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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Aug 30. 2022

샬럿타운 1일1랍스터 대신 감자칩을, 캐번디쉬에서도!

"1일 1랍스터!"

하루에 한번씩 랍스터를 먹어요. 캐나다 PEI 샬럿타운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곳에서는 빨강머리앤과 함께 랍스터 캐릭터가 붙은 기념품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랍스터 산지이다. 그래서 한국보다 저렴하게 신선한 랍스터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캐나다로 출발하기 전 나와 아이들은 샬럿타운에 가면 랍스터를 꼭 먹어보자고 다짐했다. 샬럿타운 해안가 주변에는 유명한 랍스터 레스토랑이 여러곳 있었고, 그중에서 한 곳을 정해 이른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다. 워터 프린스 코너 샵 시푸드 레스토랑 (WATER PRINCE CORNER SHOP SEAFOOD RESTAURANT)은 이름처럼 길가 코너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낮의 날씨가 더워서 이왕이면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 앉고 싶었다. 하지만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이미 내부 자리는 예약으로 꽉 차있었다. 우리는 외부 자리로 안내를 받았고, 차양막 아래 테이블은 의외로 덥지 않았다. 오히려 노천에서 식사를 해보고 싶었던 마음을 충족시켜 주었다. 


우리가 선택한 사이드 메뉴, 감자 프라이와 샐러드, 해산물 죽 등과 함께 빨갛게 익은 랍스터가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우와~ 아이들은 준비된 도구를 사용해 랍스터를 잘라가며 먹기 시작했다. 어찌나 집중해서 자르고 살을 빼내고 쪽쪽 빨고 먹는지 정말 귀여워서 사진을 계속 찍어댔다. 아이들과 함께 무척 만족스러운 랍스터 식사를 끝낸 나는 문득 한국에서의 랍스터 시세가 궁금해졌다. 캐나다에서 나와 아이들만 랍스터를 먹는게 미안해서 한국에 가면 함께 랍스터를 먹으러 가야지 생각했다. 몇 번 검색을 마친 나의 결론은, 의외로 한국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거였다. 신선도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격면에서는 샬럿타운에서 1일 1랍스터로 집중할 만큼의 차이가 아니었다. 물론 캐나다 샬럿타운에서 맛보는 랍스터는 무척 맛이 있긴 했다! 






캐나다 샬럿타운에서 1일 1랍스터를 한다는 말은 매번 통째로 랍스터를 먹는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랍스터가 유명한 곳답게 랍스터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음식에 랍스터 살이 올려진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샌드위치, 버거, 베이크트 포테이토, 샐러드, 타코 등을 먹을 때도 랍스터가 올려진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숙소에서 끼니를 만들어 먹는다면, 랍스터 통조림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매끼 랍스터를 맛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우리가 자주 갔던 플로우팅 푸드 코트에는 랍스터롤로 유명한 가게가 있다. 항상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주문을 하고 나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몇 십분을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랍스터 푸틴을 맛보았는데, 캐나다 전통 음식인 푸틴 위에 랍스터 살이 올려진 음식이었다. 





하지만 나와 아이들은 이렇게 살이 조금 올려진 음식보다는, 통째로 랍스터를 먹는 게 흡족스러웠다. 한번은 샬럿타운 숙소에서 랍스터를 삶아 먹었다. 살아있는 랍스터를 삶는 과정은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을만큼 철학적인 고난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크고 쫄깃한 랍스터를 맛볼 수 있었다. 당연히 더욱 저렴하게! 음식점에서 곁들여 나오는 사이드메뉴와 소스는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여건이 된다면 랍스터를 직접 사서 먹는 방법도 추천한다. 살아있는 랍스터가 아니라 예약 후 자숙 랍스터로 구매해 오기를, 반드시! 





샬럿타운에서 몇 번의 랍스터 요리를 먹은 뒤 나의 결론은 1일 1랍스터보다는 감자칩을 먹자는 것이다. 웽? 갑자기 튀어나온 감자칩은 무엇인가 어리둥절 할 수도 있겠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랍스터뿐만 아니라 감자가 많이 생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커다란 생감자를 그대로 잘라서 만든 것같은 감자칩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맛으로 말이다! 캐나다 샬럿타운에서 약 3주동안 렌트카 없이 종일 걸어서 구경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찐 원인에는 바로 감자칩이 있다. 어찌나 맛있던지!



