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윤 Apr 04. 2018

평면의 집, 그리고 편안함.

─작가 박노을과 그녀의 시선─

집 [명사]

1.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2. 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의 수효를 세는 단위.
3.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


    사전적 의미로 ‘집’이란, 그저 몸을 보호하며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편안함, 휴식, 혹은 그 이상의 의미.

    그런 의미에서 작가 박노을의 그림은 마치 집에 간 듯한 느낌을 준다. 편안함, 휴식, 혹은 그 이상의 느낌을. (그리고 그녀가 실제로 ‘집’을 그리기도 하고.)


  그녀는 평면을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한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던 박노을의 세계는 깊이감을 지닌 입체의 세계보다는 보이는 그대로의 평면의 세계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 속의 세계는 그녀의 그림 세계에 그대로 반영된다. 물체 구성을 지적으로 표현하려기보다, 오히려 물체의 면이나 선이 자유롭게 교차되어 마치 큐비즘(cubism)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 속에서는 때로는 대상이 겹쳐서 보이기도 하고, 크기가 역전되기도 하고, 원근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그녀만의 평면 감에서 편안함, 그리고 순수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평면으로 을 그린다.


    박노을은 주로 집을 그린다. 집의 모습, 또는 집 안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모습을. 그녀가 사물들을 그릴 때에는, 세계가 그녀에게 볼 수 있는 만큼만 보여준 것처럼. 그녀 또한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보여준다. 집에서 매일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물건들이지만, 색종이를 잘라 겹쳐 놓은 듯한 평면으로 그려지면서 반만 노출되거나 아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익숙함이 박노을을 만나면, 이렇게 익숙하지 않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익숙하지 않음이 기시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그림이 갖는 힘이다.




그녀는 평면과 편안한 색감으로 집을 그린다.


    평면으로 그린 그림 위에, 그녀는 주로 채도가 낮은 파스텔톤의 색을 입힌다. 공책에서 볼 수 있는 ‘소프트 존’ 같은 색.

    시각에 민감하다 보니, 채도가 높거나 명도가 너무 높으면 그녀 스스로가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가 계속 보아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그림. 그녀만의 편안한 작품 세계는, 피로가 쌓인 눈을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공책에 만들어진 ‘소프트 존’처럼 피로한 삶을 쉬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느낌을 준다.


흰색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공기가 될 수도 있고, 눈, 백야, 밤 등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리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 마음의 안정도 얻을 수 있어요.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그리고, 그 속을 편안한 색으로 채우고 있다. 가만히 볼수록 마음 편해지는 그녀의 작업. 잠시 감상하면서 쉬어보면 어떨까?




은밀하게,

다시,

그림을 바라볼 당신을 바라며 -


매거진의 이전글 시선 끝에 머물, 자유로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