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학기
화요일이면 Access 밴을 타고 학교에 간다. Access는 장애인을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LA 카운티의 경우, 구역을 넷으로 나누어 4개 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부담하는 편도 요금은 $2.75에 불과해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는 셈이다.
일반 승용차부터 미니버스까지 다양한 차종이 있는데, 나 같은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에는 특장밴이나 미니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차종과 관계없이 공유탑승이다. 행선지가 비슷한 2-3명의 승객이 함께 타고 간다.
차가 나를 데리러 올 때는 대개 1명 정도 승객이 이미 타고 있거나, 가는 길에 1-2명을 태우기도 하기 때문에 미술 도구가 든 가방은 발 앞에 놓고 가게 된다. 얼마 전, 그날은 캔버스도 있어 짐이 두 개나 되었다. 운전기사가 캔버스를 밴차 뒤 편에 넣어 주겠다고 해, 편하게 왔다.
다음 주, 이번에게는 내가 뒤에 넣어 달라고 했더니, 운전기사가 (기사는 매번 다르다)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받아 주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며칠 후, 그림을 마저 그리려고 캔버스를 꺼내보니, 2cm 정도 찢어져 있었다. 그날 차 뒤편에서 무엇엔가 걸려 찢어졌던 모양이다. 뒷면에 테이프를 붙여 봉합을 하고 물감을 더 발라 수선을 했다. 다행히 검은색 물감을 칠한 부분이라 클래스의 학생들이나 교수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넘어갔다.
이번 과제물을 비평/토론한 후, 교수가 3명의 학생에게 복도에 전시를 할 테니 그림을 두고 가라고 했다.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내 눈에도 교수가 선택한 그림이 내 것보다 좋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재미있는 것은 그날 아침 학교 가는 길에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듣고 갔는데, 마침 그림 그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는데, 전시 초대가 들어오지 않아 힘들어한다는 이야기였다. 스님의 답인즉, 먹고사는 걱정 없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살면 행복한 일이다. 전시에 초대가 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그게 왜 문제가 되나.
이 나이에 좋아하는 그림공부하며 지내면 됐지, 학교 복도에 그림이 걸리면 어떻고 안 걸린 들 무슨 대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