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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Nov 21. 2018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모내기

강화도 약쑥 대표님의 소개로 오게 된 섬 속의 섬, 교동도. 이곳에서 만난 어머님, 아버님은 쌀, 토마토, 파프리카, 수박, 등등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계셨다. 그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5월이 되면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모내기

육묘장 내부 모습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도 할 수 있는 모내기 작업. 모내기의 시작은 '모판 나르기'. 육묘장 안에서 자란 파릇파릇한 모는 모판에 가지런하게 심어져 있었다. 각 논에 필요한 모판의 개수만큼 트럭 위로 모판을 쌓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모판 하나의 무게는 무겁진 않았지만, 질척거리는 땅 위에서 물을 잔뜩 머금은 모판을 계속 나르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하필(?) 내가 갔던 이곳은 육묘장을 직접 운영하시는 곳이어서, 여기저기에서 모판을 주문했고, 나는 주문에 맞춰 계속 모판을 트럭에 실었다. 물론, 트랙터를 이용했지만 트랙터 위로 올리는 작업은 사람이 해야 했다.


"아버님, 몇 판 남았어요?(거의 다 했죠?)"


"아직 멀었어~"


'하...'


아마 트랙터가 없었다면 내 허리는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 과정은, 트럭에 쌓은 모판을 논 둑에 가져다 놓기. 모심기는 이앙기를 이용해서 하기 때문에, 트럭에 실어놓은 모판을 논둑에 내려놔야 했다. 또다시 모판을 날라야 하는 것이다.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계신 아버님과 논 둑에 옮겨진 모판

모든 논에 모판을 옮겨 놓고, 본격적인 모내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이앙기는 모판에 심어진 모를 분주하게 심고 있었다. 한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이앙기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기계의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옛날에는 어떻게 이렇게 큰 논을 기계의 힘 없이 직접 모내기했을까?'


그만큼 이제는 기계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번 모내기 작업만 봐도 그랬다. 작업에 사용된 기계는 트랙터, 트럭, 이앙기였다.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3가지인데, 3가지 모두 가격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농가가 이러한 장비 때문에, 시작부터 빚을 지고 시작하는데, 사용 도중 고장이라도 난다면? 결국 농사를 지어 번 돈은 농기계 수리비, 농약 구입비, 인건비 등으로 사라졌다. 



"아버님, 농사를 지으시면서 가장 힘드신 점이 뭐예요?"


"돈이 안돼, 투자 대비 수익률이 너무 안 좋아... 이번에도 이앙기에 문제가 생겨서 나만 늦게 모심고 있는 거야. 기계가 고장 나면 수리해야 하잖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다 이런 농기계 수리비로 들어간다고..."


"근데 어쩌겠나, 기계를 안 쓰고 할 수는 없는데"


"기계가 농사 지을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겠네요"


"얼른 논이랑 다 팔아버려야지..."


"나중에 농사일을 자식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으세요?"


"당연하지, 농사는 안 짓는 게 좋아. 예전부터 농사꾼이라는 말이 있잖아, 꾼이라는 게 뭐야?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잖아. 돈도 안되고 대우도 못 받는데... 우리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2018.05.17-05.21

교동도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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