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학기
학교의 장애학생 서비스(SSD)에 가서 면담을 했다. 면담이라고 하지만, 이미 작성해 놓은 종이에 사인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젤은 벌써 주문했다고 한다. 다음 주 수업에 들어가니 새로 온 이젤이 준비되어 있다. 테이블 위에 놓고 쓰니 팔도 안 아프고 편하다. 교수 말이 내게 빌려 주었던 자기의 테이블 이젤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고 한다. 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새 이젤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렸다. 만들어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는 처음이다. 집에 가서 그림을 마저 완성하는 것이 다음 주 숙제였다. 다음 주 수업에서는 반원들이 완성해 온 그림을 보고 함께 검토/비평 (critique)을 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그림을 하나 선택해 관찰하고, 의논을 나누어 메모하고, 발표를 한 후, 다른 학생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0시부터 시작해서 9개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점심 휴게시간 후에 나머지 9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수업이 끝났다. 남의 그림의 장, 단점을 찾아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피곤한 일인 줄 예전엔 알지 못했다.
지난 학기 수채화 반에서도 매주 크리티크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때는 형식 없이 캐주얼하게 했었다. 이번 학기 교수는 종이 양식을 나누어 주어 그림의 장, 단점을 적어 검토하게 했다.
내 그림에 대한 크리티크 시간에는 반원들의 의견을 적어 그림을 수정하는데 반영하도록 했다.
숙제로 제출한 그림은 50점 만점에 46.5를 받았다. 반원들과 교수의 의견을 반영하여 그림을 고쳤더니 내 눈에도 확실히 나아 보인다. 아, 이래서 공부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친 그림을 다시 제출했는데, 아직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