까. 찌질해도 잡으면 그만이지.
*그렇다 한들 찌질함과 스토킹은 구별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