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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Mar 28. 2018

시선 끝에 머물, 자유로움

워홀과 함께 예술 작품이 이래야 한다는 특별한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브릴로 상자처럼 보일 수도 있고 수프 깡통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워홀은 이런 심원한 발견을 이룩한 예술가 집단들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

-아서 단토


바쁜 생활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오롯이 시선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르다가 잠깐 멈춰지는 순간. 그녀의 그림을 볼 때, 딱 그런 느낌이 든다.


흔히 '인물화를 본다'라고 하면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그림 속 인물의 표정에, 행동에, 그리고 표현의 섬세함 등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시선의 끝에 머물게 될 뿐.

그녀의 작품은 자유롭다.


고지현(@gozitive)은 인물화를 그린다.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인물로 구성된 콜라쥬 작업을 하고 있다. ‘인물화’라는 장르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분명 그녀의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 세계에서 인물은 중심에 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녀에게 인물은 '도구'다. 작품의 색과 어울리는 인물을 찾아서, 인물의 표정과 깊이를 사진으로부터 가지고 올 뿐. 그리고 그 인물은 그녀의 재료들과 결합해서 '고지현'만의 세계를 완성한다.


다시 말해- 그녀는 인물화를 그리지만, 인물화라는 장르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대상이 갖는 고유의 색에 집중함으로써,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자유를 얻는다.



자유로운 고지현의 작품 세계.

그녀는 마블링 페이퍼로 그 작품 세계에 자유로움을 한층 더하기도 한다.

우연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마블링 페이퍼. 그녀는 마블링 페이퍼를 만들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몰라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섞어보고 싶은 물감으로 마음대로 휘젓고 종이를 얹는다.

그렇게 수 차례 반복하다보면, 열 장 중 한 장 꼴이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마블링 페이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인물을 콜라주처럼 결합한다.

그러면 또 하나의 자유로운, 고지현스러운 작품이 하나 더 탄생한다.





그녀의 작업은 일탈이고 자유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자유로웠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그림을 보는 우리도 작품을 자연스럽게 대하게 된다. 눈길이 머문 곳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작품들을 기억하게 된다.

오늘도 내 시선의 끝이 그녀의 작품 위에 머무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은밀하게,

다시,

그림을 바라볼 당신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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