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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공모전 (2)

2025년 봄

by 고동운 Don Ko Mar 11. 2025

지난가을, 이스트 로스앤젤레스 칼리지의 ‘빈센트 프라이스’ 미술관의 2025년 봄 전시 공모전에 작품을 냈었다. LACCD에 속한 9개의 2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뽑아 봄에 전시하는 것이다.


2022년, 공모전에 작품을 접수하면 크레딧 점수를 준다고 해서 전 학기에 숙제로 그렸던 그림 중 하나를 골라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얼마 후, 그림이 전시물에 선정이 되었다는 이-메일이 왔다.


내가 제출했던 그림은 마켓에서 장을 보면 식료품을 담아주는 누런 종이봉투를 펼쳐 뒷면에 매직펜과 붓에 잉크를 찍어 그린 추상화였다. 자유, 평화, 죽음, 세 단어를 풀어 자음과 모음을 매직펜으로 나열해서 적고, 그 위에 좀 더 큰 자음과 모음을 잉크로 그려 넣었다.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일 전쟁이 톱뉴스로 보도되던 무렵이라 '자유, 평화, 죽음' 등의 단어가 내 머리를 맴돌았다.


상형문자 같기도 하고, 하여튼 미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디자인이라 뽑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제법 잘 그렸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3개 접수했다. 한 사람이 3개까지 응모할 수 있다. 속으로는 하나쯤은 선정이 되겠지 하는 안이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오늘 이-메일이 왔다. 내 작품은 뽑히지 않았다. 금년에는 398점의 작품이 접수되어 그중 65 편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경쟁률 6대 1이다.


막상 낙선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2년 전 운 좋게 뽑혔던 것이지 나는 아직 이런 공모전에 나갈 만한 실력은 아니지 싶다. 실력은 모자라는데 욕심이 앞서니 마음만 아프다.


2년 전 전시했던 작품이다.2년 전 전시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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