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발약쑥
"어서 오세요~"
약쑥 체험장 대표님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일할 수 있는 곳에 찾아온 나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어떤 일이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잘 오셨어요. 여기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이곳은 강화도의 특산물 중 하나인 '사자발 약쑥'을 직접 재배, 가공, 판매 그리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까지 운영하는 곳이었다. 사실 집이 인천이라 강화도에 가끔 놀러 왔었지만, '사자발 약쑥'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대표님의 말씀에 의하면 예로부터 약효가 뛰어나,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아주 귀한 강화도 특산품 중 하나라고 하셨다.
"사자발 약쑥은 모양도 모양이지만, 향긋한 향이 특징이에요. 한번 맡아봐요"
약쑥을 손으로 비벼 코에 갖다 대니, 콧속 가득히 향긋한 민트향이 올라왔다.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다.
"내가 이 향에 취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전업 주부였던 대표님은 약쑥의 매력에 빠져 이 사업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재배부터 가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공부하고 익혀 사업을 운영하고 계신 대표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쳐났다.
약쑥이 약효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최소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잘 말려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엄청난 정성이 필요했다. 첫 번째로, 대표님은 약쑥의 효능을 약으로써 제대로 느끼기 위해 유기농 재배를 선택하셨는데,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무럭무럭 자라나는 잡초를 매일 같이 뽑아야 했다. 매일 약쑥 밭에 나가 허리를 굽혀 잡초를 뽑는 일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또한,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약쑥이 잘 건조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성이 필요한 만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 대표님이 판매하시는 약쑥과 가공 제품은 그 정성에 비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쑥에 어떠한 정성이 들어갔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완성된 제품만 볼뿐,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가공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일본 사람들이었다. 매년 5월만 되면 이곳에 방문하시는 일본인 분들이 계셨는데, 일본에서 쑥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이분들은 약쑥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약쑥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까지 관심이 많았다. 물론 사업을 위함일 수 도 있지만, 그분들은 약쑥 대표님의 정성에 가치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가치를 그대로 가져가 일본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면, 소비자들 역시 그 가치를 인정한다고 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이분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이분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해볼 수 있었다.
"대표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이렇게 좋은 방법으로 좋은 상품을 생산해내시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우리가 일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중에서도 대표님이 생산한 약쑥이 제일 인기가 좋아요.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약쑥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합니다."
"사자발 약쑥을 일본에서 직접 키우지 않고, 이곳에서 사가시는 이유가 있나요?"
"일단, 이 사자발 약쑥은 강화도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키우게 되면 그 향이 약해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님의 생산 방식이예요. 대표님 처럼 친환경적으로 키우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대표님은 이분들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이야기해주셨다.
"이분들은 한국을 여행하시다 이곳에 우연히 방문하셨는데, 내가 어떻게 약쑥을 재배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공하는지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계셨어. 그렇게 약쑥 밭이랑 가공 공정을 보시더니, 가격은 묻지도 않고 수량을 달라고 하시더라고"
대표님의 정성이 담긴 상품이 일본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니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상품에 담긴 정성과 그 가치를 인정받은 대표님은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을까?
이분들이 일본으로 돌아가시기 전, 대표님에게 마지막으로 하셨던 인사말이 생각났다.
좋은 상품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분들을 통해 결과물의 가치만 보는 것이 아닌, 과정의 가치를 함께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2018.05.14-05.17
인천 강화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