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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ug 13. 2018

미국 공무원 이야기 (마지막 편)

미국 직장에서는 돌아가며 밥을 사는 정서가 없다. 함께 나가 밥을 먹으면 각자 자기 몫을 낸다. 밥값을 인원수대로 나누어 낸다. 조금 비싼 것을 먹었거나 추가로 음료수를 마신 사람이 눈치껏 돈을 조금 더 내기도 한다.


미국 공무원 사회에 회사 돈으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회식문화는 없다. 아예 그런 예산이 없다. 내가 일하던 부서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직원 감사의 날’ 이 (employee appreciation day) 있어, 이때는 일인당 $40-50의 예산이 나온다. 이걸 가지고 지역사무소에서 재량껏 파티를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때는 티켓을 팔아 점심, 또는 저녁 시간에 식당을 빌려 파티를 한다. DJ 도 부르고 해서 제법 신나는 파티를 한다. 


퇴근 후 한잔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까운 동료들끼리 사무실 근처 식당의 해피아워에 맥주 한잔 하는 정도다. 기본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수가 적다. 술을 먹어도 집에서 또는 친구들과 모여 마신다. 폭탄주나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경우도 드물다. 


수퍼바이저 밑에는 적게는 4-5명, 많게는 7-8 명의 직원이 있는데,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직원들은 돈을 모아 수퍼바이저에게 작은 선물을 한다. 이때 여유가 되는 수퍼바이저는 직원들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밥을 사주기도 했다. 규모가 커져 인원이 늘어나며 회사에서 혹시라도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이런 일을 자중해 줄 것을 권유하기도 했었다. 


공무원의 봉급은 일반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능력별이 아닌 직급별이며 보너스도 없다. 그 대신 경쟁이 적으며 시간의 여유가 있고, 은퇴연금 등의 복지혜택은 좋은 편이다. 


휴가는 입사 후 3년까지는 매달 7시간이며 근무연한에 따라 계속 늘어나 25년 이후에는 매달 16시간이다. 병가는 근무연한과 상관없이 매달 8시간이다. 병가 대신에 휴가를 원하면 8시간 병가 대신 매달 4시간의 휴가를 받을 수도 있다. 


휴가는 적립이 가능하며 부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나는 640시간까지 적립할 수 있었다. 모아 둔 휴가는 퇴사할 때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남은 병가는 근무연한에 더 해 진다. 


보험은 건강보험, 치과보험, 안경보험 등이 주어지며 관리직의 경우에는 적은 액수지만 생명보험도 제공한다. 10년 이상 일을 하고 은퇴한 공무원에게는 은퇴 후 연금공단에서 건강과 치과보험 등을 계속 제공한다. 


공무원이 받는 혜택 중 가장 큰 것은 은퇴연금이다. 이것도 지방정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55세가 되면 은퇴를 할 수 있었는데, '근무 연한 x 마지막 본봉의 2%'였다. 55세부터는 매년 곱하는 숫자가 늘어 62세가 되면 '근무 연한 x 마지막 본봉의 2.5%'까지 올라간다. 


경찰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50세부터 은퇴가 가능하다. 미국은 도시마다 경찰이 따로 있다. 한 곳에서 은퇴해서 연금을 받으며 다른 도시로 이주를 해서 다시 경찰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은 미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세를 (social security) 내기 때문에 65세 이후에는 국민연금도 받는다.


그래서 요즘 선거철마다 공무원 연금개혁이 화두에 오른다.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지금 과거에 만들어 놓은 연금제도는 정부의 과다한 지출을 가져와 재정악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은 은퇴연령이 없다. 본인이 원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는 55세 이후에 퇴사하여 은퇴연금을 받으며 다른 일에 종사한다. 나도 58세에 은퇴를 해서 지금은 개인 보험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공무원이 젊은이들의 선망의 직업이 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나라나 공직사회는 다소 보수적이며 경직되어 있고, 변화에 둔하다. 능력과 결과물에 따라 즉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반사회와는 다른 환경이다. 그래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같은 일을 놓고 사기업과 정부가 경쟁을 하면 능률이나 비용에서 사기업이 앞선다. 미국의 많은 지방정부들은 관공서 서비스의 일부를 민영화하고 있다. 창의력 있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은 사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득이다. 


미국에 성차별. 인종차별, 장애인차별 등은 존재하는가. 물론 있다. 이런 차별이 있으니 이를 예방하는 교육을 하고, 방지하는 규정 등이 있으며, 처벌도 있다. 나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이런 차별과 편견을 피해 가려고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휠체어 장애인이며 이민자이고 변변한 학력도 없었던 내가 주 공무원이 되어 31년 간 일을 하며 2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지역사무소 선임 매니저까지 (claims operation manager) 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미국의 공직사회는 비교적 공평하며 정의롭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 실은 미국 공무원 이야기는 나의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 경험을 토대로 한 것임을 밝혀 둔다. 다른 주와 시, 지방정부의 공무원의 경우는 이와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틀은 같다고 보면 된다. 


이글이 미국의 공무원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한국의 공무원 시험이나 제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재미없고 지루한 내용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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