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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Jun 17. 2018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디뮤지엄 <Weather> 展

  이번 주에는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날씨에 대하여, 사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로 표현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전시였어요. 이번 전시는 꽤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참여해주신 전시였던지라,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들과 작가들을 위주로 소개해 드릴게요.


티켓을 가지고 입장합니다. 입구부터 포토존이에요 :)


  <Weather> 전시는 입구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아래와 같은 나무문을 살짝 밀고 들어가야만 전시를 볼 수 있답니다. 괜히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나무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가면,
틈새로 비치는 빛이 인상적인 공간이 나옵니다. 마치 신비한 나라로 가는 듯한 느낌.





Chapter 1. 

날씨가 말을 걸다



나른한 햇살에 행복하거나



  햇살, 하면 어쩐지 나른함을 느끼게 됨과 함께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생명력과 힘을 느끼기도 해요. ‘햇살’ 전시장은 말 그대로 햇살을 이용한 여러 작품들, 햇살에 행복한 사람들, 나른한 햇살에 몸을 맡긴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어요. 



  입구에 있는 마크 보스윅의 작품들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햇살을 받아 오롯이 초록인 사진들. 찬찬히 노를 젓는 소녀들과 몇 십 년 동안 같은 햇살을 받았을 숲의 녹음까지. 햇빛이 쨍한, 맑은 날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선풍기가 움직일 때 마다 일렁이는 그림자.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울리히 포글 같은 작가들은 사진 작품이 아니라, 이렇게 설치형 작품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괜히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던 느낌.




  전시 내내 몇 번 씩이나 나오는 올리비아 비의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날씨에 따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올리비아 비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분위기가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답니다. 



  햇살로 표현된 영상 작품들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영상의 순간들을 담아봤습니다.





눈, 비

포근한 눈에 미소짓거나



  네 개의 자그마한 사진 작품들을 지나면, 두 번째는 눈과 비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실제 눈이 아니더라도 눈이 흩날리듯 하는 불빛이나, 풀벌레 같은 것들을 찍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눈이 오면 어쩐지 적막한 듯한 느낌을 받아요. 방 안에서 창문을 통해 눈이 내리는 밤을 보자면, 시끌벅적한 서울조차 적막에 싸인 듯한 기분이 들죠.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하는 잠을 자는 느낌.







  눈 내리는 밤의 고요가 보이는 듯한 작품들을 골라 가져와봤어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문구. 언제쯤 이렇게 좋은 문구를 글로 쓸 수 있을까요?





어둠

짙은 어둠에 아련하거나



  세 번째는 ‘어둠’이었어요. 어둠을 활용한 여러 가지 효과를 나타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장의 테마에 맞게 전시장을 어둡게 했다가, 밝게 했다가, 여러 모습으로 표현해서 테마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것 역시 올리비아 비의 작품이었어요.


  어둠이라고 하면 흔히 빛과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좋은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둠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 법이죠. 한편으로는 어둠만이 강조할 수 있는 우리 삶의 구석들도 있고요.



  예브게니아 아부게바의 weather man이라는 작품은 어둠만이 강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by 제임스 니잠




Chapter 2.

날씨와 대화하다



파랑

끝없는 푸름에 설레거나


  다시 밝아진 복도를 따라 노동식 씨의 설치 미술을 감상하며 올라가다보면, 끝없는 푸르름에 다다릅니다. ‘날씨’의 기본이 되는 ‘하늘’의 푸르름.

작품 속에 비치는 스스로의 모습, 반대쪽에 비치된 거울을 활용해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다만 하늘이 한 가지 색으로만 빛나지 않듯, 다양한 하늘 색을 표현한 작품이 한쪽 벽을 메우고 있었어요. 



(좌) 요미노리 미즈타니의 작품, (우) 올리비아 비의 글귀


  하늘의 파랑과 닮은 물의 파랑도,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들을 통해서 볼 수 있었어요. 정말 선명하게 다가왔던 파랑의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안개

깊은 안개에 쓸쓸하거나


  수많은 파랑을 지나 ‘안개’ 전시장에 들어서면 구름이 온 몸을 감싸옵니다. 어쩐지 조금 차가운 구름을 한참 느끼고 있자면, 약간 차가운 공기에 괜히 제목처럼 쓸쓸해지는 기분이에요. 

  구름을 활용한 여러 작품들이 있습니다. 전시장이 어두워서 많이 담지는 못했어요.



구름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들이 구름에 상징과 의미를 담아온 이유일 것이다.

There is something ungraspable about clouds: 

It might explain why people have neem projecting so many meanings and myths 

upon clouds for centuries.

- 베룬나우트 스밀데





빗소리

차가운 빗소리에 위로받거나


  안개를 지나면 빗소리가 가득한, 어두운 통로를 따라서 나가게 됩니다. 그냥 소리 하나 만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느낌. 어쩐지 빗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지는 것은 저 뿐인가요?



내리는 빗속에서
더 이상 젖지 않는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

- 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 중 <비의 무게> 발췌




Chapter 3.

날씨를 기억하다




Epilogue

그곳에 머물렀던 당신의 날씨



  빗소리 구역을 지나오면, 벽에 가득한 야리 실로마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각 사진은 그날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들을 적은, 작가의 손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라는 문자 메시지에 깼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온도계를 확인한다. 여름이 왔다.

 *  나는 파리(Paris)에서 창 밖을 바라 본다. 같은 시간 아이티(Haiti)에서 진도 7의 지진이 있었다. 

 * 뉴욕.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임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사진.

  “오늘은 모든 것이 괜찮다 Today everything is fine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바라본 야리 실로마키와 달리, 김강희 씨의 작품은 포토샵을 곁들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의 장면들을 재구성하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맨 오른쪽의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사진들 속에는 여름과 가을, 겨울이 있어.”

   나는 바람을 막아주는 향나무가 내려다보이는 린다의 농장 주택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봄은 보이지 않네.”


   - 레베카 노리스 웹 -



  그리고 황혼의 순간을 담은 작품들로 전체 <Weather> 전시는 막을 내립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찬란한 빛을, 모두 한 데 어우러지게 하는 황혼으로 말이죠.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 

- 존 러스킨(John Ruskin) -



  <Weather> 전시는 하루하루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날씨와 하루에 대해서, 다양한 작가들의 조금 색다른 시선들을 볼 수 있었던 전시였어요. 한편으로는 이 날씨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오늘 나의 마음 속 날씨는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고요. 

  전시를 다녀온 저의 날씨는 맑음이었습니다. 어쩐지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노을진 하늘의 맑음요.  

  그렇다면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 정보>

장소: 디뮤지엄
기간: 2018.05.03 - 2018.10.28
시간: 화-일요일 10:00AM - 6:00PM / 금, 토요일 (연장 개관) 10:00AM - 8:00PM
요금: 성인 9,000원 / 학생 5,000원 / 유아 3,000원
(앱 설치 후 회원가입 시) 성인 7,000원 / 학생 3,000원 / 유아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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