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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Oct 18. 2020

누구를 위하여 총은 울리나. <1/2부>

커피 한 잔 할까요?

2007년 어느 가을, 오후 5시경 요르단의 어느 도시.


나는 국경을 넘어가는 택시를 한 대 잡았다.

목적지는 약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머지않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입국을 위해 도착 비자를 받으려 주변을 기웃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며 자세히 살펴보니 안내판에 각 나라별 비자 요금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어디 보자.  Korea…Korea! 와우! Free!'


Free라고 적힌 문구를 보고 당당히 여권을 내밀자 곧바로 되돌아온 여권.

뭐가 문제일까 자세히 보니 Free는 Free인데 Korea 옆에 작게 쓰여 있는 글자 ‘North’


'아아, 맞다. 여기는 북한이랑 친한 친구였지.'


멍하게 서 있는 나를 보며 안내원이 퉁명스럽게 하는 말이 저기에 쓰여 있지 않지만 

South는 무조건 30달러를 내야 한단다.


"오케이. 돈은 낼 테니 빨리 도장이나 찍어주세요!”


이제 문제없이 들어가나 싶었으나 그것도 잠시.

앗.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입국 도장을 찍어주는 담당자가 밥 먹으러 갔단다.


'헐. 공무원이 무슨 업무시간에 밥이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은 라마단, 그러니까 중동의 나라들은 모두 금식 기간이라 

유일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저녁이 되면 누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밥을 먹으러 나간다.


'이런, 그러고 보니 나도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잖아.'


하지만 저기 멀리서 택시 기사가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데, 비자 없이는 넘어갈 수가 없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빨리 가서 식사를 하고 싶을 텐데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담당자 방 앞에서 '슈렉'의 고양이 같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문틈을 바라보며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담당자가 슬쩍 나를 보더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괜히 쳐다봤나 싶기도 하고 이상한 핑계로 비자를 안 주면 어쩌나 싶어서 눈을 아래로 깔고 조용히 입장했다.

그랬더니 내 앞에 쿵~소리를 내며 잔을 내민다.

바로 시리아 커피였다. 


시리아가 커피 산지는 아니어서 재배를 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커피 문화가 따로 있다.

바로 16세기에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전해진 커피 문화로 터키 커피와 흡사하다.

1530년에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에 커피하우스가 처음 오픈하며 손님을 받기 시작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당시에는 남자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그들의 커피 문화는 현대 시대로 접어들며 누군가 집에 방문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제일 먼저 커피 한 잔을 내어주는 문화로 발전했다.


팟에 커피를 끓여내는데 시리아의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하기도 해서 마시기 때문에 

집집마다 다른 커피맛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나는 아직 시리아에 가기도 전에 그들의 커피를 접하게 되었다.


게다가 커피뿐 아니라 갓 구워낸 빵과 올리브 오일, 그리고 각종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잔뜩 주며 

이거 지금 다 먹으면 입국도장을 찍어주겠다며 껄껄 웃는다.


아, 사실 나는 외국인이라 라마단에 예외지만 문제는 라마단 기간이라 식당이 여는 곳이 없으니 

함께 하루 종일 쫄쫄 굶고 있었기에 앞뒤 안 보고 허겁지겁 먹었다.

커피와 함께 한참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줬고 남은 음식은 포장까지 해서 쥐어준다.


“웰컴!”


슬쩍 웃으며 여권과 음식을 주는 입국 담당자의 모습에 이 나라가 갑자기 좋아진다.

'기대가 되는걸? 나는 이곳에서 어떤 커피,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2/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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