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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Aug 30. 2022

캐번디쉬 해변에서 튜브 타는 사람을 찾기 힘든 이유는?



캐번디쉬에 도착한지 4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에 나가보니 마당의 잔디는 젖어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캐번디쉬 국립공원 해안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우리는 아침 식사 후에 바다로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먼저 레쉬가드로 갈아입고, 비치타올과 돗자리 등을 챙겼다. 마트에 들러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간식을 구매해서 차의 트렁크에 넣었다. 트렁크에는 사용하지 않은 튜브 2개가 놓여 있었다. 캐번디쉬에 도착한 둘째 날, 바다 수영이 금지가 되어서 개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던 튜브였다. 오늘은 튜브를 탈 수 있을까? 비가 오지 않으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안류 위험, 바다 수영 금지 안내판




국립공원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오늘 날짜가 적힌 영수증을 받았다. 운전석 앞쪽 유리창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놓아 두어야 한다. 직원은 수영 금지라고 말하지 않았다. 드디어 바다 수영을 하게 된 것이다! 두 개의 튜브와 짐들을 챙겨서 모래사장 위에 자리를 잡았다.


날이 좋아서인지 지난번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주차장에서 해변까지 데크로 연결되는 짧은 길을 걸을 때, 등에 의자를 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해변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편안히 쉬는 사람들, 수영복을 입고 업드려서 누워 있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바다 속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캐번디쉬 해변가에서 각자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파도는 바다에서 육지를 향해 밀려오고, 사람들은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바다 위에는 파도가 만들어낸 담벼락이 여기저기에 있었고, 그 앞에는 사람들이 옆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파도 담벼락의 가장 윗부분이 새하얗게 부서지기 시작하면 이내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온다. 물로 만든 담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지르는 소리들. 파도는 육지를 향해 나아가며 점점 낮은 담벼락을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높이까지 바다로 나아가 파도를 맞이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무리를 몇 차례 통과하는 동안 파도는 새하얗게 부서지고, 해안에 도달하면 아이들 무릎 높이 정도로 얕아진다.


아이들과 함께 바다 속으로 걸어가본다. 한 걸음, 두 걸음, 무릎에서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를 맞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기 멀리에서 자기 키보다 높은 파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좀더 앞으로 걸어간다. 파도가 나의 가슴에 부딪치며 머리 위로 바닷물을 뿌리고 지나간다. 짜다, 진짜 바다로구나! 아이들은 점프를 하며 파도를 즐기고 있다. 나는 내가 바닷 속에 있다는 느낌을 만끽하며 감상에 젖어든다.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바다는 스무살 무렵이다. 그것도 해수욕은 아니고 바다구경이다. 사실 해수욕이라는 걸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한가운데 돚대 역할을 하는 철당간이 세워져 있는 고장에서 몇 십년을 살았다. 동서남쪽 어느 바다까지든 상당히 먼 거리였고, 자연스레 바다보다는 산과 계곡을 가는 일이 많았다. 결혼 후 동해바다까지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살게 되면서, 아이들이 바다를 보고 싶어 하면서는 일 년에 한 두번씩 바다 구경을 했다. 하지만 해수욕이 아닌 바닷물에 발 담그기 정도에 그쳤다. 그러니 지금 캐번디쉬에서 바다 속으로 점점 걷고 있는 이 순간이 꿈 같을 수밖에! 바다 속 물결은 무척 부드럽고 짜다! 실내 수영장 중에는 바닷물을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살며시 느껴지던 냄새가 이곳에서는 무척 강하게 느껴졌다. 진짜 바다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도 튜브를 가지고 놀지 않았다. 한국의 해변가에서는 튜브가 필수가 아니던가. 나는 튜브를 하나 손에 들고 라이브 가드 몇 명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튜브를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했다. 혹시 바람을 넣는 에어펌프가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아! 바람 넣기가 힘들어서 사람들이 튜브를 사용하지 않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한 시간 후 틀린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튜브에 바람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아무런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별다른 수가 있겠는가, 튜브 마개를 꼭 붙잡고 입으로 후후 불기 시작했다. 지름이 90센치 정도 되는 튜브에 바람을 언제다 채워넣을까 싶었다. 바다를 보며 훅훅 입김을 불어 넣는다. 하늘에서 끼룩 끼룩 갈매기가 날아간다. 파도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육지로 다가온다. 입 소리와 갈매기 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가 합쳐져서 꽤 어울리는 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튜브에 바람을 넣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입으로 후후 불어서 완성한 튜브




