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담Adam Dec 12. 2023

니가 사장이야?

5편 펜션에서 살아남기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동안이다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당연히 칭찬이겠지만 펜션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좀 달랐다. 당시 삼십대 중반의 내 인생 짬밥은 중년의 그들이 보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미비해보였나보다. 그중 일부 강약약강(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분들은 그 사실을 꼭 입으로 표현하고 싶어했다.

"니가 여기 사장이야? 여기 바다가 어느쪽이야?"

꼭 이렇게 말을 하는 중년 아저씨들이 있었다. 나중에는 '중년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딱 중년 아저씨들만 그랬다. 당연하겠지만 저렇게 개념없이 말을 하는 사람이 다른 것이라고 제대로 하고갈 리 없다.


지금에 와서 기억나는 것만 되짚어보자면.....늦게까지 야외에서 술 마시고 고성방가하다가 새벽 한시 반쯤에 나를 전화로 불러 술 사오라고 (빈 병을 시멘트 바닥에 던져 깨뜨리며) 주정과 협박을 하던 어느 중년 아저씨 4명은 다음날 아침 일찍 사라지고 도망가고 없었다. 전날 낚시를 한다며 나에게 빌려간 살림망도 같이 없어졌다. 물론 이런 경우 전화는 절대 받지 않는다.


어떤 날은 손님에게 전화가와서 우리 남편 좀 말려달라고 하길래 무슨 일인가 헐레벌떡 뛰어나가보니 아저씨가 데크 위에서 숯불 펴준 그릴에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나무를 엄청 쌓아놓고 불을 피우고 있었다. 폴리카보네이트 차양에 불이 붙을까 얼른 물을 받아다가 확 부어 끄고는 뭐하시는거냐 하니 취해서 말도 잘 못하는 꽐라 상태였다.


또 어떤 손님은 찬바람 부는 계절에 춥다고 숯불이 타고있는 그릴을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신 분도 있었다. 이럴 경우 방안에서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과 같아서 방안에 금새 이산화탄소가 가득 차게 되어 위험하기도하거니와 화재의 위험은 또 어쩔것인가!  방안에는 두살쯤되는 어린 아이도 있었다. 그릴과 함께 사라진 손님에 설마하는 생각이 들어 방에 노크를 해보니 그러고 계셨다.


방바닥에 매운탕을 엎어 놓고 그걸 치우기는 커녕 이불로(!) 스윽 덮어놓고 도망가려다 차가 방전되어서 나에게 걸린(?) 20대 청년들도 있었다. 참고로 섬에는 보험 긴급출동 차가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네끼리 한참을 알아봤나본데 결국 방법이 없자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친구들은 차를 건물 뒤에 주차해놓아서 난 이미 간 줄 알고 그 사단이 난 객실을 정리하고 있는데 와서 방전됐다며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화가 많이 났지만 얄미워서 결국 점프를 해서 보냈다. 정신수양이다.


술마시다가 갑자기 병깨고 야외조명까지 깨면서 자기네끼리 싸우다 결국 경찰서로 간 젊은 친구들도 있었고, 2인이라며 2인방을 잡아놓고 열댓 명 정도가 돌아가며 들어와서 샤워하고 화장실쓰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는 십중팔구 근처 해변에 텐트를 친 경우다. 인원에 대한 경우는 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보통은 최대인원을 훌쩍 웃도는 인원이 와서 입실하겠다고 하는 경우다. 처음에는 그냥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인원규정을 어기고 온 손님들은 평균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그 다음부터는 받지 않았다. 물론 환불은 해줘서 보냈다. 당일날 그렇게 보내고나면 그 객실은 공실이되어 고스란히 내가 손해를 본다. 하지만 그럴지언정 입실을 거부했다. 이것도 숙박을 운영하며 생긴 나름의 노하우였다.


냉장고 위에 버너를 켜서 냉장고 플라스틱을 녹여놓고 뭘로 가려놓고 간 경우, 벽에 구멍을 낸 경우(주먹질), 문을 모두 꽉 닫고 담배를 두세갑 피우고 간 경우, 화장실 바닥에 대변을... 등등 아무런 노력없이도 술술 기억할 수 있는 정도가 이정도다.


펜션 운영 초반때 객실 전체를 3박동안 빌린다는 단체 손님을 받은 이후부터 나는 지금까지 단체 손님을 받지 않는다. 이때를 기점으로 단체는 받지 않겠다는 철칙이 생겼다. 물론 단체 손님을 그때 한번만 받아보고 내린 결론은 아니다. 여러 케이스를 당하면서 배웠다. 물론 지금은 단체 전문 펜션들도 많이 생겨서 대부분 그쪽을 이용하겠지만.


내가 너무 어두운 부분을 말했다만 매도 먼저 맞아야 낫지 않은가. 물론 귀촌으로 인한 전원생활의 좋은 점도 많았다. 급격히 좋아진 공기 덕분인지 주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숙취는 줄었다.(이게 과연 좋은건지 모르겠다, 그만큼 술을 더 먹게됐다) 계절이 바뀌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고 좋아하는 사진 취미와 낚시를 즐길 시간도 기회도 더 많아졌다. 주5일...동안 손님이 들어와주면 좋겠지만 결국 주말장사라 기껏해야 주2~3일정도만 손님이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주2~3일 근무가 되었다. 지금도 주변에서 귀촌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숙박업을 권장한다. 물론 어느정도 실력이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어느정도 레벨에 이르고나면 많이 자유로워지는 업종이기때문이다.


흔히 펜션을 한다고 하면 돈이 많아야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근래에는 젊은이가 펜션을 운영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본다. 건물은 임대로 빌리고 온라인으로 홍보하면 된다. 임대는 2년 계약이든 5년 계약이든 그 기간 이후에는 부담없이 떠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면 오히려 여러 장소를 경험해볼 수 있다. (반대로 매매로 들어간 경우 후회해도 그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 창업은 꼭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펜션도 엄연한 사업이고 창업이기때문에 생활의 환경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은 귀촌겸 민박 운영을 많이 한다. 펜션이라는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펜션이 노후/퇴직후에나 운영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보예전에는 젊은 사람이 펜션을 운영한다고하면 편견도 많았다. 실제로 손님 중 여러분에게 '한참 돈벌 나이인거 같은데...'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농어촌민박법이 개정되어 예전보다는 조건이 좀 더 까다로워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막힌 건 아니다. 나는 그냥 거름망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골 부동산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펜션 혹은 민박으로 운영하던 매물들이 심심찮게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임대 수익을 위한 건물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퇴직후 로망을 가지고 귀촌한 분들이 운영하려다 실패한 경우가 많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겠지만 당시에 펜션은 입소문이 잘 나면 손님이 소개소개로 알아서 잘 들어온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입소문'이 잘 나기 위해 많은 사장님들이 친절함에 집중했다. 손님들과 같이 술을 마시며 인맥 유지하듯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건강은 어쩌랴!) 그러나 세상의 중심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바뀌어갔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년층은 자연스럽게 스러져갔다. 물론 어느 젊은이 못지 않게 공부하고 적응하신 분들도 다수 계셨지만 전체적으로는 '퇴직후 펜션이나 하며..'라는 제목의 로망 파일을 안고 오셨다가 화들짝 놀라 수억원의 손해를 안은채 도시로 컴백하신 숫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펜션의 운영이란 곧 전반적인 온라인 스킬과 트렌드 감각을 중상급으로 요하는 일이기때문이다. 때문에 요즘에는 펜션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와 회사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섬으로 이사 가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