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마감
나는 마감 노동자다. 상품 하나를 생산할 때 내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면 두 시간이다. 같은 업종 다른 종사자에 견줘 짧은 편에 속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든 내 생산품을 접하면 생산을 위해 부여받은 시간이 두 시간에 못 미쳤다는 점과 그 단시간 현란한 검색 실력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가 된 것처럼 메서드 연기를 펼친 끝에 나온 산출물이라는 점을 양찰해달라.
나뿐 아니라 모든 임노동자는 작업에 마감이 존재한다. 상품에 유효기간이 존재해서다. 그래서 업자와 동호인 간 차이는 전문성이 아니라 마감의 존부에 있다고 하겠다. 1930년대 중반 동대문 맞은편 거리에서 방망이를 깎던, 쌀이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재촉한다고 밥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하던 노인은 장인이라곤 해도 업자라곤 절대 할 수 없다. 고슬 밥은 언감생심, 설익어도 밥이라고만 불리면 감지덕지한 것이 마감 노동자의 일이다. 북한이 참으로 '근로인민'이 주인인 나라라면 그들의 구호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가 아니라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마감 내 한다'였을 것이다.
직업인이 되니 마감이 있다는 것이 마냥 끔찍하진 않다. 약약한 일을 하도록 북돋는 동력임을 부정할 순 없고 더해, 마감만 넘기면 끝이 난다는 희망도 중독적이다. 정해진 기한이 없기에 야구가 축구보다 잔혹한 운동이라는 설명에 수긍한다. 서효인 시인의 책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에 나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큰 점수 차로 질 때 축구는 90분의 경기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면 되지만, 야구는 모두 스물일곱 번 아웃 당할 때까지 언제까지고 치욕을 견뎌야 한다.
올해 받아들인 마감이 하나 있는데, 도서관 책 대여 기간이다. 속독이 안 돼 그간 책을 빌려보지 않았다. 장학금을 전액 면제받고 대학을 다녔는데도 그 좋은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거의 빌리지 않았다. 구립도서관이 집 근처인 데다가 존경하는 선배가 '희망 도서 신청'을 일깨워줘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에 없는 책을 청하면 사서 빌려준다. 신청자에게 제일 먼저 빌려주는 혜택도 준다. 면세 혜택 없이 살아가는 임노동자가 납세의 효용을, 국가의 존재를 느끼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대여 기간도 마감이라고 독서를 서두르는 점이 물론 제일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