튜브는 두 개를 구매했지만 아이들은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파도가 오기 시작하면 튜브에 앉는다. 그러면 파도가 튜브를 밀어내주는데 무척 재미있어 했다. 한국의 워터 파크에서 보았던 인공 파도풀장이 떠올랐다. 자연이 만들어 준 풀장에서 두 아이는 천국이라도 온 냥 신나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라이프 가드가 다가오더니 튜브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튜브를 가지고 노는 건 우리뿐이다. 캐번디쉬 해변은 바다속으로 꽤 걸어나가도 얕은 수위가 계속되고, 파도도 적당히 일렁여주어서 맨 몸으로 파도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 몸으로 파도를 맞기도 하고 수영도 하며 즐기고 있다. 몇 명의 사람들은  작고 큰 보드를 가지고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얕은 파도에 맞서기 위해 서핑보드에 매달렸고, 어른들은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보드에 올라섰다. 육지로 올라온 잔잔한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캐번디쉬 해변은 주차장에서 도보로 오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짐을 들고 걷는 길은 나무 데크로 설치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없다. 중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는 가족을 볼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산책하듯 걸어서 해변가에 도착하면 그날의 날씨와 바다에 대한 정보가 적힌 칠판을 볼 수 있다. 바로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바다가 눈앞에 놓여 있다. 데크가 끝나고 해변이 시작되는 그곳, 입구와 출구의 역할을 담당하는 그곳에는 임시 안내판이 세워져 있을 때가 있다.



둥둥뜨는 장비는 사용하지 마세요!




우리가 튜브 사용을 금지당한 시점에 그곳에는 하나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아까는 없던 안내판이었다. 하지만 캐번디쉬 해변에 거의 매일같이 드나들면서 매일같이 보게 되었던 안내판이기도 했다. 임시 안내판은 세 종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바다수영 금지'는 첫날 이외에는 보지 못했다. '물에 뜨는 장비 사용 금지' 안내판과 '이안류 위험' 안내판은 거의 매일같이 볼 수 있었다.


캐번디쉬 해수욕장은 이안류의 위험이 있는 장소였는데, 이안류로 인해 파도가 갑자기 육지에서 바다쪽으로 치는 경우가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다. 이안류는 캐번디쉬뿐만 아니라 한국의 해수욕장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 일주일동안 캐번디쉬에서 해수욕을 하면서 이안류로 위험해지는 상황을 겪거나 목격하지 않았다.


캐번디쉬 국립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사용하는 사람을 볼 수 없던 이유는 바로 '물에 뜨는 장비 사용 금지' 안내판 때문이다. 이곳에는 라이프 가드가 상주하고 있었는데, 양쪽에 깃발 하나씩을 꽂아서 구조 가능한 영역을 표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안에서 바다수영을 즐기는데, 이 영역안에서는 튜브 사용이 금지된다. 즉 이 영역 밖에서는 튜브를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다. 튜브는 대부분 아이들이 사용하는데, 아이가 있는 가족은 라이프 가드가 관리하는 영역 안에서 바다수영을 할터이다. 그래서 캐번디쉬 해변에서는 튜브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캐나다 PEI 캐번디쉬 국립공원에서 해수욕을 하려면 튜브가 아닌, 서핑보드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쉬지않고 다가오는 파도를 타는데는 서핑보드만한게 없어 보인다. 길다란 서핑보드 위에 누워서 파도와 함께 육지로 쑤욱 날으는 아이들을 보니 무척 즐거워보였다. 파도 위에서 튜브를 타는 것만큼 재미있어 보였다. 서핑보드가 필요하겠어, 하고 생각했다.



캐번디쉬 해변의 파도는, 무척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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