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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ug 17. 2024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책 이야기

이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지난봄 제노가 한국을 다녀오며 선물로 사다 준 책이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시작한 책을 말복을 지나며 끝냈다.


1-2장을 읽은 후, 한동안 책을 덮어두고 지냈다. 읽던 책을 (나는 대개 2-3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끝낸 후에도 계속 다른 책을 보았다. 이유인즉, 내용이 너무 장황하고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와 함께 제노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던 스테파노가 받은 책을 다 읽었다며 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다시 집어 들었다. 3-4장을 읽으며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나는 정치인 유시민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와는 노선이 다른 사람이다. 그가 쓴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수년 전 내 생일에 누이동생이 그가 쓴 책을 선물로 사 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며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같은 느낌이다. 좀 장황하긴 하지만 글은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잘 썼다.


인간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존재하며,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를 과학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난 이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며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과학이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도리어 과학이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예수님 시절, 학문은 배우 제한적이었으며,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글을 알고 썼을 것이다. 지구가 평면이라고 믿던 이들, 무지개가 왜 생기며, 천둥과 번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절대 불변의 진리인양 믿고 따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빅뱅을 알고,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을 다르게 설명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제까지 진리라고 믿었던 것이 오늘 틀린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과학을 통해 하느님의 능력과 뜻을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왔다고 한다면, 과학도 하느님의 것이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더 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쓰기로 하자.)


“과학에는 옳은 견해와 틀린 견해, 옳은지 틀린지 아직 모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문학에는 그럴법한 이야기와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인문학 이론은 진리인지 오류인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 그게 인문학의 가치이고 한계다.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사실의 토대 위에서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292 페이지)

윗글에서 ‘인문학’을 ‘종교’로(내 경우에는 가톨릭) 바꾸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된다.


유시민이 문과이듯이 나 역시 문과다. 수학은 방정식까지만 이해했다. 과학을 알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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