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야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육구인 LA 교육구 교사와 직원 3만 2천여 명이 파업 중이다. 교육구 산하에는 천여 개의 초, 중, 고등학교가 있으며 교사노조는 학급 정원의 축소, 교원 봉급 인상, 간호사와 카운슬러의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LA 교육구 교사들의 파업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내의 몸살로 어제와 오늘 아침에 내가 조카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미국의 초, 중학교는 규모가 작은 대신 도처에 산재해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의 학교까지 가는 동안 4-5개의 학교를 지나가야 한다.
학교의 입구에는 빨간 옷을 입은 교사들이 한 손에는 구호가 적힌 피켓 다른 손에는 우산이나 커피 잔을 들고 종을 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를 내려주기 위해 학교에 가니, 작년에 이 학교에 다녔던 조카딸 민서의 수학교사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민서에게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자기에게 연락하란다.
시위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손을 들어 시위 교사들을 격려하고, 교사들은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과격 구호나 시위를 반대하는 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시위 교사들 대신 교육구가 고용한 임시교사나 교직원들의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도 없고 경찰의 모습도 없다.
노조가 준비한 유니폼을 입고 머리에는 띠를 두르고 허공에 주먹을 내 지르는 TV에서 보았던 한국의 시위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시위였다. 무급으로 파업 중인 교사들을 위하여 음식을 후원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생겨 났다고 한다.
무력을 쓰지 않고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