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2013년 2월 19일 유시민은 SNS에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 정계를 은퇴했다. 정치인 유시민을 응원하던 나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만의 소신과 행동, 사고방식을 좋아했다. 언젠가 정치적 색깔에 구애받지 않고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현재 그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나서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데, 정치인 유시민에서 작가 유시민으로 돌아와 처음 쓴 책이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그가 정계 은퇴를 발표하였을 때, 보수 정권과 거대 여당이 집권하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절한 정치 상황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언제든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세계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나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유시민이 정치를 그만두게 두는 이유를 간단히 적어두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원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유시민에게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누군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갈래의 방향 중 유시민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삶을 살다 보면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지 등의 사소한 선택부터 어떠한 직업을 갖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 지와 같은 큰 선택까지, 이러한 순간은 비일비재하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나의 본성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본성을 알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 지를 알아보면 된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감정에 부합하는 선택을 내리면 된다. 유시민이 내린 정계 은퇴라는 판단의 근거는 이것이었다.
예컨대 나는 요즈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직업에 만족하지만,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는 것에는 텍스트를 읽어내고 명확히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을 넓히고, 나의 주장을 표현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이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기에 머지않은 즈음에 고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는 사람들이 삶을 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의미 있는 고민이나, 최근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현상에 대한 유시민의 생각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죽음을 대하는 태도나 아이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식, 출생에서의 복불복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과 같은 것들도 있고, 안철수 문재인 현상이나 거울 뉴런에 대한 것들도 있다.
이 생각거리에 대해 답하는 방향이나 방식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기에 조금은 부끄럽고 익숙하지 않았다는 엄살을 서론에 적어두었지만 이는 무시해도 될 것 같다. 그만의 해결 방식과 사고방식은 충분히 가치 있기 때문이다. 이 유시민다운 방식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 보니 마치 책을 홍보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묘하지만, 느낀 감정 그대로이니 상관없다. 서론의 마지막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삶의 기쁨, 존재의 의미,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그 누구도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고 분투하는 그대들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다.”
글 내용과 별개로 유시민이 진보에 대한 인상 깊은 정의를 내리고 있어 이를 전하고 싶다. 그는 이를 진보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이라 한다.
"진보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어 놓는 자발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