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가장 유명한 가수는 누구였을까.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가 누구니?" 이 질문이 그리 어려웠을까. 나의 생각 없는 물음에 두 명의 남자는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잠시간 손에서 연장까지 내려놓고서는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물어본 것이 체코의 팝 음악 가수를 말하는 거지?" 잠시 후 그들은 내게 반문했고, 이내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그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질문이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닐 텐데.... 특히나 에어컨 점검을 위해 타인의 집에 방문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지...'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들의 논의는 벌써 2,3분째 이어지고 있었고 그동안 나는 옆에서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건 나는 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논의가 싫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오히려 재미있었다), 그들이 업무(에어컨 점검)를 끝내고 돌아가서야 비로소 나는 오늘의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지을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런데 말이지 이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서 말이야" 나는 말했고, 드디어 그들은 다시 작업을 이어나갔다. 결국 그들은 긴 논의 끝에도 나름의 결론을 지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왠지 머쓱해진 나는 유튜브에서 '체코 인기곡 2019 버전'을 검색해서는 볼륨을 높여 재생시켰다. 그러자 그들 두 명중, 젊은 쪽의 조수로 보이는 친구가 내게 고개를 돌리고서는 '싱긋'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나는 그저 그들을 위한 음악을 틀어주고 싶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이게 참 쉽지만은 않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어느 날 친구와 함께 가로수길을 걷고 있는 와중, 어느 서양인으로부터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가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꽤나 난감할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침내 옆에 있던 친구가 같이 밴드를 했던 녀석이라면 우리의 의견은 더욱 좁혀지기 힘들지 모르겠다. 거기다 만약 우리에게 질문한 그 서양인이 '어깨에 기타라도 걸치고 있다면?' 이거 꽤나 진지하게 대답해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다시 시간을 우리 집으로 돌려보자면 이 체코 친구들 꽤나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비록 나는 어깨에 기타를 걸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점검을 하고 있는 에어컨 바로 아래에는 눈에 잘 띄는 빨간 건반이 있고, 그 옆에는 카혼과 젬베도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평소 재택근무와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의 예술계통에나 어울릴만한 뒤죽박죽 헤어스타일을 가진 동양인이 물어봤으니 서로 논의하지 않을 수 없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