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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더 드림 호텔

책 이야기

by 고동운 Don Ko

컴퓨터와 인공지능(AI), 세상을 바꾸어 놓은 신기술이다. AI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 은밀한 침실의 일까지도 AI는 알고 있다. 온갖 정보를 편하게 이용하는 것만큼 나도 모르는 나의 정보도 사이버 세상에 나돌고 있다.


‘라일라 랄라미’의 신작 소설 ‘The Dream Hotel’에는 AI기반 범죄 예방 시스템이 등장한다. 개인의 경제활동으로 크레딧 점수를 계산하듯, 개인정보를 취합해서 위험 평가 점수를 계산하며 꿈도 모니터 한다. 알고리즘으로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고 점수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은 수용시설에 격리, 점수가 내려갈 때까지 보호 관찰해 범죄를 막고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야기 아닌가.


쌍둥이 자녀를 둔 주인공 ‘사라 후세인’은 게티 미술관의 직원이다. 런던 출장에서 돌아오던 그녀는 LA 공항에서 입국을 하려다 심사에서 문제가 생긴다. 추가 검사를 받게 된 그녀는 보안요원들에게 항의를 하는 과정에 밉게 보이며 위험 평가 점수가 올라가 드림 호텔로 보내진다. 그녀가 남편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심은 ‘드림세이버’라는 칩이 그녀의 꿈을 분석하고 그 자료를 드림 호텔을 운영하는 보안업체에 제공한 탓이다.


드림 호텔에 수용되는 사람들은 범죄자는 아니다. 아직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과거전력, 언행, 꿈 등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이유다. 드림 호텔에 수용되는 기간은 21일. 하지만 수용시설에서의 행동, 지속되는 꿈 모니터링에서 벌점이 나오면 그 기간은 연장된다. 사라의 수용기간도 계속 연장이 된다.


드림 호텔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운영하며, 수용된 사람들에게는 일이 주어진다. 시설을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고, 수감자들이 입고 사용하는 옷, 침대시트, 타월 등을 세탁하는 일도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계약 일에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어느 날 드림 호텔 근처까지 산불이 다가오자 수감자들을 다른 시설로 대피시킨다. 산불이 진화되어 다시 드림 호텔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노로바이러스가 수감자들 사이에 퍼지며 외부업체와 맺은 계약 일을 해야 하는 수감자들이 부족하게 된다.


사라는 드림 호텔이 작은 일에도 트집을 잡아 수감자들의 수용기간을 자꾸 연장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수감자들은 이들에게 돈은 벌어주는 도구였던 것이다. 사라는 파업으로 이들에게 타격을 입히고자 한다. 드림 호텔에는 모든 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 수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만, 지난 산불 대피 때 누군가 감시 카메라들을 망가트려 놓았다. 사라는 감시를 피해 수감자들에게 파업에 동조해 줄 것 요청하지만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이를 주저한다. 드림 호텔 측의 말을 듣지 않아 벌점이 올라가면 퇴소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말을 잘 들어도 외부 계약이 계속 들어오는 한 이들의 퇴소는 계속 늦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는 쉽게 퇴치되지 않아 환자가 늘어가고, 사라의 파업에 동조하는 이들이 10명가량으로 늘어나자, 어느 날 갑자기 호텔 측에서 사라의 비공식 청문회를 열어 그녀를 퇴소시킨다.


작가는 이 작품을 미국의 대선 전에 썼을 것이다. 즉,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작금에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행동이 연상되었다. 이민자들이 범죄를 일삼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세금을 축낸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다.


AI 세상, 편리하다고 무조건 좋아만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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