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개미

by 고동운 Don Ko

외갓집에는 개미가 많았다. 음식을 잠시라도 놓아두면 어느새 까맣게 개미가 몰려오곤 했다. 할머니는 찌개나 국에 개미가 들어가면 숟가락으로 건져내고 다시 끓여 상에 올리곤 했다. 떼 지어 먹이를 물고 집으로 가는 개미들 중에는 머리가 크고 집게 같은 입이 달린 병정개미들도 있었다. 그 후 한국과 미국에서 개미를 많이 보았지만 병정개미를 다시 본 기억은 없다.


개미를 피하기 위해 할머니가 생각해 낸 방법은 처마 밑에 소쿠리를 매달아 음식을 넣어 두거나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넣고 음식 그릇을 넣어 두는 것이었다. 어쩌다 그릇이 다라이의 가장자리에라도 닿는 날이면 어김없이 개미떼의 습격을 받았다. 그다음에는 물을 담은 다라이 가운데에 그릇을 엎어 놓아 섬을 만든 후 그 위에 음식 그릇을 올려놓았다. 번거롭기는 해도 개미는 피할 수 있었다.


나는 개미를 가지고 놀기도 했는데, 개미를 이쑤시개나 성냥개비에 올린 후 물어 담근다. 개미는 몸이 가벼워 발을 놓으면 물에 뜨는데, 죽기 살기로 나무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놓으면 살 수 있는데, 끝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익사를 한다. 축 늘어진 개미를 볕에 내려놓으면 더러 살아서 돌아가는 놈도 있었다.


가끔 그 시절의 개미들을 생각해 보곤 한다. 나 또한 놓아버리면 자유로워질 것을 죽기 살기로 붙잡고 살았던 세월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개미를 관찰하다가 20% 만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을 보고 내놓은 이론이 ‘파레토’ 법칙이다. 늘 분주히 돌아다니는 개미들이 모두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그중 20% 만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20% 를 골라내었더니 남어지 80% 중에서 새로 20% 가 생겨 일을 했다. 앞서 골라내었던 20% 를 다시 돌려보내도 일하는 개미는 늘지 않고 늘 20% 만 일을 하더라는 것이다.


세상 부의 80% 는 20% 의 사람이 가지고 있고, 퇴근 시간을 늦추며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지만 정작 열심히 일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의 20% 에 불과하며, 옷장에 옷은 많아도 우리가 즐겨 입는 옷는 20%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야기다.


외가에는 개미 외에 빈대도 있었다. 그 무렵 많은 집에 빈대가 있었다. 빈대나 벼룩을 죽이는 약을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DDT를 뿌려 빈대나 벼룩을 죽이는데, 약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혼자 방에 들어가 약을 뿌리고 나오면 한나절 동아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런 약을 치러 다니는 사람 중에 도둑이 있어 방에 있던 귀중품이나 돈을 훔쳐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아버지가 익선동 집을 수리하는 동안 우리 집은 삼청동에 전세를 살았는데, 나는 그때 잠시 집에 가서 동생들과 함께 지냈다. 집은 내게는 다소 낯선 곳이었다. 우선 먹는 음식이 달랐다. 내게는 익숙지 않은 비릿한 생선국이 자주 올라왔다. 주어진 음식을 다 비우지 않으면 편식을 한다고 야단을 맞기도 했다.


아버지는 집을 팔고 모두 정리한 후 구파발에 대지가 100여 평이 넘는 넓은 땅에 집을 지어 이사를 갔다. 나중에 이층을 올린다고 지붕을 슬라브로 만들어 주변에서는 슬라브 집으로 알려졌다. 집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물은 마당에 땅을 파고 펌프를 묻어 지하수를 길어서 썼다. 밤에는 초나 호롱불을 켜고 지냈다고 한다. 나는 전기가 들어온 후에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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