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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원 Nov 15. 2019

포체티노의 가을은 겁나게 춥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걱정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이하 포체티노감독도팬들도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토트넘은 2018-19 시즌 극적으로 유럽축구대항전인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행복회로를 돌릴 때 쓸 경우의 수에도 이건 없었을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같은 리그 팀인 리버풀에게 2:0으로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포체티노 감독 아래 쌓아온 조직력과 선수들이 보여줬던 ‘원 팀’, 하나의 팀을 중요시했던 정신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더군다나 2018년 8월 여름 이적시장과 2019년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던 팀이었다. 전문가들은 열정적인 투자와 선수 영입을 한다면 더 이상 우승을 위해 싸우는 언더독이 아닌 다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탑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

정말 보기 좋게, 그리고 대차게 모두의 예상을 다시 한번 깼다. ‘The lilywhites’(더 릴리화이츠, 토트넘의 별칭)는 현재 ‘더 보기’ 순위에 쳐져있다.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원정에서 승리를 따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력이다. ‘잘 들던 칼을 굳이 바꿀 필요 없다.’라고 했던 시절은 지난 것처럼 보인다. 건강했던 수비진은 어느새 병든 닭처럼 골골대고 있고, 공격과 수비를 이어주는 중원에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특히 창의적이고 박수를 자아내는 패스를 하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이 X끼가 쌍둥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처참해졌다.(이 선수로만 유니폼을 두 개나 맞춘 나는 어떡하라고.) 그나마 현재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뿐이다.

지난 시즌의 성과로 인해 벌어들인 돈으로 포체티노가 원하는 선수들―중앙에서 전진하고, 공격적인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탕귀 은돔벨레와 지오바니 로 셀소, 측면에서 새로움을 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라이언 세세뇽―을 데려왔지만 대륙별 대회, 부상 등으로 지금에서야 팬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은돔벨레는 또 사타구니를 다쳤단다. 안 되려니까 이렇게까지 꼬인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존 선수 개인과 팀 사이의 계약, 이적 문제가 터지면서 팀이 흔들리는 것이다. 팀을 떠나려 했기 때문에 프리 시즌에 동행하지 않았던 로즈, 지난 6월에 공개적으로 이적을 원한다고 인터뷰했던 에릭센, 내년이면 공짜 매물로 나가게 될 벨기에 듀오 등 정리하거나 재계약을 해야 했을 선수들이 아직 구단과 대치 중이다.(로즈는 본인과의 재계약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팀의 말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중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전부 내년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이슈를 갖고 있다. 구단과 수뇌부가 문제를 잘 다스려야만 한다. 살점만 도려내면 될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팔 하나 전체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머리와 가슴

요즘 팬들은 경기에서 보이는 전술적 문제점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져 오는 처참한 리그 성적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 교체 지시를 꼬집는다. #POCHOUT이라는 소셜네트워크 속 태그는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나는 토트넘 선수들만큼 포체티노 감독을 좋아한다. 원론적 인터뷰를 할 때가 있어 답답하지만 플레이어들을 아끼고, 보호하고 그가 소유하고 있는 철학(나는 경기장에서 조연일 뿐이다. 우리는 선수들을 봐야 한다.)을 좋아한다. 실제로 본 적 없지만 나는 이 아르헨티나 남자를 꽤 좋아하게 됐다. 그가 만들어냈던 토트넘은 내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운전을 하더라도 새벽에 일어나서 경기를 보게 한 원동력이었고, 이 팀의 져지를 입게 하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이제 수치가 말한다. 포체티노의 토트넘은 이번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가슴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머리로는 ‘그와 팀, 둘의 발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 차오르는 슬픈 밤이다.



포체티노의 가을은 아니토트넘은 이미 포체티노가 없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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