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도마뱀과의 특별한 만남

-- 그날 이후 그 도마뱀과 나 우리 둘은 같이 살게 되었다 --

by David Rong

| 코로나 - 고립된 일상


당시에 나는 태국에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막 시작해서 엄중할 때였다. 태국 로컬 시장 쪽은 멀리서 쳐다보는 것도 무서웠고, 갈 때도 없고, 그저 방 안에서 인적이 끊긴 창문 밖을 멍하니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태국은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동도 안 되었다. 나는 불안했고, 매우 고독했다.



| 만남


살던 콘도는 주방으로 가려면 샷시 문 하나가 있다. 그날 주방으로 들어간 순간 싱크대 위 벽에 조그마한 도마뱀이 보였다.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한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파리채였다. 그를 죽여서 쓰레받기에 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그 도마뱀을 다시 한 번 더 자세히 쳐다보게 되었고, 한편으로 유난히 불안한 요즘. 나의 삶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도마뱀은 크지도 작지도 않고 귀여운 크기에... 검지도 더럽게 보이지도 않았고, 참한 회색과 아주 흐린 갈색 정도 색깔로 아주 예뻤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고독하고 적막한 시간에 친구가 하나 생겼군." 하고 그래서 나는 그냥 그 예쁜 도마뱀을 못 본 척했다. "그래 우리 같이 살자... 친구 먹자" 하고 속으로 말하면서...



귀여운 도마뱀



| 도마뱀에 관하여


사실 이제 솔직하게 말하지만, 나는 도마뱀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첫째로는 외모다. 이건 그냥 작은 괴물이다. 물론 그한테 나는 더 어마 무시한 빅 몬스터지만... 둘째로는 그들의 빠름에 있다. 순간적으로 눈앞에서 번쩍번쩍 움직여서... 비명까지는 아니지만 속으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셋째로는 변을 치워야 한다. 방 안에 여러 마리가 있는 경우 똥 치우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철저하게 봉쇄하지만,

서너 달에 한 번 정도는 도마뱀하고 방 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게 이곳 동남아에서의 삶이다.

문득 마주치게 되는 순간… 나와 도마뱀 둘은 순간적으로 얼음이 되며, 사실 이 순간이 내 방 벽에 붙어있는 도마뱀에게는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이 된다. 얘네들도 그 순간에 바로 안다. 이 어마어마한 빅 몬스터가 나를 허락하는지, 아니면 이 방 안에서 끊임없이 숨바꼭질을 해야 될지, 그것도 아니면 매우 험악한 상황이니...

빨리 멀리 도망가야 하는지…



| 평화가 도래하다


어쨌든 그날 이후 그 도마뱀과 나 우리 둘은 같이 살게 되었다. 며칠 지나자 서로 아무 거리낌도 없이 친숙해졌다. 내가 주방에 들어갈 때면 그는 언제나 싱크대 위 벽 주위에 붙어 있었다. 서로 거리를 두지 않게 되었으며, 경계하지도 않고, 호흡을 느낄 정도로 둘이는 친근하게 되었다.

그 시절 그 두어 달 넘어 동안에 나도 약간은 아니 조금은 행복해었을까.....



| 비극적인 사고


그러던 어느 날. 주방에 들어가서 뭔가 하다 보니 주방 바닥에 이것저것 담았던 빈 플라스틱 봉투가 몇 개 포개지게 되었고. 잠시 급한 일로 그 봉투를 치우지 않고 왔다 갔다 하다가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주방으로 가서… 잘못해서 스텝이 꼬이게 되었다. 그리고 헛디딘 오른쪽 발을 육중하게 주방 바닥에 내려 꽂았을 때... 그때 나는 느끼게 되었다 뭔가 물컹한 느낌.

"아차 뭘 밟았구나! 도마뱀 ?!!... 왜 하필이면 이 바보가 봉투 밑에 있지...

그리고 나는 봉투를 들춰 보았다. 바라지 않던 그의 사체가 거기 보였다!


그가 죽다니.. 이 바보가 죽었어... 내가 죽였구나!! "이 세상에서 나의 하나뿐인 절친."

그는 매일 나와 같이 있었고, 우리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나의 발에 밟혀 죽었다!

물론 그 당시 코로나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감정에 동요가 크고 불안정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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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한


아마 그가 나를 알지 못했다면….

동료들하고 다른 곳에서 모기나 잡아먹으면서 새끼도 낳고 짝도 짓고 하는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인간인 나를 가까이 했기에, 나를 믿었기 때문에 그는 일찍 횡사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망연자실해서 한동안 멍청히 있었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되어 버렸다.


너는 왜 오늘은 바닥에 있었지? 언제나처럼 벽에 붙어 있었으면 됐을 텐데....
그 봉투 밑이... 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네... 바보!


한편으로 "너는 나를 친구로 삼지 말아야 했어…"
탄식하면서 "내 잘못은 아니야" 하면서… 그 친구 탓으로 돌렸다.



| 이야기의 의미


이 이야기에 결말을 약간 다른 표현을 하자면 다음과 같겠다.

"인간의 '본성'(크기와 힘)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가 되었던 작은 도마뱀의 비극적인 결말"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친구가 되었지만, 결국 본래의 특성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함."

"선의(善意)가 있었더라도 본질적인 차이가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악의가 아닌, 본성이나 오해로 인해 소중한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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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우화 "전갈과 개구리"에서 둘이 같이 강을 건너다
전갈의 독침에 쏘여 가라앉는 개구리에게 전갈이 한 말처럼.

"이해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바로 이게 내 본성 이라서....."



| 몽구스와 아내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또 다른 "인도 우화 한 편"을 소개해드리면서 글을 마치겠다.


옛날 인도의 한 마을에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는 아이가 없었지만, 어느 날 아이를 갖게 되어 무척 기뻐했다.

아내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생각해, 몽구스 한 마리를 데려와 정성껏 키웠다.


몽구스는 아이와 함께 자라며 아이를 매우 아꼈다. 어느 날 아내가 아이를 재워두고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갔다. 그 사이, 독사 한 마리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와 잠든 아기에게 다가갔다. 곁에서 잠들어 있던 몽구스는 독사를 발견하고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독사와 싸웠다. 싸움 끝에 몽구스는 독사를 무찌르고 아기를 지켜냈다. 몽구스는 아기를 구했다는 기쁨에 흥분한 채 피 묻은 입으로

문 앞에 앉아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우물에서 돌아온 아내는 몽구스의 입에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내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물동이를 내리쳐 몽구스를 죽였다. 아내는 서둘러 방으로 달려갔다. 방에 들어가 보니 아이는 평온하게 자고 있었고, 그 옆에는 갈기갈기 찢겨 죽어 있는 독사가 있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아내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며 슬픔에 잠겼다고 한다.



| 에필로그


요즘도 나는 여전히 동남아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문지방에서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대기하고 있는 아주 작은 새끼 도마뱀을

보게 될 때마다 저쪽으로 멀리 멀리 내쫓는다.


"제발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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