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야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의 금융위기는 부동산 버블의 붕괴와 이에 따른 부동산 융자의 부실화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과소비와 욕심에서 야기된 사태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20% 정도의 다운페이를 하고 남어지는 은행에서 30년 융자를 받아 집을 샀었다. 결혼을 하고 첫아기가 생길 무렵인 30대 초반에 집을 사서, 30년 동안 일을 하며 융자금을 갚으면, 60대 초반에 은퇴를 해서 국민연금인 소셜 시큐리티를 받으며 페이먼트 없이 남은 생을 살다가, 자녀들에게 집 한 채 남겨주고 죽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며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자 이런 틀이 깨어져 버렸다. 집을 사고 나면 1-2년 안에 금방 가치가 올라가니 은행들이 다운페이를 낮추어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20%가 10%가 되고, 5%, 한 때는 3%까지로 내려갔다. 융자액이 늘어나면 월 상환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역시 새로운 융자상품이 해결해 주었다.
일반적인 부동산 융자는 30년 고정이자율을 적용했으나, 처음 1-5년 사이의 상환금을 낮추기 위해 변동이자율을 적용한 것이다. 처음 1-5년 사이는 낮은 이자율을 적용했다가, 5년이 끝나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5년이면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올라가니, 그때 재융자를 하면 된다는 생각들을 한 것이다.
부동산 상환금은 이자에 원금을 더해 갚아야 하는 것인데, 월 상환금을 낮추기 위해 처음 2-3년 동안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상품도 나왔다.
이런 금융상품들은 앞에서 발생하는 이자의 일부를 뒤로 미루어, 2-3년이 후에는 처음 빌렸던 원금보다 더 많은 빚을 지게 만든다.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누적된 자산 가치에서 돈을 빼서 쓰도록 하는 2차 융자나 신용 한도액 등의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도 은퇴연금이나 또는 사채를 빌려 3-5% 의 다운페이먼트만 내고 집을 샀으며,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돈을 빼서, 집을 고치고, 고급차를 사고, 호화 유람선 관광이나 휴가를 즐겼다.
은행과 부동산업계가 호황을 누렸으며, 모두들 흥청망청 소비가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이 거품을 일구어 만들어낸 모래 위의 집에 불과했던 것이다.
일시적으로 상환금을 낮추었던 기간이 지나자, 갑자기 갚아야 하는 돈이 늘어났다. 월 $2,000을 내던 사람에게 $3,000을 내라고 하니, 낼 돈이 없는 것이다. 집을 팔려고 해도 집 값보다 남은 융자액이 더 많아진 것이다. 부동산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부실 은행들이 생겨나고, 주식시장이 붕괴되었으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집 가진 사람들의 자산가치가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세금으로 부실 은행들을 구제했으며, 은행은 빚을 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집을 잃게 된 사람들에게 빚의 일부를 탕감해 주며 재 융자를 해 주었다. 그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손해를 본 사람들은 미국의 중산층이다. 이렇게 한 번씩 경제가 바닥을 칠 때, 부자들은 손해는커녕 도리어 돈을 번다. 부동산 시장에 쏟아져 나온 매물은 모두 부자들 손에 넘어갔다. 은행에 집을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살 곳을 찾아야 했는데, 다시 집은 살 수 없으니 모두들 세를 들어갔다.
부자들은 헐값에 은행에서 사들인 집을 셋집으로 전환해 몇 년 동안 묻어 두었다.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치면 결국에는 오르게 마련이다. 7-8년이 지난 후 부동산 가격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이런 집을 수십 채씩 가지고 있던 부자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다.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바닥을 쳤던 주식시장도 다시 회복을 했고,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던 부자들만 덕을 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름판과 비슷하다. 라스베가스에서 돈을 따는 쪽은 무한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하우스다. 노름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은 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있는 사람, 시장이 다시 올라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자금이 있는 사람이 결국 돈을 벌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