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미니빅 푸시미니
미니빅 푸시미니는 블루투스 신호를 받으면 모터가 회전해 모터와 접합된 반달돌칼 모양 플라스틱 막대기를 돌려 스위치를 누르는 장치다. 전등을 원격지에서 끄는 데 주로 사용된다. 여기서 원격지는 침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깐, 스웨덴 통신장비회사 에릭슨이 1994년 개발에 착수해 1999년 만든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로 침대에 자빠진 채로 방 불을 끌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푸시미니다. 건강한 신체엔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게으른 신체에는 기술의 축복이 내린다.
푸시미니는 기술로 확장된 신체다. 전등 스위치 앞에서 상시 대기하는 손가락이다. 어린 시절 형제를 기망해 방 전등을 꺼온 자에겐 또 하나의 가족이겠다. 난 누나와 서먹해 그런 사기를 당한 일 없다. 시도도 없었고, 있었다고 넘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위 형제와 다정하지 못한 점은 좀 후회되나, 속임수에 걸려 남의 방에 불 끄러 가지 않은 점엔 유감이 없다. 속임 당했다면, 무척 억울했을 터다. 억울한 것이 많은 애였다.
신체능력이나 인지능력 우위를 이용하거나 위계를 내세워 어린이에게 장난치는 것은 변함없이 싫다. 터키 아이스크림 판매상처럼 어린이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줄 듯 말 듯 구는 어른 앞에서 정색하지 않기 극난하다. 그런 행위가 장난이란 것은 어른의 규정이고, 그저 그런 강자의 규정이다. 어른만 재밌고 어린이는 괴로우니 장난이란 규정은 어불성설이다. 어린이는 키가 고작 몇 센티미터 더 크다고 물건을 주지 않는 어른에 화가 나서 울부짖지 기뻐 울지 않는다.
푸시미니는 피로감과 나태심에 점령당한 이도 남에게 기대지 않고 제게 주어진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제품이다. 물론 어머니는 '주체의 과학기술'을 처음 시현했을 때 신기해하셨으나 이내 나태심에 방점을 돌리시고 한심한 눈빛을 보내셨다. 당신께서 얼리아답터 기질이 있으셔서 연세에 비춰 이런 류 제품을 잘 사용하시는 편이라 제품의 의의는 이해하셨다.
기능이 같은 다른 제품을 쓰다가 올해 푸시미니로 바꿨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오케이 구글, 방 불 꺼줘"라고 하면 불이 꺼진다. 구글에 잔다고 말하면 알람을 울릴 시각을 물어 접수한 뒤 불을 끈다. 1960년대 인류는 성능이 현재 스마트폰에 견주면 눈곱만큼인 컴퓨터로 달에 갔고, 21세기 나는 AI 음성인식 기술과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로 3m 정도 떨어진 스위치를 조작한다. 인류 전체의 위대한 도약이 한 인간의 작은 걸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