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준비한 기획을 ‘짠~’하고 보여줬을 때, 냉랭한 반응을 느껴봤다면...
스티브 잡스 정도 되면, 1000명 앞에서 발표하기 전에도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청중을 홀리는 발표 스킬, 무엇을 내놓아도 열광하는 수 많은 팬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준비한 기획을 내놓았을 때 관계자 반응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걱정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네마와시’라는 방법이다. 아래는 네마와시에 대한 위키백과의 설명이다.
네마와시(일본어: 根回し, ねまわし)는 본래 나무를 옮겨심기 전에 행하는 일련의 준비작업을 말한다. 또한 일을 진행할 때에 협의나 사전교섭 등을 통해 관계자들로부터 미리 양해를 구해 놓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다 큰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뿌리에 생긴 상처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말라 죽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막기 위해 반년에서 1년 쯤 사이에 나무 줄기에 가까운 두꺼운 뿌리를 잘라내어 절단된 부분 주변에 새 뿌리가 활발하게 자라게끔 한다. 새 뿌리는 수분과 양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옮겨 심고 나서도 나무가 말라죽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나무를 옮겨 심기 전에 밑둥과 심을 자리를 맞추어 놓는 작업을 말하며, 일에 적용하면 시작하기 전에 관계자를 미리 따로 만나서, 내용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두자 얘기다. 굳이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아도, 일 잘하시는 분들은 은연중에 하고 있을 행동이기도 하다.
참여자 중 주요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은 채로 시작하는 회의라면, 심리적으로도 안정된다. 무엇보다 미리 눈높이를 맞추면 기획안에 찬, 반하는 시간이 아닌, 기획안을 발전시키는 회의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인스파이어드 세션을 진행하기 전 네마와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눈높이를 맞출 세 가지 : 현 상황에 대한 공감, 얻고자 하는 것, 얻을 수 없는 것
이번 세션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는 PM들과 경영진이다. PM들은 같이 학습하고, 이 내용을 실행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고, 경영진은 PM들이 학습한 내용을 실행할 때 범조직적인 병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두 그룹의 동의가 없으면, 시간쓰고 그냥 ‘좋은 책이네’하고 끝날게 뻔했다.
이 들과 미리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내용은 아래 세 가지였다. (+ 목차와 진행방식도 간단히 소개하였다)
1. 현 조직 상황에 대한 공감
2. 세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3. 얻을 수 없는 것
1. 현 조직 상황에 대한 공감
회사의 조직 문화에 대해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고자 했다. 문제의식은 아래 3가지였다.
경영진도 자신들과 제품팀의 역할, 행동 범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에 대한 제언은 불만처럼, 그때그때, 그리고 개인에 의해 파편적으로 올라간다.
조직적 리뷰와 회고가 쌓이기 보다는 개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변질되었다.
2. 세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이번 세션을 통해서 기대하는 것은 아래와 같았다.
경영진과 제품팀이 동의하는 기본 기준과 원칙 마련
기준에 비추어 회사의 빠진 고리를 확인하고, 제언하는 것
세션을 계기로 PM들이 모여 학습하고, 회고하기 시작
앞으로 오시는 분들에게 전달할 기준과 고민 흔적을 남기는 것
3. 얻을 수 없는 것, 한계점
불필요한 실망을 하지 않도록 세션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했고, 보완책도 함께 얘기했다.
인스파이어드는 개념서이므로 실무적인 내용을 전부 커버할 수 없다 -> 논의 중 나오는 아젠다들은 기록해두고, 이 후 추가 자료를 통해 정리하자
그동안의 문제점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보다는 조직적인 리뷰가 되도록 해야한다.
논의하는 모든 내용이 당장 바뀌지 않을 수 있다 -> PM 그룹은 기준을 돌아보며 회고하고, 전사적인 부분은 내가 계속 팔로우업을 하겠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내용이 있더라도, 암묵지에서 꺼내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한다.
네마와시를 통해 눈높이를 맞추고, 사전 피드백을 수렴하였다.
경영진 중 가장 주요한 키맨인 CEO, 전략 헤드는 미리 책을 소개 받고 읽는 중이셨고, 책 내용에 공감하고 있었다.
CEO : “우리가 실패했던 부분에 대해 여기 다 나와있네요”
전략헤드 : “좋을 것 같아요. 해보면서 매 세션에 대해 피드백 수렴하면서 진행방식을 조정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략에 해당되는 내용은 저와 계속 얘기하면서 맞춰가요”
디자인헤드 : “저도 책 읽어봤는데 디자이너에 대한 부분도 공감합니다. 저도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정리되면 하나씩 같이 얘기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PM 중 이미 절반은 책을 읽어보았고, 안 읽어보신 분들과 함께 책을 전해드리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용에 대한 이견보다는, 진행 방식에 대한 추가 의견들이 있었다.
나 : “어떻게 생각하세요?”
PM1 : “이걸 통해서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이 정리되면 좋겠어요”
PM2 : “늘어지지 않으려면 1주일에 두번하는게 낫지 않나요?”
PM3 :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도 같이 결단했으면 좋겠어요.”
초기 기획에서 수정은 없이, 진행하며 피드백 해보기로 했다.
네마와시를 통해 관계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다음화에서는 드디어 첫 세션인 ‘PM과 제품팀, 경영진의 역할’에 대해 쓸 수 있을 것 같다.
#. 당연한 얘기지만 네마와시를 빌미로 잦은 미팅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관리자와 달리 디자이너, 개발자, 분석가 등 실제 뚝딱뚝딱 하셔야 하는 분들에게는 덩어리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