캐나다 샬럿타운과 캐번디쉬 가게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자칩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레이 감자칩도 있었지만, 올드 더치(old dutch), 커버드 브리지(covered bridge) 같은 생소한 브랜드의 감자칩에 손이 갔다. 컴플리먼츠(compliments)라고 적힌 슈퍼마켓 전용 상품인 듯한 감자칩도 맛있었다. 모든 브랜드의 감자칩이 밀가루 섞인 과자보다 감자에 가까운 맛이었다. 자르기 전 모양이 어른 주먹만큼 큼지막했을 것 같은 조각을 발견하고 여러 번 잘라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샬럿타운에서 우와~하며 감자칩을 먹던 아이들은 캐번디쉬에서는 조금 시큰둥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감자칩을 사랑스럽게 껴안고 먹었는데, 다양한 맛을 비교하며 동시에 맛보기도 했다. 올드 더치 브랜드의 로스트 치킨 감자칩은 끝맛이 살짝 아쉬웠다. 독특한 향신료 맛이 났는데 살짝 거슬렸다. 스파이시 딜 피클 감자칩의 맛은 놀라웠다. 피클 대신 먹어도 될 것 같은 맛이었기 때문이다. 바삭한 감자칩에서 이런 맛이 나다니 신기했다.  


케찹 맛 감자칩은 캐나다에서 주로 판매되는 과자라고 한다. 바로 아래 미국에서도 케찹 맛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맛이다. 케첩에 소금을 넣은 듯한 짠맛이 강한 달콤한 맛이었는데 여러가지 맛 중에서 가장 무난하게 느껴졌다. 역시 가장 맛있는 감자칩은 오리지널이었다. 소금맛만 나는 감자칩은 지나치게 짜지만, 무척 환상적인 바삭함이 느껴졌다.



한 달동안 사진으로 찍은 감자칩 이외에도 여러 종류를 먹었다




샬럿타운과 캐번디쉬 음식점에서는 많은 메뉴에 감자 프라이가 곁들여 나온다. 한국에서 쌀밥에 해당하는 음식을 꼽자면 식빵보다는 감자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샬럿타운에서 자주 다니던 다운타운 컨비니언스 상점에서 5lb 분량의 포테이토를 1달러에 판매하는 걸 보고 덜컥 구매했다. 5파운드는 약 2.2kg에 해당하는 무게이다. 주먹 크기만한 감자가 여러개 봉지안에 들어 있었다. 


집에 와서 몇 개를 삶아서 으깬 뒤에 마요네즈와 소금, 후추 등을 섞어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몇 개는 오븐에 구워서 그 위에 토핑을 얹고 샐러드를 곁들이니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갓 구운 감자를 반으로 가르고 감자 속살을 포크로 뒤적여준다음 소금과 후추만 뿌려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식빵보다는 감자가 아이들의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번이라도 가공된 식품보다는 천연 상태의 식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샬럿타운에서 구매한 약 2.27kg의 감자 중에서 두 개는 캐번디쉬 숙소까지 따라왔다. 캐번디쉬 숙소에는 다른 양념 재료는 없었지만 식용유 한 통이 놓여 있었다. 굽거나 으깬 감자에 질려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남은 두 개의 감자를 얇게 자르고 길쭉하게 잘라서 기름에 튀겼다. 시중에서 파는 감자칩처럼 얇지 않아서 바삭함은 덜 했지만, 갓 튀겨낸 감자를 아이들은 무척 맛있게 먹었다. 샬럿타운에서 뒤늦게 구매한 감자 한 봉지를 마지막까지 알차게 먹고 나니 왠지 뿌듯했다. 함께 구매한 발사믹 식초와 함께 버려질 운명에서 구출한 뿌듯함도 섞인 감정이었다. 


두 아이는 이제 감자는 먹기 싫단다. 하지만 한국에 가면 분명히 마트에서 감자칩과 감자스틱을 사달라고 조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포테이토칩을 먹으며 그 크기에 아쉬워하겠지. 한번에 먹기 힘든 넉넉한 양도 생각이 날 것같다.  오리지널 맛이면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가끔은 피클과 불고기, 케찹, 치킨, 비비큐 등 다양한 맛이 먹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래, 한국으로 가기 전에 더 많은 감자칩을 먹어둬야겠다! 뱃살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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