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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른씨 Apr 27. 2021

직장에서 만난 도른씨 Ep.3

‘유언비어’에 대하여

SNS에서 무척이나 공감 가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직장 생활이란, 아침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러 갈 거라고 한마디 한 게 돌고 돌아 점심 즈음엔 토익 보러 간다는 소문으로 바뀌더니 퇴근 즈음엔 이직 준비하냐고 질문이 들어오는 곳이다.” 내 표현으로 다시 쓰자면, 직장이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곳이다. 미혼의 20대 여자 직장인인 나에 대한 유언비어는 대부분 남자에 관련된 것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함께 일하는 남자 팀원을 만났고, 같이 커피 한 잔을 사서 출근한 날이었다. 그날 오후, 파트장이 나에게 갑자기 면담을 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불려갈 만큼 업무 상 실수한 것이 없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회의실로 따라들어갔고, 얼떨떨함에 말문이 막히게 되었다. 그 남자 팀원과 티 나게 연애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결코 그런 사이가 아니고, 오늘 출근길에 우연히 만나 함께 오게 된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 진실 따위가 중요하겠는가. 둘이 사귄다고 소문난 거 자체가 여자인 나한테는 치명적인 결함이라 다그칠 따름이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을 안 하니 파트장은 한참을 왜 굳이 사내 연애를 하냐, 업무에 소홀해지면 둘 다 불러내서 경고하겠다 등 말도 안 되는 으름장을 잔뜩 놓고 나갔다. 기가 막힌 이 소문은 내 꼬리표가 되어 그 남자 팀원이 이직을 하고 난 후는 물론이고 내가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날 괴롭혔다.


새로운 회사로 이동하고 난 후에는 더 강력한 유언비어가 돌았는데 해명의 가치도 없을 지경이었다. 팀의 홍일점이었는데 본래 성격이 털털한 덕에 남자 팀원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고 그 모습에 괜한 질투심이 난 것인지 유포자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그 내용인즉, 내가 남자 팀원 세명에게 ‘오피스 와이프’가 되고 싶다고 꼬셨고 다 차였다는 것이었다. 남자 팀원들은 심지어 유부남이거나 결혼을 앞둔 사람이었기에 소문에 연루된 사람 모두가 몹시 불쾌하고 유포자를 색출해서 신고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결국 유포자가 누군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따지지도 못하고 적극 해명하는 것도 우스운 꼴이었기에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자극적인 유언비어가 돌고 돌다 보니 가십거리가 되기 십상이었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소위말해 ‘남자 좋아하는 이미지’로 비치게 되었다.


직장 내 ‘유언비어’가 근절되지 않는 게 참 답답하다. 회사에 왔으면 서로가 맡은 업무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어떤 이는 질투심에, 어떤 이는 지루한 직장 생활을 깨는 화젯거리로 삼고자 유언비어를 흘리는 듯하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속이 곪아 터지는 동료가 있음을 무시하고, ‘유언비어’나 유포하며 수군대는 도른씨들 덕분에, 나는 기꺼이 쌈닭이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들리면 바르게 정정해 주며 유포자를 끝까지 캐내 말 조심하라고 용기 있게 따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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