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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Aug 09. 2022

비가 오락가락? 쭈룩! 어쩔까나, 캐번디쉬!

빨강머리앤의 고향 캐번디쉬에서 첫 날

노트북 위로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테이블 위에 커피도 한잔 놓여 있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이곳 캐번디쉬에는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 소나기가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여전히 밝을 걸 보니 지금 소나기도 곧 사라질테지. 게다가 빗줄기도 매우 여리다.


어제 저녁 늦게 이곳 캐번디쉬 숙소에 도착했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에서 유명한 지역 두 곳을 꼽으라면 샬럿타운과 캐번디쉬 두 곳일 것이다. 샬럿타운은 PEI의 중심 도시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캐번디쉬는 빨강머리앤의 고장으로 몽고메리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캐번디쉬에는 코티지(cottage) 형태의 숙소가 많다. 우리가 약 일주일동안 머물 장소 역시 민트색 지붕의 코티지이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비슷한 형태의 코티지가 몇 채 더 있었다. 집터보다 더 넓은 잔디밭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빨강머리앤이 살던 초록 지붕집이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이유로 이곳 에어비엔비 숙소를 예약했기도 하다.





발코니 테이블 위에 놓아 둔 노트북과 커피잔 위로 오락가락 하던 빗줄기가 어느새 사라졌다. 휴, 다행이었다. 자리를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심 고민이 들기 시작하던 때였다. 불과 몇 시간전, 캐번디쉬 해변가에서처럼 부랴부랴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비 앞에서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캐번디쉬에 오면서 아이들이 가장 바랐던 것은 해수욕이다. PEI는 섬이라서 모든 방향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다. 하지만 샬럿타운 해안가는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요트같은 배가 정착해 있는 항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캐번디쉬에서의 첫 날, 우리는 곧장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먼저 한국에서 가져온 레쉬가드를 챙겼다. Cavendish Tourist Mart에 들러 돗자리와 듀브, 모래놀이 장난감, 샌드위치와 간식 등을 샀다.


한국을 떠나 온지 3주만에 운전대를 잡았지만, 캐번디쉬의 도로 상황이 한적해서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휴, 다행이었다. 렌트카를 인수하기 직전까지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캐번디쉬 비치(cabendish beach, Prince Edward Island)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조금 더 달려 드디어 해수욕이 가능한 장소에 도착했다! 와아! 바다다!





사실 아까 입장료를 지불할 때, 아이들이 많이 실망한 일이 있었다. 바다 사정으로 오늘은 해수욕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모래 놀이는 가능하다고 해서 도착한 해변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한국의 여름철 해변과 비교하면 매우 한적한 편이었지만. 적당한 장소에 돗자리를 펴고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바다 속에 들어가서 노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로 근처에 라이프가드가 있었지만 그들을 막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떤 부자가 바다 속으로 좀 더 들어가니 라이브가드가 와서 제지를 한다. 아하! 딱 저 정도는 들어가도 안전한가보구나! 바다는 아이들 무릎 깊이로 얕아서 놀기에 좋았다. 앉아서 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놀았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모래도 파서 예쁜 조개도 찾았다. 우리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수욕이었다.


두시간쯤 지났을까, 오전에 잠깐 뿌리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둑! 해변가 사람들이 짐을 챙겨 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부랴부랴 짐을 들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비가 그쳐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비의 변덕에 아쉬움이 남았다.


캐번디쉬 비치에서 아쉬운 해수욕 후에 숙소에 돌아왔다. 넓은 잔디 위에서 두 아이들은 뛰어노느라 바쁘다. 나는 발코니 테이블 위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노트북을 열었다. 잠시 뒤 또 다시 내리는 비, 비야! 이번에는 안 속을 거야! 비 앞에서 여전히 초조해지지만, 조금은 느긋해질 수 있었다.





캐번디쉬의 비는 오락가락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다음날 주룩 주룩 내리는 폭우를 바라보며, 비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날씨 예보는 오전 내내 폭우, 소나기가 아니라 폭우였다. 아이들은 해수욕을 해야한다며 아쉬워하고, 나는 빨강머리앤 관련 장소를 둘러봐야 한다며 아쉬워 했다.


이번 주 내내 비소식이 있다. 샬럿타운에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비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주룩 주룩 내리고 있다. 물론 지역적 차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기상 상황이 그러한 것이지만. PEI의 샬럿타운과 캐번디쉬 두 곳을 여행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빨강머리앤의 자취를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비야! 이제 좀 그쳐주렴. 이번 일주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마음이 조급하단다!


다행히 오후 몇 시간동안 비가 그칠 예정이다. 서둘러 어딘가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캐번디쉬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그린 게이블스 헤리티지 플레이스(Green Gables Heritage Place)에 가보고 싶지만, 그전에 아이들과 함께 가야할 곳이 있다. 한국에서 가져온 얇은 긴팔로는 한낮에도 19도밖에 되지 않는 요 며칠 날씨를 보내기가 힘들다. 기념품 샵에서 그냥 지나쳤던 두꺼운 긴팔 옷을 사러 다녀와야겠다. 그 뒤로 계속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앤을 만나러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쩔까나, 이후 일정은 모두 날씨에 맡겨야하니! 날씨야, 부탁해를 마음 속으로 외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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