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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석 Jul 13. 2020

돈되는 UX, 업무생산성 향상

#3. UX 개선을 통한 업무생산성 향상은 기업이익으로 변환됨

대부분 회사에서 근무하는 UX 디자이너들에게 ROI (Return on Investment)는 골치거리이다. ROI는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 UX ROI는 UX에 들어간 비용 대비 UX로 인한 효과를 의미한다. 


    UX ROI = UX 효과 / UX 비용 


UX 비용은 인건비가 대부분이며 (비싼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이 아니므로), UX 개선효과는 제품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매출이 늘거나, 사용자들이 많아지거나 더 자주 사용하거나)을 의미한다.  


    UX ROI = 제품가치 상승 / UX 비용 


모바일 서비스에서는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서 ROI 입증에 성공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새롭게 디자인한 UI를 일부 사용자에게만 특정 기간 노출하여 데이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확인하면서 개편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T 스토어의 바뀐 UX에서 매출하락이 발생하지 않음을 증명해 본적이 있고, 바뀐 T 맵의 PV 증가를 데이터로 입증한 경험이 있다).  


가장 UX ROI의 입증이 잘된 사례는 고객가입절차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내준 이메일 링크만 누르게 하거나, 비밀번호를 두번 누르게 하는 것도 한번으로 줄이고 있다. 만명의 회원가입 페이지 방문자 중 5천명이 가입을 하던 것을 8천명으로 늘린 것은 아주 큰 성과이다. 가입자 증가의 UX ROI는 마케팅에 쓴 비용으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고 (만명 방문자를 모집하기 위해 10억을 썼다면, 3억의 효과), 가입한 5천명의 추후 매출을 고려하여 계산할 수도 있다 (증가한 3천명의 추후 매출이 사용자당 10만원이면, 3억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이것도 고객 데이터가 확보된 모바일서비스나 웹서비스 분야에서만 가능하며, 보통의 제품들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예로 휴대폰이나 소프트웨어의 UX 개선으로 인한 제품가치 상승을 정량적으로 발라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UX가 잘 한것, 마케팅이 잘 한것, 경쟁사가 못한 것이 다 섞여있기 때문). 데이터를 통해 입증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서는 우리가 디자인한 UX가 회사에 얼마나 이익을 만들어주는지 정량적으로 입증하기는 정말 어렵다. 구글에 디자인 ROI나 UX ROI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서비스 센터의 전화 숫자를 측정하는 방법을 포함한 여러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만약 그런 방법들 중에 한 가지라도 적용 가능한 상황이라면 행복한 상황이다.  


반면 잘 나가는 (잘 팔려서 수익이 잘 나오는) 제품의 UX 디자이너들은 제품의 성공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런 압박이 거의 없다. 결국 우리는 제품이 잘 팔리거나 방문자가 급증할 때에는 ROI 걱정을 하지 않아도되지만, 제품경쟁력에 의심을 받거나 매출이 좋아지지 않으면 ROI 걱정을 해야한다 (경영환경이 좋으면 행복해지고, 나쁘면 불안해지는 하루살이 운명이다).  


2003년 삼성전자 사용성평가 TF에서 일할 때 부서원 10명의 ROI를 입증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했었다. 사용성 문제 개선 이후 제품 판매증가량을 살펴보았고, 심지어 서비스센터의 고객대응 전화 횟수 감소량도 살펴보았다. 부서원이 10명이니 10억 이상 효과를 보이고 싶었으나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은 실패했다. 제품 판매량의 증가는 사용성 개선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요인들이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오히려 서비스 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그 당시 서비스 전화 한건당 소요 비용은 3천원 정도였고, 10억을 입증하려면 33만건의 전화를 줄여야했다. 자세히 분석한 결과 개선한 제품의 서비스 전화 증가량이 줄긴 했지만 33만 건에는 택도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마음에 UX 디자인의 ROI에 대한 의문이 든 순간 UX 디자이너 중 대부분은 이미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으로 해결하려고 한 문제도 명확했고, 잘 해결해서 사용자들이 그 디자인을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상황처럼 UX 디자인의 가치를 최고경영자들에 원하는 숫자로 보여주는 것은 항상 준비되어야 한다. UX 디자인 조직의 가치, ROI를 입증하는 것이 실패할 경우, 하고 싶었던 일을 채 하지도 못한채 회사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여러 회사에서 UX 조직들이 최고경영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하부조직으로 좌천된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UX의 가치를 최고경영자들이 원하는 숫자로 보여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UX 디자인 조직들은 정성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가치를 제고하는 활동을 한다. 기존 디자인 대비 고객평가, 경쟁사 대비 사용성 비교 평가, 경영진이 참여하는 디자인 위원회 등). 


