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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문 Don Kim Dec 16. 2020

<From Japan to Egypt>, 찐 일본인?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이집트

우리들은 한 나라에 살면서도 문화 차이, 세대 차이, 생각의 차이, 시선의 차이, 생활의 차이 등 수많은 장벽을 느끼며 살고 있다. 심지어 같은 가족 안에서도 이런 차이로 인한 갈등은 존재한다. 하물며 다른 나라, 다른 문명 속에 태어나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김동문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하면서, 다른 한국인에 비한다면, 한국에서조차 아랍인, 아랍어, 아랍문화를 접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내가 아랍사회에 외국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낀 그 현실 하고는 많이 달랐다. 한국에서야 내가 주류 문화에 속한 본토인이었기에, 낯선 아랍문화도 즐길만했다.


그러나 아랍 사회에서 완전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아랍 사회는 전혀 다른 현실이었다. 한국에서 배운 아랍어가 잘 통하지 않았다. 서울말만 아는 한국인이 제주 방언만 말하는 이를 만났을 때의 그런 낯섦 그 이상이었다. 이집트에서 이른바 외국인 이주자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사는 모습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옷차림과 먹거리, 생활공간 그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럴까?" 하는 잘못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던 습관이 이집트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온돌방이 없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겨울을 보내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난방이 안 되는 집 안이 너무 추워, 늦게 까지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가야 할 정도였다. 뜨거운 모래사막이 펼쳐지는 중동이라는 고정관념 덕분에, 영상 20도 안팎의 추위를 상상도 못 했다.


시끌벅적하고, 미세 먼저를 비롯한 먼지가 많고, 거리는 쓰려기가 가득하고, 사람들은 무질서하고, 대화를 하는지 싸우는지 모를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 남녀 할 것 없이 킨 통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고, 차선도 교통질서도 없는 차도에는 나귀가 끄는 수레와 무단 횡단하는 이들이 뒤섞여 걷는 것이 더 빨랐다.



이 영화는


이런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려주는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상영되고 있다. "From Japan To Egypt"였다. 지난 2017년 1월에 개봉한 이집트 영화이다. 아랍어로는 ياباني اصلى 야바니 아쓸리, 나는 토종 일본인? 정도의 뜻으로 풀 수 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일본에서 이집트 여행사 직원으로 파견된 이집트 청년이 그곳에서 일본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이집트로 왔다. 그곳에서 쌍둥이 남자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일본의 정밀하고 질서 잡힌 문화와 너무 다른 이집트의 무질서함 등에 지친 일본 여성은 이혼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이집트는 희망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인 아내의 판단이었다. 이집트 남편이 일본으로 갈 것을 거부하자 이혼을 하고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인 아내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집트 남성은 소송을 통해 두 아들과 이집트에서 6개월을 같이 살게 되었다.



영화는 그 두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이집트 남자를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본인 아내가 느꼈던 두 나라, 두 문화 사이의 충돌은 무엇이었고, 두 아이들은 그 두 문화에 어떻게 반응할까? 그 궁금함을 갖고 영화를 감상하면 좋겠다.


이집트, 별도의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1천 년이 넘는 건물과 그 골목에 오늘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강한 혈연과 이웃사촌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집트 아랍어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살려내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두 주인공 꼬마의 아랍어 표현도 흥미롭다. 그것은 두 아여 배우 Junki, Nuoyi나 일본인 아내로 나오는 일본인 여배우 Saki Tsukamoto가 구사하는 아랍어는 문어체 아랍어로, 이집트인들이 일상에서 쓰는 생활 아랍어와는 느낌의 차이가 크기만 하다.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것은 영화가 안겨주는 엄청난 재미나 감동은 아니다. 영화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무난하다. 물론 아이들을 학대하는 어른들의 거친 태도가 보이기도 하고, 흡연 장면이나 본드 흡입 장면도 등장한다. 그냥 이집트 청소년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도구로 작동한다.


평범한 이집트인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기에, 이집트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유익할 것 같다. 아랍어를 배우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데 노래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 아랍어를 아랍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배우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것이다. 몸짓과 표정과 억양이 담긴 아랍어를 배울 수 있다.



또한 영화를 통해 문화 차이, 문화충돌, 다중문화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듯하다. 이집트를 가본 적이 없는 이들, 한국에서나 다른 곳에서 이집트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는 이 영화 속 장면들이 다소 거리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 이집트인 이웃을 두고 있다면, 영화 속에서 보고 들을 것, 느낀 것을 통해, 조금은 더 그 이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이집트인의 정서가 영화에서도 바탕에 그냥 깔려있다. 영화 대사와 몸짓을 곁들여 이집트인 이웃에게 인사 한 번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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