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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Mar 18. 2018

캔버스 위, 그의 세계

- 작가 정우재와 사춘기 소녀, 그리고 '반려'견 -

    작품에 정해진 해석이 존재하지 않은 채, 바라보는 관객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는 방식의 ‘소통’을 하는 것이 현대 미술의 흐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종종 전시에 가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멍하니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대체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그린 거지?
 어떻게 저렇게 그리지?



Gleaming-Accompany by.. 91.0×116.8cm oil on canvas 2012
Gleaming-Calm reflection 112.1x162.2cm oil on canvas 2013
Gleaming-Fall in light 89.4x145.5cm oil on canvas 2014


    처음 볼 때는 크기에 놀라고, 자세히 볼수록 섬세한 표현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작품. 작품 속에는 반려견과 사춘기 소녀가 각자의 방식으로 교감하고 있고, 작품을 보는 나는 둘의 교감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신비로움과 편안함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소녀와 반려견의 세계. 이 세계를 그려낸 것은 작가 정우재이다. 그는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Gleaming-Calm twinkle 162.2X260.6cm(162.2X130.3cm 2pieces) oil on canvas 2016


    반려견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서적인 교감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대상이며 변하지 않는 숭고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체구와 귀여운 외향을 지닌 반려견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그 숭고함은 깊이 사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품에서는 인간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는 1차원적인 관념의 반려견이 아니라 그저 함께 마주 보거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로서 반려견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또한 반려견이 인간보다 훨씬 거대해진, 초월적인 존재가 된 낯섦을 표현함과 동시에 보는 이에게 초월적 존재가 된 것을 나타냄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환기시킵니다.

─작가 노트 中



Gleaming-Calm twinkle 디테일
Gleaming-Calm twinkle 디테일
Gleaming-Calm twinkle 디테일
Gleaming-Calm twinkle 디테일


    정우재 작가가 가장 일상적으로 받는 질문은 이것이라고 한다.


“이거 사진 합성한 거 아니에요?” 


    그만큼 그의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세계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극사실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작품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 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에스키스(밑그림)를 만들어야 한다. 배경과 소녀, 반려견까지 빛과 그림자, 시선 등이 모두 조화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에스키스를 만드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한다. 또, 중요한 만큼, 사진을 찍고 합성하여 에스키스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극사실적인 표현과 판타지적인 구성을 조화롭게 하려면 빛과 표정, 그림자들이 조금도 어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반려견과 모델이 나오는 에스키스를 직접 촬영하고 꼼꼼하게 합성한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에스키스를 완성한 후에야, 에스키스를 보고 캔버스 위에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디지털 이미지로 작업한 에스키스를 확대해가며 그림으로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건네지는 정우재 작가의 따스한 위로가 캔버스 위에서 윤곽을 잡아가는 셈이다. 초벌 작업 이후, 2번 이상의 덧칠을 거치고 나야 캔버스 위의 그의 세계가 완성된다.

Gleaming-Calm twinkle 디테일 / 놀라운 빛 표현
Gleaming-Calm twinkle 디테일

 

    많은 사람들이 극 사실주의적 작품들은 ‘사실적인 그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사실감을 통해 작가의 주관을 나타내는 것’이 극 사실주의의 목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재현하는 과정 속에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녹아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그림. 이를 통해 현실의 세태와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은밀하게, 

다시, 

그림을 바라볼 당신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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