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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Aug 10. 2022

캐나다 샬럿타운 마지막 날, 익숙하고 익숙하지 않은 길

끼룩 끼룩~

"끼룩?" 아침 식사를 하던 첫째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이곳 캐나다 PEI 샬럿타운 숙소에 온지 3주가 되었지만, 끼룩이라는 새소리는 처음 듣기 때문이다. 의성어 끼룩 끼룩은 갈매기 울음소리를 표현할 때 사용되는 소리가 아니던가? 설마? 나와 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베란다 마당으로 뛰어 나갔다. 와! 저쪽 지붕 위로 갈매기 두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끼룩 끼룩! 또 다시 울음 소리를 내는 녀석들이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갈매기와 함께 하는 행운을 얻었다. 아름다운 샬럿타운의 해안가, 하지만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갈 자신이 없다. 어제 하루 종일 해안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마침표를 찍었던터다. 그런데 갈매기 두 마리가 숙소까지와서 인사를 해주니 반가운 마음으로 끝인사를 건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여 동안 에어비앤비 안팎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식기세척기와 세탁기를 돌렸다. 이곳에 처음 왔을때의 상태로 최대한 되돌려 놓았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건조기에서 꺼낸 옷가지를 정리해 캐리어에 넣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아이들도 제 몫을 해내는 경험을 통해 어른스러워지고 있는 중이다.


첫날에 설레임으로 앉았던 테이블에 오늘은 아쉬움으로 앉았다. 호스트 헤더에게 간단한 작별 인사를 적고, 작은 선물을 놓아두었다. 그동안 고마웠고, 덕분에 편안하게 잘 지내고 떠납니다.


셀프 체크아웃을 마치고 집을 나서면서 원래의 계획은 다운타운 중심가인 빅토리아 로우에서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예약해둔 렌트카를 인수해야 했다. 하지만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걸 힘들어 했던 아이들은 공항으로 곧바로 가길 원했다. 다만 그전에 공원 놀이터에서 마지막으로 놀고 싶어 했다. 공원 놀이터까지는 직진으로 몇 미터만 이동하면 되기에 캐리어를 끌고 씩씩하게 이동했다.


사실 공원 놀이터와 빅토리아 로우는 한 블럭 직진으로 걸으면 되는 거리로 아주 가깝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 로컬 마켓이 그곳 거리인 퀸 스트리트에서 열리고 있을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거리 전체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양 옆으로 쭈르륵 천막을 쳐서 다양한 물건을 판매했다. 지난주 일요일에 본 로컬마켓에서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샬럿타운 공항에는 작은 레스토랑이 한 곳 있다. 샬럿타운에 도착하던 날, 그곳에서 햄버거와 다른 음식을 먹었었는데 오늘은 그곳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로컬 마켓에서 판매되는 음식을 사와서 공원에서 먹기로 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동안 로컬 마켓을 한 바퀴돌며 구경했다. 규모가 꽤 컸다. 각종 그림, 공예품, 수제품, 비누, 장신구, 독특한 초컬릿, 빵, 샌드위치, 타코 등 다양한 물건을 팔았다. 나는 두 종류의 핫도그를 사들고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저쪽에 가면, 손바닥보다 더 큰 프레즐도 팔아. 엄마가 손이 없어서 못 들고 왔어. 너희가 가서 하나 사올래? 딱 그거 하나만 팔고 오달러라서 돈 내고 받아오기만 하면 돼, 엄마는 여기서 짐 지키고 있을게."

맛있게 핫도그를 먹는 두 아이에게 프레즐로 유혹을 해본다. 길 건너편에 있는 샬럿타운 도서관 건물 측면을 따라 걸으면 정문이 나타나는데 그 앞이 퀸 스트리트이다. 통행금지라서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자주 다니던 길이라서 아이들에게 제안을 해본다. 구경할 거리가 정말 많았기에 아이들이 샬럿타운을 떠나기 전에 직접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아이들은 구경은 하고 싶지만 엄마와 함께 가고 싶단다. 캐리어를 끌고 구경을 가자는데, 나는 약간의 강요를 섞어서 아이들을 보냈다. 첫째 아이는 뽀루퉁해서 동생을 데리고 걸어갔다. 나는 공원 놀이터에서 도서관 정문까지 걸어가는 아이들을 지켜 보았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놀이터에 서너살 정도 되는 외국인 아이가 왔다. 길다란 외나무다리처럼 생긴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그 위를 1m 정도 걷다가 내려간다. "오 마이 갓~~"하며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한다. 곧이어 아빠도 와서는 아이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마다 박수를 치며 과장된 응원을 보낸다.


