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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문 Don Kim Dec 18. 2020

<Le Cerf-volant>(연), 연을 좇아 선넘다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레바논

오늘날 한국에 사는 이들 가운데, 연날리기의 추억을 가진 이는 적다. 그런데 연 날리기는 오래된 놀이이고 중동에도 연날리기는 존재한다. 그 '연'을 따라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이 영화는


영화로 아랍 사회 이해하기, 아랍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이야기, 오늘은 '레바논'으로 떠난다. 오늘 함께 읽는 영화는, "Le Cerf-volant", 아랍어로는 따이야라 민 와라까(طيّارة من ورق), '연'(2003년)이라는, 레바논 영화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남부 지역을 점령하고, 부분적으로 레바논에 돌려주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바탕에 깔고 있는 그 시대적 배경과 이스라엘군 관할 지역과 이스라엘 국경, 그리고 그 경계에 살고 있는 레바논 사람의 처지는 이해할만했다. 지리적 배경도 어렵지 않았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점령은 1978년부터 시작되었다. 레바논 무장 정치조직인 헤즈볼라와의 싸움을 이유로 한 점령이었다. 그러던 중 점령 22년 만인 2000년 5월 22일 부분적으로 철군을 시작하여 2006년 10월 1일 완전 철군했다. 이 영화는 간헐적으로 철군이 이뤄지던 2000년대 초반이 배경이다.



영화 줄거리


이스라엘이 한 때 점령했던 레바논 남부에 사는 16살, 고등학생 나이의 주인공 라미야, 집안 어른들의 오래전 혼인 약속으로, 그가 결혼하게 된 이스라엘에 사는 사촌 오빠 싸미, 그 결혼을 위해 레바논 국경을 지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사이에 자리한 'No Man's Zone'(무인지대)을 홀로 지나서 이스라엘 지역에 들어간다.



'사랑은 국경을 넘어' 같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걸음은 사랑 없이 떠나는 결혼이다. 라미야는 그야말로 혼자였던 것이다. 사랑 없이 어른들이 강제로 맺어준 결혼 이야기는 아랍 사회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여자의 경우는 16세 이상이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서 결혼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랑 없는 결혼은 파혼으로 마무리되고, 라미야는 다시 레바논 집으로,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전환점이 있다. 레바논 드루즈파 이스라엘 군인 유수프와 레바논 소녀 라미야, 그 둘이 연을 매개로 하여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고 서로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유수프는 그가 레바논계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인이고 이스라엘 군인이다. 그리고 라미야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가 벗어난 레바논 땅에 사는 레바논 소녀이다. 이 둘 사이에는 국경과 국적이라는 장벽이 자리한다.


그런데 다른 주인공인 이스라엘 군인 유수프에 대한 주변 정보는 영화 속에 친절하게 담겨 있지 않다. 그저 그가 드루즈파 이스라엘 군인으로만 언급될 뿐이다. 조건이나 배경이 두 사람의 끌림의 '연줄'이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 속 상징과 그림 언어


영화의 제목에서도 강조되는 '연', 그리고 국경선 철조망, 무인지대, 확성기(메가폰), 망원경 등이 그림 언어로 등장한다. 메가폰과 확성기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경계선에서 친척들이 서로 소통하는 중요한 아니 유일한 도구로 사용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인 것이다.



그런데 이 망원경이 서로 떨어져 있고, 아무련 연결점이 없는 이스라엘 군인 유수프와 라미야를 이어주는, 서로 소통하는 매개로 영화는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전망초소에서 근무하던 유수프에 의해 일방적으로 활용되다가, 영화 후반부에는 라미야와 유수프가 서로 망원경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가장 대표적인 그림 언어는 철조망이다. 아무나 넘을 수 없는 곳, 그러나 그 장벽을 스스로 친 이는 없는 철조망, 경계선, 국경선이다.



라미야는, 철조망, 경계선, 국경선을 수 없이 넘어간다. 날리던 연이 무인지대에 떨어진 것을 보고 철조망을 넘어 그 연을 찾아간다. 철조망을 넘어 지뢰밭까지 연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강제된 결혼을 위해 레바논 국경 초소를 지나 철조망을 넘어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지역으로 간다. 시집에서 파혼하고 다시 그 길을 돌아서 홀로 레바논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라미야는 다시 연을 날린다. 그 연이 선을 넘는다.



무인지대, 'No Man's Zone', 라미야는 남자 없이 혼자 그 길을 오고 간다. 레바논을 떠나 이스라엘 지역으로 갈 때도 신랑, 남편, 남자를 따라간 것이 아니었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No Man's Zone'에서 유일하게 스쳐 지나가듯 유수프와 조우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상징', '그림 언어'가 영화에 흐른다. 현실과 초현실, 상상 등이 뒤섞인 것 같은 열린 결론으로 끝나는 영화는, 나는 아직도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의 처음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닮았다. 라미아는 연을 날린다. 유수프는 그 장면을 바라본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벽을 넘어 두 사람의 사랑은 맺어질 수 있을까? 국경, 장벽, 연, 사랑...



