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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un 15. 2018

슬픈 그림

일상에서...

아내가 어머니를 잃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11살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쓰러질 듯 마루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가을 추수로 한창 바빠 일손이 딸리던 때라 아프다고 마냥 누워있을 수만 없어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먹이고는 힘에 겨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촛불이 잣아들듯이 어머니는 병마와의 오랜 싸움에서 이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설탕물이라도 마시면 기운을 차릴까 싶어 어머니는 아이에게 가게에 가서 설탕 한 봉지를 사 오라며 심부름을 시킨다. 아이는 아픈 엄마가 빨리 설탕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숨에 가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게는 생각보다 멀었다. 한참만에 설탕을 사들고 돌아오는데 저만치  앞에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었다. 설탕물을 마시면 기운을 차린다던 엄마가 삼촌의 등에 업혀 택시를 타고 있었다.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다.


아내가 그린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  이야기가  오른다. 그날 아이가 달려갔던 시골길이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록이 가득한데도 슬픈 그림이다. 


                                                30" x 24" Oil on Canv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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