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노인 아파트

by 고동운 Don Ko

가게를 하는 동안 부모님은 걸어서 30 정도의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사셨다. 아침 6시에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아버지는 5시 반이면 호신용으로 골프채를 하나 들고 걸어서 가게로 가셨다. 10시쯤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서 차를 가지고 나오면 한가한 오후 시간에 잠시 그 차를 타고 집에 가서 쉬고 나오셨다.


가게에서는 '첵 캐싱'(check cashing)도 해 주었다. 근처의 공장에는 은행계좌를 가질 수 없는 불법체류자들이 많아 급료로 받는 수표는 수수료를 주고 현금으로 바꾸어 갔다. 편의점과 리커 스토어에서는 대부분 '첵 캐싱'을 해 준다. 1 - 1.5%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고 나서 물건을 사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된다.


부모님은 편의점을 10년 운영하신 후 문을 닫았다. 임대 기간을 연장하여 가게를 팔려고 했으나, 유대인 주인은 새로 ‘키 머니’를 요구했다. 아버지는 가게를 접고 은퇴를 결심하셨다. 그동안 낸 사회보장세의 액수가 적어 은퇴연금인 ‘social security’ 에 연방정부가 65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SSI’(Supplemental Security Income) 를 더해서 받게 되었다. 그와 함께 정부가 월세를 보조해주는 노인 아파트에 입주하셨다.


저소득 노인과 장애인을 위하여 정부는 아파트의 월세를 보조해 준다. 월 수입의 1/3 만 내면 남어지는 정부가 지급한다. 전기와 물, 가스 등의 공과금도 모두 월세에 포함된다. 처음 들어가신 아파트에서는 하루 한 끼, 점심이나 저녁을 아래층의 식당에서 먹도록 되어 있었다. 밥값으로 1인당 월 $100 남짓한 돈을 지불해야 했다. 부모님은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돈까지 내며 먹어야 한다는 점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얼마 후 친구분의 소개로 ‘벤추라’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여기서도 같은 조건으로 정부의 보조를 받았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잠시 개신교에 나가시다 곧 가톨릭으로 개종하셨다. 아버지는 ‘바오로,’ 어머니는 ‘클라라’라는 영세명을 받으셨다. 그 후 20년 가까이 공기 좋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 벤추라에서 지내셨다.


거의 반평생을 늘 24/7을 함께 하시며 살아온 분들이지만, 늘 잦은 다툼이 있었다. 어머니는 자주 자식들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하고, 아버지는 우리를 만나면 한 번씩 큰소리를 내시곤 했다. 아이들이 싸우고 역성을 들어달라고 부모에게 매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언짢아했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물건에 집착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가며 온갖 물건에 집착하셨다. 우표와 동전 따위를 모으고, 한 번 손에 넣은 물건은 버리려 하지 않았다. 신문기사를 오려서 모으고, 포장지와 리본을 보관했다. 아파트에서 남들이 버리려고 내놓은 물건도 골라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아파트에는 각 집마다 작은 뒷마당이 있었는데, 부모님은 여기에 밭을 만들어 고추와 토마토, 상추와 깻잎 등을 심었다. 어머니는 수확한 작물의 개수를 적어 놓았다가 우리를 만나면 자랑하시곤 했다.


아버지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이런저런 종교서적을 구해서 읽으셨다. 열심히 나가시면서도 교회에 대하여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그중 하나가 마리아가 평생 동정이었다는 교리다. 평생 동정은 성모 마리아가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의 몸으로 예수를 잉태하였을 뿐 아니라 예수를 낳은 후에도 평생 처녀의 몸으로 생활했다는 믿음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아버지를 만났는데, 그 만남은 늘 고향 이야기로 시작해서 교회에 대한 아버지의 부정적인 견해로 끝이 나곤 했다. 그 무렵 나는 신앙이 없었기만 아버지께 이왕에 나가시는 교회니 그대로 믿고 따르시라고 말씀드리곤 했다.


그리고 10여 년 후 나는 아내를 따라 성당에 나가게 되었다. 이제 아버지 말씀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신앙을 키우고 공동체의 질서를 위하여 교회에 법과 절차, 예식 등이 있어야 함은 마땅하다고 본다. 마리아가 예수를 낳고 요셉과 가정을 이루어 예수의 동생들을 낳고 살았다고 한다고 해서 예수의 신성이나 마리아의 입지가 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예수가 인간이 겪는 신체적 변화를 모두 경험했다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남자아이라면 당연히 청소년기를 겪으며 몽정을 경험했을 것이고, 이웃집 여자아이를 보며 가슴 떨려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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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 color by Grace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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