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이노베이션 항해의 닻을 올려라-네거티브 규제

이노베이션, 혁신, 디자인 경영, 리디자인, 경영학,MBA, 규제

by 김동주 Don Kim


규제가 많다고 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고 한다.

문제는 기업 뿐일까?



경직된 사회의 대표 사례가 일본인데, 일본의 규제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문제가 매우 많다. 포지티브 규제라는 개념은 규정에 명시된 사항 이외에는 모두 안된다는 개념으로써, 규제 입법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세상의 모든 변수예측이 가능하다는 대단히 건방진 전제를 마주하는 불편함과 동시에 공무원들로 하여금 "규정에 없으니 난 모르고 내 책임도 아니며, 내 소관도 아니야!"라고 절묘하게 빠져나가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일본을 오랫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백 년된 우동집 등 한 번은 들어봤음직 한... 음식이나 제품 등에 대한 장인 정신과 끊임없는 개선 등으로 대표되는 일관된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나는 그들로부터 불행함을 읽었고, 새로움과 창조라는 측면에서 아는 바는 거의 없다. 나의 유학 시절에 가끔 얘기했던 일본인들 중 그 누구도 자신들의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특히 여자들)



우리에게 포지티브 규제의 부작용은 단지 한정된 공무원 사회 뿐 아니라, 다양한 사안에 대한 물음에 1, 2, 3, 4번으로 심플하게 항목화 할 수 없는 개인의 다양한 의견 개진을 사회적으로 원천차단하는 효과까지 덤으로 줘버리는 객관식 시험의 일상화, 일생화를 통해 집단 전체를 긴 대답과 이야기들에 대해 끈기 없는 단답형 바보로 만드는 사회까지 불러온다. (좋은 예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



미국의 예를 들면, 운전 시 비보호 좌회전이나 일시정지- 비보호 좌회전= 맡은 편에서 차 안오면 직진 신호시 좌회전 가능, 일시정지= 신호등 없는 곳에서 일시정지 후 주변 살피고 진입-표지판을 보면 우리의 교통 체계와는 다른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대도시 대부분 지역에서 좌회전 시 대부분 죄회전 전용 신호등이 따로 있다. 즉 내 죄회전 신호가 파란 신호가 아니면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미국_이런 신호등이 아니면 무조건 비보호 좌회전 가능
한국_비보호라고 써있지 않으면 무조건 대기


이것을 확장해보면 우리의 선택지가 미리 정해져 있어 우리는 상황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이다. 물론, 미국이 무조건 옳다는 뉘앙스의 모든 레토릭에 나는 반대한다. 또한 국토의 넓이와 인구 밀도, 조급성 등 여러 변수가 있기에 교통 신호체계를 바꾸는 것은 틀리기 쉬운 문제이지만, 그 기저에는 개인의 선택의 폭과 그런 선택의 폭이 넓은 사회에서 더 발현되고 발전하기 쉬운 다양성과 능동성을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미국인 모두가 능동적이거나 스티브 잡스는 아니다. 하지만, 규격화와 대량생산으로 요약되는 대규모 산업사회에서는 단 한 두개의 이노베이션으로도 사회 전체의 재정을 바꾸는 파급력 또한 있기에 그 독특한 몇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역전과 재역전이 가능하다. 조선과 내수가 망가졌는데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단 두 가지로 용케 메꾸는 한국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몇 년 후 중국의 기술 굴기 융단폭격 역시 기정 사실이기에... 이제 우리는 좋고 나쁨보다, 다름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Innovators를 길러내고 있는가?



독일 등 유럽 대중교통의 개표구 없이 그냥 타는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이다. 탑승 시 티켓 스캐닝 절차 없이 그냥 타는 방식이라 고객 입장에서 매우 편리한데- 단, 무임승차 적발 시 수십 배의 벌금 ㄷㄷ- 이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개표구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다.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를 벗어나 우리는 하루 빨리 다양성과 개인의 선택에 더욱 무게를 두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는 위반해서는 안되는 규정만 만들어 놓고, 규정 위반이 아닌 모든 것을 허용하는 개념이다.



선수에게는 더 넓은 운동장이자, 낚시꾼에게는 바다 낚시이다.



의견의 자율성이라는 그 본연의 가치 지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부터 우리가 진검승부할 메이저리그 경제블록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고르는 객관식과 포지티브 규제에서 길러진 우리는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개인 간 소통이 다른 나라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는건 나 하나 뿐인가?

네거티브 규제로 국가 전체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비단 기업 규제 해소의 차원만이 아닌, 우리 미래의 문제이다. 식민지 시대의 수동적, 무비판적 날림 패러다임으로 설계한 빨리빨리 대충대충 프레임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후손들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과 참신한 아이디어 등을 볼때마다 나는, 기본 역량이 대단한 사람들임을 부정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느낀다.


이제 이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페루 여행 중 만난 '12각돌'. 어떤 충격에도 끄덕없는 절대적 안정 구조.

이 12각돌을 생각할 때마다 다양성의 힘, 다른 의견과 비판은 어쩌면 축복일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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