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rgentina to Portugal
어제 새벽 2시 30분까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이하 포체티노)의 뒤를 이을 후보 4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자료 조사를 마치고 세 번째 후보까지 작성을 하고 피곤해 잠이 들었다. 그러나 약 5시간 후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저장해놨던 글을 다 지워버리고 담배를 태웠다.
슬프게도 나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토트넘은 포체티노와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다니엘 레비(토트넘 회장, 이하 레비)와 이사진들은 팀에게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했던 아르헨티나인을 경질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이것이 힘겨운 일이었다고 했다. 현지 유수 언론들은 레비가 제안했던 '사임'을 포체티노는 거절했고, 회장과 보드진들은 위약금과 잔여 연봉을 모두 주면서까지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가대표 경기를 하기 위해 떠난 선수들이 팀으로 복귀하기도 전에 경질이 발표되고 이후 11시간 만에 새로운 감독을 임명한 것은 하루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런던으로 다시 돌아온 모리뉴
놀라운 것은 모리뉴가 '매니저(Manager)'가 아닌 '헤드 코치(Head coach)'로 임명되었다는 점이다. 강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소유하고 있는 그가 매니저가 아닌 헤드 코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풋볼 디렉터의 선임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영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개 컨퍼런스에서 불만을 그대로 표출하고, 구단과의 마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모리뉴다. 이는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일보 후퇴였을 것이라고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가오는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자금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헤드코치는 팀이 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지도하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는 위치이고, 매니저는 보다 많은 역할 회장과 직접 면담, 선수 육성과 영입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풋볼 디렉터란 감독과 보드진 사이에서 활동하며 양측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고 감독이 받을 수 있는 압박을 완화시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도 있다. 모리뉴가 맡은 팀의 2번째 시즌은 항상 강했고, 다른 팀들 위에 군림하는 탑독이곤 했다. 문제는 3번째 시즌이다. 그의 3년 차는 선수들과의 불화가 선수단 장악 실패로 이어져 시즌 중 경질되곤 했다. 이는 팀과 팬들이 즐겨왔던 것에 대척점을 이룬다. 포체티노는 지난 5년 동안 팬들을 춤추고 노래하게 했으며 선수들과 유대감이 굉장히 높은 감독이었다.(적어도 지난 시즌까지는.) 모리뉴가 부임한 지금부터 자극받은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머지않아 팀의 트로피룸에 새로운 우승컵이 놓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이곳에서도 반복한다면 팀은 다시 난관에 봉착할 것이고 방황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때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팀을 크기를 차근차근 키워냈던 아르헨티나 감독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또한 레비와 모리뉴는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토트넘의 오랜 팬이었던 레비는 토트넘의 회장이 된 2001년부터 지금처럼 돈이 판치는 시대에도 꿋꿋이 팀의 건강한 재정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이다. 장 미셸 올림피크 리옹 회장은 그와 협상을 할 때 '내 회장 경력 중 레비와의 협상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했다. 반면 모리뉴는 2016년 폴 포그바를 유벤투스로부터 약 1400억 원을 주고 데려왔다. 레비 카드의 한도와 무리뉴 고객의 결제금액이 얼마가 차이 날지 우리는 약 40일 후인 1월부터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별한 애인이 누구랑 어울리든 더 이상 내가 관여할 수 없고 그저 바라보며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처럼 이제 나는 포체티노가 어디를 가든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어디를 가도 그와 그 팀을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가 대주류인 시장에서 로맨스를 갖는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가 꼭 언젠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갑자기 겨울이 왔다. 아직 가을이 있어야 할 시간 같은데. 덜컥 왔다. 그리고 이번 겨울은 그가 없는 첫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