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새로운 기술은, 가장 낡은 것을 먼저 찾아낸다

타자기를 버리지 못한 당신의 상사에게

by 밑줄

인류를 편리하게 하는 기술의 역설


우리는 인구 대비 AI 유료 구독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 살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좋은 것을 향한 집착. 그것이 내가 사는 이 나라 국민들의 특징이다.


유년 시절, 386 개인용 PC는 순식간에 586 펜티엄으로 대체되었다. 당시 1기가 용량의 하드가 얼마나 컸던지. 플로피 디스크를 여러 장 쪼개 게임을 다운로드하였다. 12장에서 20장으로 분할된 디스켓 중 하나에서 에러가 나면, 모든 수고가 수포로 돌아갔다. 18번째 디스켓. '에러'. 좌절이 목을 졸랐다. 그 불편함을 이겨내기 위해 하드 자체를 들고 다시 친구 집과 전자상가를 찾아다녔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PC를 조립하고 분해하는 기술을 익혔다.


선배들은 PC의 등장이 많은 문서 작업으로부터 해방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타자기로 문서를 만들다가 오타라도 나면 그 종이 전체를 다시 타이핑해야 했으니, 컴퓨터는 혁명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PC는, 오히려 수기로 문서를 작성하던 사람들에게 '워드프로세서'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하여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요구했다. 타자 기술을 가진 속기사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문서를 기안하는 사람이 이제 직접 타이핑을 해야 했다. 이후 단순 문서뿐만 아니라 엑셀,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보고서를 생산해야 했다. 할 수 없는 사람은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시대의 질문: 당신의 쓸모는 무엇입니까


'PC통신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AI와 로봇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AI는 나를 대신해서 엑셀 수식의 문제를 해결하고,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놀랍게도, 인간을 편리하게 할 것으로 기대했던 AI는 개발자인 프로그래머의 일자리를 제일 먼저 위협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언어를 사람이 AI보다 잘할 수 없으니까. 이제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잘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그 결과를 가지고, 어떻게 새로운 '수익화 사업'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기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편리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험받을 권리였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새로 등장하더라도, 그 기술은 인류를 편리하게 할지언정, 인류를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오히려 우리의 쓸모를 더 고차원적으로 증명하도록 채찍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타자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직원은 남을 수 있었지만, 컴퓨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직원은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처럼, AI와 로봇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점점 더 그 쓸모를 입증하기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팀장의 그림자, 나의 딜레마


우리의 이웃, 문제의 팀장. 그는 여전히 90년대식 '충성'이 통용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문서의 오류는 부하직원의 '정신 상태' 문제이고, 개인의 성장은 회사를 위한 '헌신' 이후에나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20년간 새로운 '쓸모'를 배우지 않았다. 그의 언어는 정체되어 있고, 그의 방식은 이제 조직에서 가장 낮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얼마 남지 않은 화석 같은 사람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지 않으며,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구성원의 시간을 낭비하는 인력과 조직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막내를 문제의 팀으로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확하다. Z세대는 불합리한 권위에 대해 과거처럼 침묵하지 않는다. 그들의 손가락은 신문고 버튼 위에 올려져 있다. 그들은 불합리에 대해 투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막내를 보내는 것이 회사 시스템의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동시에, 그것이 인간적인 관계와 도리에서는 가장 비겁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국 마흔의 나는 이 문제에서, '이웃', '동료', '사람'이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놓고 최종 계산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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