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학기
2/13일 실습시간, 교실에서 처음으로 이젤을 써 보았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는 집에서 테이블이나 화판을 썼고, 지난가을 수채화 수업을 들었던 교실에는 테이블이 있었다. 지금 사용하는 교실에는 테이블은 없고 이젤만 있다.
철제로 만들어진 교실의 이젤은 내게는 너무 높고, 휠체어로 접근이 쉽지 않다. 휠체어를 옆으로 붙여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그리자니 팔도 아프고 힘들다.
매주 수업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줌으로 교수와 면담을 할 수 있다. 다음날 아침, 줌으로 교수와 상담을 했다. 교수도 내가 이젤에서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며, 다음 주 수업 때 이젤을 조절해 주겠다고 한다.
2/20일, 교수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이젤도 조절해 주었다. 지난주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높이와 각도는 여전히 어색하다. 팔이 아파 그림 그리기를 조금 일찍 끝냈다. 교수에게 다음 주에는 그냥 화판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다음날 교수에게 교실에 내가 쓸만한 테이블이 있으면 그 위에 놓고 그리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자기도 생각을 해 보았는데 테이블 위에 놓고 쓰는 이젤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자신의 테이블 이젤을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테이블 이젤을 써보기로 했다.
2/27일, 수업에 들어가니 교수가 높이가 조절되는 테이블 위에 이젤을 놓아 만들어 놓은 내 자리가 있다. 수업이 끝나고 실습시간, 이젤 앞에 앉아보니 높이와 거리가 딱 맞는다. 교수 말이 학교의 장애인 서비스(SSD)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게 필요한 이젤을 학교에서 구입해 줄 것이라고 한다. SSD 오피스에 이-메일을 보내라고 한다.
2/28일, 아침에 SSD 오피스에 이젤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고 줌으로 교수를 만났다. 다 끝난 이야기니 메일을 받으면, 이젤을 구입해 줄 것이라고 한다. 학교가 구입하는 이젤이 올 때까지 당분간 자기 이젤을 계속 쓰라고 한다.
교수와 면담을 마치고 나니, SSD 오피스에서 전화가 왔다. 의사의 서명이 있는 장애 증명을 보내라고 한다. 별도의 장애 증명이 없다고 하니 그럼 사무실에 나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내 파일을 만들 모양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가기로 했다.
교실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 각자 이젤 앞에 자리를 잡고 나면 내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공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그림 그릴 대상을 앞에 두고 자리를 잡은 후, 최소한 2-3번은 드나들어야 한다. (1) 붓을 빨고 물감에 섞을 물을 뜨러 가야 하고, (2)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로 나가야 하고, (3)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더러워진 물을 버리고 붓을 빨러 가야 한다. 그때마다 길을 내주어야 하는 학생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벤치나 이젤을 옮겨 자리를 내어 준다. 귀찮거나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