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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Apr 23. 2018

종이로 본 세상에는 특별함이 있다.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당신에게 종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대림 미술관에서는 지금 ‘종이’라는 아날로그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리처드 스위니, 타히티 퍼슨, 아틀리에 오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종이’라는 소재의 본래 속성에 집중하여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대림미술관으로 가는 길, 예쁜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시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로 아메리카노를 받을 수 있는 카페, 미술관 옆 집.

  전시는 총 7개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 파트는 벽 혹은 층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전시된 작품들의 느낌도 달라 확연히 구분이 되더라고요. 



#1

리처드 스위니

Richard Sweeney

  전시의 처음에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리처드 스위니의 작품들입니다. ‘페이퍼 아트 계의 가우디’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의 작품들은 자연과 건축물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주름이나 곡선이 적절하게 사용된 스위니의 작품들은, 작품들이 하나의 유기체 같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해요. 한 송이 꽃 같은 작품부터, 드레스, 나비 등을 연상시키는 소작품들은 전시에 막 들어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Untitled

  특히 물결치듯 일렁이는 나선형이 대형 설치 작품인 ‘Untitled’는 공중에 매달려서 종이 특유의 유연함과 탄력적 특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어요. 또한 적재적소에 조명이 활용되어 종이가 지닌 우아함도 최대로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타히티 퍼슨

Tahiti Pehrson

  타히티 퍼슨의 작품은 두 개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두 반복되는 특정 무늬를 이용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공예품 같은 느낌을 주는 듯한 형상. 이런 무늬들을 반복적으로 포개서 완전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이었어요.

  또 두 작품 모두 의도적으로 빛을 활용해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는데요, 퍼슨은 그 그림자까지 작품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흰 종이와 어두운 그림자의 흑백 대비를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고 해요. 의도를 모르는 관객이 보더라도 작품과 그림자는 너무나 명확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서, 관객의 시선까지 배려한 퍼슨의 관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3

아틀리에 오이

Atelier Oi

Honminoshi Garden

  아틀리에 오이는 ‘종이’라는 일상적 소재에 색, 소리, 향기, 빛 등 다양한 요소를 더해서 공감각적인 디자인 작품을 창조합니다. 그의 작품 ‘Honminoshi Garden’은 사계절의 변화와 일본 기후 현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서 일본 전통지로 제작한 대형 전시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 가운데를 거닐다 보면, 관객 입장에서도 백지의 간결함 가운데에서 자연의 고요함을 느끼게 되는 듯했습니다.



#4

4명의 아티스트

 토라푸 아키텍츠 Torafu Architects

 스튜디오 욥 Studio Job

 토드 분체 Tord Boontje

 줄 와이벨 Jule Waibel

2층으로 가는 길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꾸며진 계단을 따라 한 층 올라가면, 정갈하고 깔끔한 1층의 파트 1,2,3와는 사뭇 다른 화려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총 4명의 아티스트들이 각기의 개성을 모아 하나의 전시 공간을 완성하고 있었어요.

Airvase, 정면

  토라쿠 아키텍츠의 ‘Airvase’는 일본의 제지업체인 ‘카미 노 코우사쿠조’와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한 종이 화병입니다. 이 작품은 친숙한 재료인 종이에 건축적 요소를 결합하여 평면 감과 입체감, 유연함과 견고함, 이 모순된 느낌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Airvase, 측면

  토라쿠 아키텍츠의 철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옆에 줄 와이벨과 스튜디오 욥, 도트 분채의 작품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줄 와이벨과 도트 분채는 아코디언와 같은 느낌을 주는 가구 및 소품 시리즈를 준비하였으며, 그 소품들은 실제 가구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종이 가구 위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었죠. 이들은 종이가 약하다는 편견을 깸과 동시에 일상적인 오브제와 그보다 더 일상적인 종이의 결합을 통해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있었습니다.



#5

짐앤주

Zim & Zou

짐앤주는 자연과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페이퍼 아트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점차 사라져 가는 아날로그 오브제인 플로피 디스크, 필름 카메라,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곤충이나 새와 같은 자연의 생물들을 재창조함으로써 표현의 폭과 깊이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어요.



#6

완다 바르셀로나

Wanda Barcelona

From Color to Eternity

  완다 바르셀로나 스튜디오에서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들만의 생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From Color to Eternity’도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 꽃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라고 해요. 약 4,000여 개의 종이 꽃송이들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초현실적 정원을 구현했죠. 그들만의 방식으로 창조된 정원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감각적으로 느껴졌어요.



#7

마음 스튜디오

Maum Studio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2층의 계단과 마찬가지로 벽면을 깔끔하게 꾸며놓았는데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 하나를 찍어보았어요.

  3층의 전시장으로 올라가자 관객들을 맞이한 것은 마치 가을의 갈대밭을 연상시키는 장관이었어요. 바로 마음 스튜디오의 ‘Paper walk’인데요. 여러 갈래로 무리 지은 연분홍빛의 종이 갈대들이 사방의 거울과 조화를 이루어 마치 끝없이 펼쳐진 동화 속 갈대밭을 연상시켰습니다. 

paper walk

  마치 가을의 갈대밭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소통하는 것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는 종이의 움직임을 듣고, 보고, 만질 수 있게 하여 관객들에게 자연의 감성을 충만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아트샵까지 종이로 표현해서 너무나도 예뻤습니다. 아기자기한 상품들은 전시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놓은 듯했어요.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전시 도록 DP


당신에게 종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종이는 학생에게는 끝없이 지식을 쌓아가는 지식의 보고가 되기도 하고, 예술가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캔버스가 되기도 합니다. 또 종이접기, 만들기를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기도 하겠죠.

 과연, 당신에게 종이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한 번쯤 멈춰 서서, 너무나도 일상적인 ‘종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전시정보>

기간 : 2017.12.07 - 2018.05.27
장소 : 대림미술관
요금 : 성인 - 6000원
학생 - 3000원
미취학 아동 -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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