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기록

3편. 카메라

카메라가 절명했다. 2021년 8월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카페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한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무심한 중력의 법칙엔 예외가 없었다. 주인 손에서 미끄러진 카메라는 중력의 인도대로 수직낙하 해 바닥에 부딪쳤고 알파와 오메가인 렌즈가 망가졌다. 수리가 불가하진 않으나 그 비용이 신품가를 웃돌아, 기술적으론 아주 죽지 아니했으나 살릴 수도 없으니 자본주의적 죽음이라 하겠다.

제7차 교육과정 이수자에게 애용품이 명을 다했을 때 글 도입부는 애저녁부터 정해졌다. 유세차 신축년 팔월 십일일 미망인 이씨는 두어자 글로 카메라에 고한다. 오호통재라. 아깝고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을 겨우 진정해, 너의 행장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영결하노라.

가로 길이는 내 검지와 같고 세로 길이는 엄지와 같은 내 카메라 '캐논 파워샷 G9X Mark II'는 크기가 작아 언제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 담뱃갑만 한 크기면서 준수한 사진을 뽑아내 줬으니 기특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300여장이 족히 되고 사진들이 벌어다준 '좋아요'가 100여개는 된다. 소임을 다해줬다 하겠다.

헤어지면 해주지 못한 일만 떠오르는 까닭은 이별의 요술이다.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하나 찍히는 것은 자못 부끄러워 함께 나온 사진이 한두 장인 점이 끝내 아쉽다. 물건에 정을 두는 편은 아니나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다. 시간에 정이 앉는 것은 피할 방도가 없다. 회자정리가 섭리라지만, 멀어짐을 예비한 만남이 어디 있겠나. 땅에 묻으면 폐기물 불법 매립이라 서랍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주며 짧은 부고를 남긴다.

카메라 덕 같은 시점을 공유했던 독자 제씨는 X를 눌러 조의를 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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