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구리 May 14. 2023

03. 마케팅이요? 돈이 없으면 발로 뛰어야죠 뭐

스몰브랜드의 코딱지 마케팅 : 먼저 삽질해 보고 알려드립니다.

당연하면서도 울적한 문장으로 이 글의 포문을 열어보려 한다. “갓 출항한 스몰브랜드인 그래서그랬어에는 마케팅을 위한 충분한 예산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한없이 부족하다.

장담컨대 대부분의 스몰브랜드가 직면하고 있을 상황.jpg


작은 예산으로 취할 수 있는 마케팅 액션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효율이 보장된 소재로 메타광고를 소소하게, 꾸준히 돌릴 수 있다면 감지덕지. 자연히 저비용으로 해 볼 수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마케팅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동안 시도해 보았던 몇 가지 코딱지 마케팅(이라고 적고 삽질이라고 읽는 것)들을, 이번 글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지금 당장 삽질로 보이는 것 정도야 어떠랴! 중요한 것은 “뭐라도 해보는 “ 마음일 것이다. 지금의 시도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말이다. 스몰브랜드 사장님들, 우리 함께 으쌰으쌰 해봐요.


현재 메타에서 제일 효율이 괜찮은 그래서그랬어 카탈로그 광고



코딱지마케팅 1.인스타그램 참여형 이벤트 

체감효율 ★★★★☆


팔로워 증진과 브랜딩 강화를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방법”이 아닐까. 지금까지 인스타그램 피드 게시물로 총 3회의 팔로우·댓글 이벤트를 진행해 보았다.


그래서그랬어에서 발행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호흡이 길다. 이벤트 내용 역시 긴 이야기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보니, 참여 허들이 낮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혹시 이벤트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아래에 링크를 걸어놓았어요. 3가지 이벤트 모두 10장을 거의 꽉 채운 인스타그램 카드형 게시물을 꼼꼼히 읽고,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해야만 비로소 '참여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만한 것들이었다. '좀 더 쉽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끝까지 놓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찐팬들을 만들기에 적합한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효율을 체감했던 이벤트는, 신상 책갈피 출시를 기념하며 진행했던 "책 추천 이벤트"였다. 스무 명 남짓이 참여해 주셨는데 다들 이야기에 공감하셔서 정성스레 댓글을 달아주셨고, 그에 걸맞은 농도의 답글로 화답했다. 책을 추천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신상품을 보내드렸고, 마음이 동하신 많은 분들이 이벤트 선물 인증샷을 스토리로 공유해 주셨다. 스토리 리그램이 되는 시점마다 팔로워 수가 늘거나 구매가 일어났다.

참여 결과를 취합하고, 응대하고, 선물을 보내는 일까지를 생각하면 당장에는 CAC(customer acquisition cost)가 너무 높은 액션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찐팬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신규고객과 그 사람이 또 찐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추천 이벤트"를 진행했던 시기의 (2월 15일-20일) 콘텐츠 상호 작용 활성도


*이벤트 게시물 링크

(1) 노래추천 이벤트(gardener's sticker)

(2) 책 추천 이벤트(playing card bookmark)

(3) 친구소환 이벤트(lost socks club)





코딱지마케팅 2.전단 스티커 부착

체감효율 ★☆☆☆☆


벌금형을 물 수도 있는 각오를 하고 기록해 보는 나의 만행(!)이다.


때는 눈사람 시리즈로 한창 매출을 땡길 기대를 하고 있던 작년 겨울. 제품의 인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QR 코드를 찍으면 <눈사람이야기>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스티커 한 뭉치를 손에 들고 어스름한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두리번두리번 눈치를 보며 전신주나 쓰레기통, 도로반사경 기둥에 눈사람 스티커를 붙였다. 소심한 내가 이렇게까지 해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현재 거주 중인 동네의 특성이 한몫한다. 이태원동에는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가 본인의 시그니처 스티커를 제작해서 여기저기 표식을 남기고 다니기 때문. (각자의 개성을 엿볼 수 있어서, 솔직히 온갖 종류의 스티커가 빼곡히 붙어있는 어느 전신주의 한 부분은 어찌 보면 그 자체로 콜라주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이 날 붙인 스티커의 QR링크를 따로 추적할 수 있도록 제작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이것을 스캔해 보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요새도 동네를 산책하면 드문드문 붙어있는 눈사람 스티커와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효율을 떠나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재미있었고, 다신 하지 않을 것이다.





코딱지마케팅 3.오프라인 공간 활용 (feat.로컬스티치)

체감효율 ★★★☆☆


그래서그랬어의 스테디셀러라고도 할 수 있는 snowman&heart keyring은 제작 시 로스율이 꽤 높다. 렌티큘러 제품의 특성상, 렌즈와 종이사이에 기포가 들어가면 도안에 멍이 든 것 같은 모습이 보이곤 한다. 그래서 QC(quality check)를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배송을 보내는데, 어느 날은 걸러진 b급 제품들의 개수를 세어봤더니 50개가 넘어가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 판매를 진행할지도 고민했지만, ‘선물가게’로서의 브랜딩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마음이 편안한 처리방법이 아닌 것만 같았다.


짱구를 굴려보다가, 그 당시 멤버십 플랜을 사용 중이었던 코워킹스페이스 로컬스티치 측에 다음과 같은 문의를 넣었다.



감사하게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지점을 관리하시는 매니저님과의 가벼운 미팅이 이루어졌다. 그래서그랬어가 어떤 브랜드인지, 왜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적은 팻말을 빠르게 제작해서 서울 내 4군데 지점을 돌며 제품을 비치했다. 코딱지브랜드답게 코딱지만 한 규모였지만, 그래서그랬어 최초의 오프라인 팝업행사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을지로 지점의 수량이 동났다는 연락을 받았고 추가 물량까지 갖다 놓게 되었다. 이후에도 일주일 동안 네 지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준비해 둔 물건이 하나씩  누군가의 손에 들려서 사라지는 광경,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둔 팻말을 유심히 읽는 사람들을 모르는 척 흘끔 대면서 남몰래 뿌듯함을 느꼈다. 주로 프리랜서와 여행객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보니, 타깃이 아주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실제 고객반응을 근거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도였다.  






이상은 그동안 해본 의미 있는 삽질들. 올여름에 계획 중인 삽질들은 다음과 같다.



1. 5월 하반기에 포장 방식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지금은 주문 건이 들어오면 영업일을 기준으로 익일에 출고하는 시스템을 지키고 있는데, 재정비 기간에는 칼배송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전례 없는 전품목 할인을 진행해보려 한다. 프로모션에서 어떤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절호의 찬스!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어 그래서그래서 성장일지에 내용을 추가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2.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마이크로 단위에서 시도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파우치 1종과 패브릭숄더백 1종, 마우스패드와 스티커, 핀버튼배지 등의 신상품을 기획해 두었는데, 상품군이 늘어나면서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특히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를 발행하는 사람들과 컨택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역시, 우리 브랜드와 ‘결이 잘 맞는’ 사람을 선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슬슬 리스트업을 해볼 참이다.


이런저런 매체에 일예산을 넉넉하게 걸어둘 수 있는 그날까지!
그래서그랬어의 코딱지마케팅은 계속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