영화로 문화 익히기


아랍 사회의 조혼 풍습의 잔재, 집안 어른이 맺어주는 중매결혼과 사촌 간의 결혼이 등장한다. 당사자의 의사나 의지와 무관하게 집안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여자들은 그저 수행할 뿐이다. 줄어들고 있지만, 비자발적인 10대 결혼이 남아있다. 사촌 간의 결혼도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어지고 있다.


사촌 간의 결혼은 우리 식으로 풀이하면 친족 결혼인 셈이다. 실제 사촌, 이종사촌, 고종사촌, 외종사촌 사이에도 결혼이 이뤄진다. 그러면 우리식으로 족보를 계산하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 친가, 외가 구분도 모호해진다. 그래도 부계 혈통과 모계 혈통에 따른 호칭이 따로 존재한다.


마을 남자 어른들의 모임에서 여자들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문화는 드루즈파의 관습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사촌 결혼 같은 친족 결혼 즉 족내혼이 이어지다 보면, 혈연, 지연, 학연, 종교가 겹친다. 이른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집성촌인 셈이다. 그래서 집안 어른들이 모여 대소사를 결정하곤 했다.


파혼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라미야가 빵집에 가서 빵을 주문하자, 빵집 주인이 돈을 안 받고 빵을 쥐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을 두고 라미야와 가족을 모욕한 것이라고 라미야의 어머니가 그 주인을 찾아가 항의한다. 이때 라미야의 어머니는 욕설까지 퍼붓고 밀가루를 그 얼굴에 뿌리기도 한다.


남자 측의 일방적인 이혼을 당했을 지라도 이혼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강하다. 라미야의 전남편이었던 싸미도, 라미야가 이혼하고 돌아가면, 아무도 라미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즉 재혼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혼당한 여성 자신은 물론 그 집안에도 수치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를 통해 레바논 이해하기 위한 여러 질문들이 여전히 많다. 남부 레바논 역사 이해하기, 성경 속 두로와 시돈, 수로보니게 지역 이해하기,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지역 떠올려보기, 이스라엘의 드루즈파 시민 알아보기, 좋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 반대로 표현하는 어법 이해하기 등



영화로 아랍어 배우기


레바논 아랍어와 팔레스타인 아랍어, 이집트 아랍어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그 말의 차이를 짧게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레바논 일상 언어는 프랑스어의 영향이 크다.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외래어와 아랍어 그리고 지역 사투리가 섞인다. 사실 토박이 아랍인들 사이에도 말이 안 통하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람(حَرَام‎, ḥarām) 집으로 돌아온 라미야가 빵을 사는 장면 등에 나오는 표현이 있다. '하람'이다.  종교적으로 풀이하면 알가 금한 것,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하람의 반대말은 '할랄'이다. 아마도 한국에서도 이슬람 논쟁을 할 때 '할랄 음식' 같은 어휘를 접촉해봤을 것이다. 할랄은 '알라가 허락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하람'도 좁은 의미의 종교적인 뜻을 넘어서서 다양하게 활용한다. 맥락에 따라서,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더러워", "명예롭지 않아", "수치스러워" 등 확장된 뜻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 빵집 주인은 파혼당하고 돌아온 라미야를 수치스럽다며 라미야가 주는 돈은 더러운 돈이니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라미야의 어머니가 빵집 주인에게 던진 "이 ** 자식아"는 나름 정제한(?) 욕이다. 일상에서 욕이 입에 가득한 사람들이 쓰는 욕은 그야말로 욕 잔치이다. 욕설에서 개보다는 (당) 나귀가 더 많이 사용된다. 성적인 욕이 많다. 종교적 사회적으로 배신자 배반자 배도자라는 뜻을 가진 단어도 자주 사용된다.



영화 OST


Ana Bashak el Bahr( انا بعشق البحر) 영화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가 있다. 1960년대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노래이다. 이집트 여가수 나가트 앗-사기이라(82, Najat Al-Saghira, نجاة الصغيرة)의 노래이다. 노래 제목은, '아나 바스학 엘-바흐르'(Ana Bashak el Bahr), "나는 바다를 사랑해요"이다.



노래의 앞부분만 옮겨본다. 노래를 할 때는 발음을 정확하게 살리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이어서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나 바아샤 일-바하르                .... انا بعشق البحر      나는 바다를 사랑해요

자이약 야 하비이비 하누운… زيك يا حبيبى حنون      내 사랑이여, 그대처럼 잔잔해요

우 싸아트 자이약 마그눈   … وساعات زيك مجنون       때로는 그대처럼 미쳐요

움하기르 움싸피르                        … ومهاجر ومسافر       이주자요 여행자에요

우싸아트 자이약 하이란        … وساعات زيك حيران       때로는 그대처럼 헷갈려요.

우싸아트 자이약 자알란        … وساعات زيك زعلان        때로는 그대처럼 성을 내요

우싸아트 말리얀 빗-사브르 ….وساعات مليان بالصبر       때로는 그대처럼 참을성이 가득 넘쳐요

아나 바아샤 일-바하르                  … انا بعشق البحر        나는 바다를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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