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아내가 어머니를 잃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11살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쓰러질 듯 마루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가을 추수로 한창 바빠 일손이 딸리던 때라 아프다고 마냥 누워있을 수만 없어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해 먹이고는 힘에 겨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촛불이 잣아들듯이 어머니는 병마와의 오랜 싸움에서 이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설탕물이라도 마시면 기운을 차릴까 싶어 어머니는 아이에게 가게에 가서 설탕 한 봉지를 사 오라며 심부름을 시킨다. 아이는 아픈 엄마가 빨리 설탕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숨에 가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게는 생각보다 멀었다. 한참만에 설탕을 사들고 돌아오는데 저만치 집 앞에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었다. 설탕물을 마시면 기운을 차린다던 엄마가 삼촌의 등에 업혀 택시를 타고 있었다.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다.
아내가 그린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 이야기가 떠 오른다. 그날 아이가 달려갔던 시골길이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록이 가득한데도 슬픈 그림이다.
30" x 24" Oil on Canva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