경영자의 마음에 UX 디자인의 ROI에 대한 의문이 든 순간 우리는 이미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UX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직원이므로, 직원의 업무생산성 향상은 직원의 인건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인건비는 꽤 비싸다). 즉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UX ROI는 제품가치 상승과 비용절감을 더한 것이 UX 효과로 계산되어진다.


    엔터프라이즈 UX ROI = (제품가치 상승 + 비용 절감) / UX 비용 


위의 수식에서 제품가치 상승의 측정은 일반 컨수머 제품과 동일하므로 논의에서 제외하고, 비용절감 효과만 다루고자 한다. 예를 들어서 계산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3만명의 직원들이 매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하자. 직원들이 하루에 10번씩 봐야하는 검색화면의 UX를 개선하여 업무 시간을 3초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할 때, 그 UX 개선의 가치는 아래와 같이 계산될 수 있다 (1인당 연봉 5,000만원 가정). 


① 회사 전체 줄어든 업무시간 = 3만명 x 1일 10회 x 3초 (줄인 시간) = 1일 900,000초 = 1일 250시간 = 1년 62,500시간 (근무일수 250일 기준) 

② 직원 시간 당 급여 = 연봉 5,000만원 = 일급 20만원 (근무일수 250일 기준) = 시급 25,000원 (8시간 기준) 

회사 전체가 UX 개선으로 얻은 효과 = 62,500시간 x 시급 25,000원 = 1,562,500,000원 = 1년 15.6억원 


계산해 보면 1년에 15.6억원의 비용절감이 발생하며, 이는 직원들의 업무생산성을 높였기 (사용성 개선으로 낭비를 줄이는) 때문이다. 한 화면에서 3초 개선한 것이 모든 직원들에 적용되면 이렇게 큰 가치로 변환되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에 엔터프라이즈 UX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 (이전 글 참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엔터프라이즈 UX, 그 시작",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더 중요한 UX"). 


3만명의 직원이 하루 열번사용하는 검색화면의 사용성을 개선하여 사용시간을 3초를 줄인다면, 그 효과는 1년에 15.6억이다. 

그럼 이번엔 실제 사례를 적용해서 계산해보자. 이전 글에서 소개한 반도체 공정 관리 툴의 UX 개선 프로젝트는 30명의 공정관리자(대부분 박사급)가 3시간 걸리던 업무를 15분에 완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계산해 보면 이 개선으로 인한 업무생상성 향상은 10억원이다. 


① 회사전체 줄어든 업무시간 = 30명 x 1일 1회 x 2.75시간 (줄인 시간) = 1일 82.5시간 = 1년 20,625시간 (근무일 수 250일 기준)  

② 직원 시간 당 급여 = 연봉 1억원 = 일급 40만원 (근무일 수 250일 기준) = 시급 50,000원 (8시간 기준) 

회사전체 UX 개선 효과 = 20,625시간 x 시급 50,000원 = 1,000,625,000 = 1년 10억원 



UX ROI는 매우 크다고 믿는다. 다만 우리가 이를 입증할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특히 UX 리더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용소프트웨어에서 UX 개선의 가치를 계산해 보고서는 이전에 전자제품회사에서 받던 서러움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대상이 되는 시스템과 현재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UX 디자인을 보면, UX 디자이너들이 할일이 많고 이를 통해 경영자들이 원하는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어느 마케팅 전문가와 했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마케팅과 UX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슷합니다. 둘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약간 추상적으로 보이고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잘 모르는 분야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마케팅은 투자한 만큼 그 성과를 보여준다는 믿음을 가집니다. 쉬운 예로 TV 광고에 1억을 쓰면 1억 이상의 매출 향상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UX 디자인은 1억을 쓰면 1억 이상의 효과가 나올지, 그 효과는 언제 나올지 알지 못합니다." 


최근에 주 52시간 근무 및 최저임금의 향상으로 기업에서 직원의 업무생산성 향상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경영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주어진 시간안에 직원들이 주어진 업무를 실수없이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바란다. 우리가 가진 UX 디자인의 전문성이 적용된다면 이런 경영자들의 목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투자를 한 만큼의 효과가 나오는 분야라면 어느 경영자가 투자를 망설이겠는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과제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 UX 디자인을 통한 업무생산성 향상은 바로 측정이 가능하며 ROI는 10배 이상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과제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 UX 디자인을 통한 업무생산성 향상은 바로 측정이 가능하며 ROI는 10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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