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25년 3월 16일
지난 토요일, 교우 M 씨에게서 카톡이 왔다. “영화 감상 어떠실지요?” 메시지 아래에는 영화 ‘The Last Supper’의 사진이 있다. 나는 모르고 있던 영화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집 근처 노스릿지몰 옆 AMC 극장에서 상영한다. 일요일 1:30분 상영은 25% 조조할인까지 해 준다.
사순시기에 예수님의 죽음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는 것도 뜻있는 일 같아, 구역 단톡방에 초대의 글을 올렸다. 다들 일이 있어 못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내와 둘이 가기로 했다.
주일 아침 미사 후, M 씨에게 함께 가자고 하니,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후유증이 있어 몸이 아프다고 한다. 여느 날처럼 구역 식구들과 맥다방에 가서 점심을 먹고 헤어져 집에 와 잠시 쉬었다가 아내와 둘이 극장에 가서 조조할인 없는 4:10분 것을 보았다.
이제껏 보아왔던 예수님에 대한 영화들과는 사뭇 달랐다. 예수의 생애를 다룬 영화에는 늘 빌라도 총독이 등장하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 못 박혀 죽음을 당하기까지 예수가 겪는 고통과 고뇌가 크게 부각되곤 하는데,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들은 나오지 않는다.
내용은 성경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영화는 오병이어의 기적으로부터 시작한다. 제자들 중에서는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 그리고 예수를 배반하는 가롯 유다가 많이 등장하며, 전반적으로 성서의 내용대로 진행된다. 특히 예수의 대사는 거의 전부 성경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말하고 있다. 유명한 배우는 없고, 스펙터클한 장면도 없다. 배우들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은 연기를 한다. 그래서 더 사실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잘 만든 성극을 본 느낌이다. 유다의 배반으로 로마병사들에게 붙들린 예수가 매를 맞고 피를 흘리며 고통을 받는 부분, 요한이 베드로에게 예수의 죽음을 전하며 그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 등에서 객석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함께 간 아내도 울었던 것 같다.
나는 신앙심이 부족한 탓인지, 큰 감동은 느끼지 못했다. 사순시기에 예수의 마지막 40일을 다시 보았고, 제자들이 겪었던 두려움과 갈등에 크게 공감했다는 정도의 소득은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왜 유대인들이 예수를 제거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의미도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