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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문화생활 Jan 03. 2022

<영화: 굿바이> 영화로 알아보는 일본의 장례문화


영화 ‘굿바이’는 일본의 장례문화와 ‘납관’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떠나야 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다루며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죽음은 인간 모두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관문입니다. 가깝고도 먼 일본의 장례의식에서 보여지는 일본인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와 인식이 한국과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주인공 ‘다이고’는 도쿄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써 첼리스트로 활동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오케스트라는 해체되고 맙니다. 부인과 함께 고향인 시골로 오게 됩니다. 그곳은 6살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며, 또한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거처이기도 했습니다. 직장을 알아보던 다이고는 연령 관계없이 노동시간이 짧고, 곧바로 정사원이 될 수 있고 출발준비를 돕는 회사를 발견합니다. 다이고는 이를 여행사라고 생각하고 면접을 보러 갑니다. 알고 보니, 여행사가 아니라 ‘납관’ 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는 납관사가 되어 일을 하게 됩니다.


유교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현세에서 의례나 수련을 통해 영생하거나 사후에도 사자의 세계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고, 죽음을 삶과 함께 아우를 수 있다는 이론적인 사후관을 가진 철학이 발달했습니다. 이 영화를 잘 이해하려면 일본의 장례 풍습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병원에 장례식장이 딸려 있으며, 장례에 필요한 일을 모두 장례식장에서 합니다. 반면, 일본은 화장을 제외한 장례 의식을 보통 집에서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장의사를 집으로 불러 염습과 납관 등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 납관이 주인공이 하게 된 일인 것입니다. 이 염습과정이 우리나라와 굉장히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망자의 굳은 몸을 풀어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히고, 얼굴에 화장을 해 마지막 모습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일입니다. 이는 흡사 한국의 장의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의사가 시신을 수습하고 수의를 입히는 과정에서 가족을 입회시키는 반면,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가족을 모시고 염습을 시작합니다. 시신을 얇은 천으로 덮고 몸을 닦는 등의 과정은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장의사가 장의사라는 직업으로 통칭되어 염과 납관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굿바이> 속 장의사는 납관사가 따로 분류된 직업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약간의 문화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장례지도사의 마인드와 절차의 엄숙함은 우리나라나 일본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주인공 다이고는 고인의 마지막을 보내주는 납관사라는 직업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납관사'라는 직업을 삼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최대한의 예와 존경을 담아서 부족함 없이 떠나게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장의사입니다. 이런 장의사들의 진지한 직업의식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로부터 나이가 지긋하고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장례 절차를 담당하여 하며 나름 존경받는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일본은 직업에 대한 귀천을 따지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습다.


어느 날, 납관해야 할 집에 늦게 도착한 다이고와 사사키 사장, 5분 늦었지만 애도 중인 가족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매우 실례되는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상주는 화가 나 있었고 다짜고짜 사사키 사장에게 ‘당신네들, 죽은 사람을 팔아먹고 살면서 늦기는’하며 폄하를 받기도 합니다. 이 대사를 통해 납관사라는 직업이 멸시받고 천대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장례와 관련된 일은 일명 부라쿠민(部落民, ぶらくみん)이라고 불리는 천민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하던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아직까지 남아있어 죽음과 관련된 일(장례 관련 업종)을 하는 사람에 대해 아직도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입니다. 주인공은 우연찮게 장례와 관련된 일을 맡게 되었으니 당연히 아내인 미카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인해 납관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정성스럽게 마지막 가는 길을 장식하는 납관사라는 직업이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굿바이>를 통해 일본의 장례문화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유교 국가이기 때문에 사후세계관과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점은 납관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제목 굿’바이는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 하는 ‘잘가’ 라는 의미가 아닌 아름다운, 좋은 이별을 의미합니다. 영화를 통해 장례의식은 단지 꺼려지는 두려운 대상이 아니며,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 위한 것으로의 기억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장례문화와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를 알아보고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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