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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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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맘 Jan 20. 2019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연습

첫 출산

그렇게 꿈에 그리던 육아휴직을 들어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뱃 속 아기는 무럭무럭 자랐다.

뱃 속에서 꼬물거리던 아기는 어느 덧 발로 쿵쿵 차기도 하고, 조금씩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 출산에 대한 공포는 어마어마했다.


'도대체 그 큼직한 머리가 어떻게 나온다는거지?'

'자궁이 10센치가 열린다는게 말이 돼?

'내진할 때 손으로 자궁을 벌려준다고?'

'무통이 효과가 없으면..?'

'트럭이 배를 깔고 지나가는 통증이라는데.. 당췌 얼마나 아픈걸까?'


출산에 대한 갖가지 상상을 하며 두려움 반,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임신 말기를 보냈다. 그리고 39주가 되던 어느 날, 새벽 한 시가 되자 가진통이 왔고, 6시까지 참다가 진진통이 와서 신랑을 깨웠다.  아기가 오늘 나올 거란 촉이 왔고, 미리 싸놓은 출산가방을 챙겨 신랑과 함께 산부인과로 갔다.


예상대로 아기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통증의 수위는 높아져 갔고, 생전 처음 느끼는 통증에 나는 네 발로 병실을 기어다녔다. 통증이 올 때마다 나는 간호사를 불러 제발 수술을 해달라고 사정을 했고, 능숙한 간호사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진짜로. 엄청. 아플 때 호출하라고 하며 쌩~하고 나가버렸다.


오랜 진통으로 짐승이 된 나는 무통을 맞고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다행이 무통이 효과가 있었고, 잠시나마 잠을 청했다. 자궁문이 8센치가 열리자 무통을 끄고 여러 명의 간호사들과 힘주기에 들어갔고, 아기가 나오기 직전 의사가 들어왔다.


그리고 가위로 회음부를 싹뚝. 하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의사가 마취를 하지 않고 절개를 한 것이었다.. 생 살이 잘리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졌다.ㅠㅠ

죽음의 한 고개를 넘는 듯한 절박한 시간이 이어졌고, 여러 번 혼신을 다해 힘을 주자, 날카롭게 찟어지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나는 뱃 속 아기와 처음 만났고, 나는 그날 한 여자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난 날, 몸은 비록 만신창이었지만, 온 세상이 꽃으로 보였다.


'내가 엄마가 되다니.'


갸녀린 팔과 다리를 가지고, 겨우 눈을 뜨는 신생아를 보면서 본능적으로  내가 엄마가 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의 삶은 이전과 180도 다른 삶이 펼쳐졌다. 아가씨 때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나날들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누렸던 나의 시간들이 이제는 온전히 내 시간이 아니었다.  나 자신만을 1순위로 여기고 살아왔던 삶의 패턴들이 하나씩 깨어지기 시작했다.


배우 이보영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마더'라는 드라마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주는 것이다"


그랬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나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뱃 속에 아기가 생겼을 땐, 내 몸을 내어주었고

아기가 태어나고 나선, 나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것과 화장실 볼일 보는 것, 잠자는 것 모두 아기를 위해 미루거나 참아야 할 상황도 많았다.


그렇게 아기는 내 삶의 모든 자락을 함께 하였고, 나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되고나서 겪는 낯선 감정들, 아이가 태어나고나서 바뀐 부부역활

이 모든 것들이 내겐 도전이자 풀어야 할 숙제들이었다.  


그 무렵, 나는 틈틈히 육아서를 읽고 있었고, 내가 가진 내면의 상처가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 된다는 생각에 내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이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키우려면 엄마의 정서가 먼저 건강해야 했다.


대학교 때 복수전공으로 상담을 했기에 이전부터 나를 들여다보는 일련의 과정들을 했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치유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건강한 정서를 가진 엄마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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