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의 서든 어택.

그러니까 '갑자기'가 문제다.

by 이동민

애잔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러니까 지금 어깨가 참 아프다. 키보드를 두드리기조차 어렵다. 사실 이 세문장을 쓰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잠시 바닥에 누워있었다. 15분 정도가 지나니 좀 괜찮아져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문득 사라져 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집 앞 놀이터가 사라진 이야기, 놀이터가 사라지고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가 아예 사라진 이야기, 일본에 살 적에 즐겨 가던 라멘집이 다시 찾아가 보니 없어졌던 이야기. 등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거 왠 걸. 갑자기 아픈 어깨에 '내 젊음이 사라져 가는 것 같잖아.'


'몸이 예전같이 않아'혹은 '너도 금방 늙어'와도 같은 이야기는 사실 10대 때부터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라 더없이 식상했는데 이게 정말이었다니 놀랍다. 벌써 몇 번씩 경험하고 있는 이러한 종류의 통증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되고 운동 후 근육 회복이 느려진다거나 하는 것 같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종류의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통증들은 '갑자기'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몸을 일으켰을 때 가슴이 결린다거나, 쭈그려 앉아 있다가 갑자기 팔로 무릎을 지탱하며 일어나니 어깨가 놀라 아프던가 한다.


생각해보면 항상 이 '갑자기'가 참 문제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으면 멍해져서는 잠시간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게임 업계에서 10년 이상이나 장수하며 흥행에 성공한 게임(총싸움) 이름도 '서든 어택'이니, 문득 '그 이름 참 잘 지었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게임이야 어찌 됐건 로그아웃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타격감 있는 서든 어택은 뭐니 뭐니 해도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만 한 것이 없겠다 싶다.


그날도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를 해 온 그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결국 이별을 이야기했다. '그때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었던 것일까' 지금은 이렇게 장난스레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 나는 정말 머리가 빙빙 돌았었다. 머리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조이스틱을 집어던지고서는 좁은 내방을 빙빙 돌며 거의 발광(?)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내색을 그녀에게 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보다 당시 내가 정말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은 그 통보를 받기 불과 1주일 전에 우리는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살바도르달리.JPG

'바르셀로나'라는 곳은 내 젊은 시절부터 꿈과 같은 장소였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나는 오래전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살고 싶었다. 대단한 삶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그냥 허드렛일이나 하며, 한량같이 자유롭게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꿔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쩜 이리 허세 가득했을까'생각하지만 당시의 내게 바르셀로나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렇게 내가 꿈꾸던 곳에 그녀와 함께 다녀온 지 불과 일주일이었다.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내가 경험했던 수십 번의 여행 중에서도 당연 최고에 꼽을만한 시간을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르셀로나에서 피게레스로 이동해, 달리 미술관으로 걸어가던 그 길이 아직 눈에 너무 선하다. 그때 우리는 버스도 타지 않고, 길도 빙빙 돌아 걸었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좋았는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어쩌면 그 모든 시간들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별 여행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여행이었지만, 그 여행에서 나는 그녀에게 너무나 큰 실수를 했던 걸까. 혹은 그녀 입장에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내 단점을 발견한 것이었을까.


나는 지금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유를 안 다한들, 서로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헤어짐의 이유를 찾아 노력한다는 것이 오히려 묘하게 이성적일 수 없다는 것이 줄곧 내 생각이었으니 솔직히 그 이유에 그리 집중하지도 않았다. 오직 나는 매달렸고, 할 수 있는 한 찌질거릴 따름이었다. '그러게 참나.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 그때 그녀는 갑자기 왜 그랬을까?



오늘 저녁 먹을 때 한번 물어봐야겠다.

아니다 밥 먹다 괜히 혼날지 모르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기 직전 정도가 좋겠어(히히).




*'서든 어택'은 좀 더 멋진 말로 기습공격이라는 뜻이었군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드라마도, 게임도 잘못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