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발발타.
"돈이라는 게 말이야. 독기가 세거든" 최근(?)에 다시 히트를 쳤던 영화 '타짜 1'의 곽철용(배우 김응수)의 대사이다. "묻고 더블로 가" 정도가 일반인이 아는 유행어이겠지만 적어도 타짜 1에 있어서 나는 확실히 일반인의 범주는 벗어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태어나서 극장에서 2번 본 영화가 딱 세편 정도인데, 그 첫 영화가 바로 '타짜 1'이다. (굳이 나머지 2편도 이야기해보자면 원빈이 '아저씨'와 '어벤저스 1'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취향이 너무 보인다...) 여하튼 타짜 1은 극장에서 두 번 본 것으로도 모자라, 케이블 TV에서도 수 번을 보았고 유럽에 와서도 찾아보았으니 이만하면 대사가 자동으로 외워질 만하다.
머릿속에 어렴풋이 대사만 기억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이제는 삶의 곳곳에서 타짜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얼마 전 구입한 로봇청소기의 터프한 움직임을 보고서는 무의식 중에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라고 말했는데(이 역시 타짜 1 곽철용의 대사이다), 아내도 이 대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로 이 로봇청소기의 애칭은 '젊은 친구'가 되었다.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도 "내일 아침은 젊은 친구가 일하는 날이던가?"라는 물음에 "응, 젊은 친구가 항상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요즘에는 정해 놓고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쓰고 있다 보니 내가 작성한 에세이 안에도 이런 나의 말버릇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게 약간 불만이다. 아니, 예를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등의 소설을 읽을 때면 작가는 그 안에서 빌 에반스가 어떻고, 마일즈 데이비스, 쳇 베이커(내가 기억하는 뮤지션들만...)등의 음악을 신나게 인용하기 마련인데, 이거 나는 매번 타짜의 "편 경장이 어쩌고, 곽철용이 말했다."로 시작되는 문장을 쓰자니 뭐라고 할까 본새가 안 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약간은 무섭기도 하다. 겨우(?) 많이 본 영화, 혹은 즐겨 듣던 음악인데 어느새 이것들은 나의 기저가 되고, 또 이렇게나 자주 머릿속에서 흘러나와 인용이 된다니 말이다. 그러니 원래 쓰려고 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곽철용이 한 말을 다시 인용해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글이라는 것이 말이야.... 독기가 세거든..."라고 말이다.
실은 지금 이 글을 적기 직전까지 나는 훨씬 더 긴 글을 오랜 시간을 들여 작성하고 있었지만 삭제하고 다시 쓰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유는 특정 주제에 대한 강한 비판적 어조였다. 그러니까 이것은 어쩌면 '타짜 1'보다 훨씬 깊게 박혀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부정적 기저'였을지도 모른다. 비판적이고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쓰고 싶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를 두들기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면 문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고, 결국 나도 모르게 잘못 물어 독기를 뿜어내게 될 때가 있다.
때로는 타짜 대사를 내뱉는 만큼이나 부끄럽기는 하지만,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편집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결국 약간은 치사해 보이기는 하다만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댈 수밖에 없다. '누구도 언젠가는 죽는다'만큼이나 확실한 진리가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니던가. 시간을 들여 습관을 들이고 훈련해가고 성장을 하고 싶다. 타짜는 타짜대로 놔두기야 하겠다만, 내 안에 쌓여있는 독기를 빼내는 데는 음악만 한 것이 없겠다 생각이 든다. 마침 시디플레이어에 담겨 있는 빌 에반스를 플레이시키며 나지막이 읊조려 본다...'아수라발발타.. 아수라발발타..'..
"아놔... 또 타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