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모로코
오늘 영화를 통해 떠날 곳은 북아프리카의 끝자락에 자리한 모로코이다.
아랍 이슬람 왕정 국가의 하나인 모로코, 그 모로코에서 성매매 여성의 우정과 일상, 아픔과 소확행을 말하는 영화가 있다. 모로코, 아랍어로 알-마그리브(المغرب, al-maḡrib), 서쪽에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알-마그리브'가 지역을 뜻할 때는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모리타니아 등을 뜻하고, 나라를 말할 때는, 모로코를 뜻한다. 해 뜨는 곳은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을 뜻했고, 해지는 쪽 알-마그레브(알-마그레브, 알-마그리브 المغرب al-Maghrib) 오늘날의 모로코를 뜻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아마도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로코의 도시가 떠오를 것이다. 카사블랑카 '하얀 도시'를 먼저 떠올리는 그곳, 모로코, 영화는 모로코의 어떤 모습,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을까?
'머치 러브드'(Much Loved, الزين اللي فيك Zin Li Fik)(2015, 나빌 아유크 Nabil Ayouch)
이 영화는
영화는 같이 사는 네 명의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연스럽게 성매매와 성, 마약, 음주, 폭력, 성을 사기 위한 관광, 동성애 등이 다뤄진다. 무엇보다도 4명의 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과 미움, 가족, 그리움, 분노와 절망을 그려낸다.
이 영화가 제작되자마자 모로코 안팎은 논쟁이 거셌다. 모로코의 미풍양속을 해치고, 모로코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난은 기본을 이뤘다. 모로코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같이 했다. 영화는 물론 모로코의 생매매에 대한 지지나 비판을 다루지 않는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주인공의 한 명인 노하가 성매매에 나섰다가 심하게 폭행을 당한 뒤 울면서 읊조리듯 던지는 기도문이었다.
제발 하나님 도와주세요
당신은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아십니다.
당신은 내게 가까이 계시죠.
하나님, 나는 깨끗한 여자가 아니에요
잘못된 짓을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당신의 용서를 구합니다.
나를 용서해주시기를 구합니다.
나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놓쳤습니다
나는 수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했습니다
나 자신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당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화 속 상징과 그림 언어
이 영화 속에도 여러 가지 상징이 등장한다. 모로코인을 나타내는 옷차림과 말투도 나타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마치 귀부인들처럼 근사한 차를 타고, 언제나 같이 하던 운전기사 조차 귀부인을 섬기는 수행비서처럼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중요한 그림 언어가 있다. 초반부에 나오는 공동식사 장면이다. 준비된 식사는 양고기와 밥, 향신료, 견과류, 말린 요구르트 등이 들어간 음식을 같이 먹고 있는 장면이다.
준비된 식사는 만사프(Mansaf منسف)이다. 모로코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다. 안 먹는다는 것이 아니다. 요르단의 가장 대표적인 국민 잔치 음식이고, 걸프지역에서도 환대를 나타내는 잔치 음식이다. 이 음식은, 사우디아라비아인을 환대하는 음식인 것이다.
손으로 같이 식사를 한다. 같은 접시에 담긴 것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겸상 문화'를 고려하면 같아짐을 뜻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 집이나 모임에 심지어 잔치에 초대받은 남녀조차도 겸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자 먼저 먹고 남은 음식으로 여자들이 먹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그런 환대의 잔치 음식을 남녀가 어우러져 먹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인 손님과 주인공 모로코 여성들이 같아짐, 하나 됨의 식사를 하지만, 같아지는 것도 하나 되는 것도 없다. 그저 이들은 먹는 음식 같은 존재로 다뤄지는 것이다. 식사 장면에서 나오는 사우디인들의 대화도 여성을 소비하는 이야기이다.
모로코의 대표적인 음식은 쿠스쿠스(kuskus كسكس)로, 듀럼(Durum) 밀이나 보리, 옥수수 등을 갈아서 만든 '세몰리나'에 소금물을 뿌려가며 좁쌀만 한 알갱이로 둥글게 한 음식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모로코 맛을 제공하는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또한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인을 그리는 방식이 이채롭다. 값비싼 금시계(이 시계 종류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와 무슬림의 기도 염주가 등장한다. 기도 염주는 미스바하(또는 마스바하 mas'baha مسبحة)로, 이 염주 알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알라의 99가지 이름을 암송하곤 한다.
영화로 모로코 사회 읽기
성매매, 아랍 이슬람 지역의 성매매? 물론 존재한다. 모로코의 경우도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성매매가 이뤄지는 나라이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라케시(Marrakesh) 지역은 성매매가 많이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진다. 물론 영화에서도 그려지듯이 이혼 여성이나 기혼 여성, 생계형 성매매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와 민간의 추정치가 다르지만, 유엔에이즈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UNAIDS)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모로코의 성매매 여성 인구는 7만 2천 여명 정도로 보인다.
The number of (female) sex workers differs significantly between countries in the MENA region. Around 210,000 people are thought to be selling sex in Sudan, more than double the number of sex workers reported by every other country.
Morocco and Yemen estimate that around 72,000 and 54,000 people, respectively, are engaged in commercial sex work, while all other countries report the number of people selling sex at 25,000 or below. - http://aidsinfo.unaids.org/
음주문화? 마시는 사람은 마시고, 안 마시는 사람은 안 마신다. 이슬람 국가니까, 무슬림이니까 하는 식의 고정된 시선은 알제리나 모로코 등의 북아프리카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늘은, 영화로 모로코 아랍어 배우기, 영화 음악은 다루지 못한다. 엔딩 곡으로 등장한 '쿠즈 라일라 민 리얄리'(내 밤들 가운데 하룻밤을 가져가 주오)도 여러 번 들었지만, 정확하게 한글로 옮기는 것에 절반 정도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모로코 아랍어가 내게는 너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와 모로코 지방의 고유한 억양, 아랍어 표현 등이 뒤섞여 있기에, 발음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프랑스어+아랍어+모로코 억양= 모로코 아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