진심이 담긴 과장된 응원. 그게 가능한 나이가 언제까지일까?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얼쑤~잘한다~만 해줘도 씩씩하게 도전을 한다. 하지만 점점 자신의 생각과 기준을 갖춰감에 따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부모의 말이 아니라 자신이 판단해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과장된 응원보다 논리적인 설득이 좀더 중요해진다.


두 아이가 생각보다 오래 있다가 돌아왔다. 볼거리가 많아서 충분히 보느라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온 첫째 아이는 여전히 표정이 안 좋았다. 프리첼을 사지 않고 빈 손으로 돌아왔는데, 그게 걱정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구경을 하면 그걸로 좋았는데, 아이는 프리첼을 사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알아 들었던 모양이다. 나의 실수다, 좀더 차분하게 알려주었어야 했다.


도서관 건물 측면을 따라서 걷는 그 길, 마켓 거리로 가는 그 길이 아이에게는 두근거리는 길이었을 것이다. 샬럿타운에 와서 열 번도 넘게 지나다녔던 길이지만, 엄마 없이 동생과 함께 걷는다는 건 아이에게 도전이었을 것이다. 몇 번의 대화끝에 결국 우리는 다같이 캐리어를 끌고 도서관 건물 측면을 따라 걷고 있었다. 퀸 스트리트 로컬 마켓에 도착해서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캐리어 세 개를 한 곳에 모아두고 천막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나 혼자 구경할 때 큰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 머리끈을 발견했는데, 역시나 아이는 머리끈을 구매했다.


로컬 마켓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서 우리는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서의 마지막 장소가 이곳이 되다니!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캠프에 있는 동안 나 혼자 자주 왔던 곳이다. 도서관 안에는 더 쉐드(The Shed)라는 카페가 있었다. 바로 근처에 꽤 큰 커피 전문점이 있었는데 상호가 같았다. 매번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떠나는 전 날에야 알게 되었다. 사실 오늘이라도 그곳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셔보고 싶었는데, 그곳 대신에 이렇게 도서관 쉐드에서 마지막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아이들도 먹어보고 싶었던 마카롱을 주문했다.


창가 너머로 마켓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프리첼도 보였다. 나는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손바닥보다 큰 프리첼을 사오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뻔히 보이는 바로 앞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다녀왔다. 크기에 압도당해 먹어보고 싶었던 프리첼이었는데, 두 아이 모두 맛있게 뜯어 먹었다. 그리고는 각자 프리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꼬임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판매하는 천막에 다시 가서 보고 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수첩이 쓰임이 좋다며 거의 다써서 또 하나 필요하다는 아이에게, 저쪽 천막에서 수제 노트를 팔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천막이었는데도 둘이서 나가더니 노트 한 권을 사왔다. 이렇게 쉬운 것을! 아이들이 생각하는 안정 거리 안에 엄마가 있으니, 두 아이 모두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 안정거리가 좀더 넓어지기를 바라는 욕심에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 같다. 미안한 마음과 조금 더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 두 가지가 서로 부딪치고 있다. 승패를 가르기가 어려워서 두 마음을 모두 접어 넣었다.


사실 아까 놀이터에서 외나무다리를 타는 아이에게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는 부모를 보며, 나도 아이들이 돌아오면 저렇게 반겨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로컬 마켓에서 돌아온 두 아이에게 양 팔을 벌려 반겨주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기대했던 반응은 얻지 못했다. 진심을 담은 과장된 응원, 예전에 참 많이 하던 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당연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지만, 가끔은 흐름을 멈추고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과장된 환호성을 보내주고 싶다. 아이들은 유치하게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기분 좋아할 것이다. 익숙한 길을 걸어갈 때는 논리적인 응원이,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어갈 때는 다소 과장된 응원이 아이들에게 기운을 일으켜 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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