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누군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책’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독서’다. 내게 책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며, 독서는 시간여행이다.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힘든 세월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작은 만화였다. 어려서 나는 한동안 외가에서 살았다. 무료해하는 나에게 할머니가 길 건너 만화가게 주인과 계약(?)을 맺어 5원에 4-5권 만화를 매일 빌려다 주었다. 주말에는 아버지에게서 용돈을 받은 동생이 만화를 한 뭉치 들고 왔다. 아직 글 읽는 것이 서툴었던 동생은 곁에서 눈으로 만화책 속 그림을 보고, 글은 내가 읽어 주었다.
어느 해 생일에 아버지가 나와 동생에게 책을 선물해 주었다. 내게는 ‘로빈슨 크루소’와 ‘레미제라블’을, 동생에게는 ‘김유신’과 ‘삼총사’를 사 주었다. 이 4권을 다 읽고 난 후, 난 책이 열어주는 세상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게 독서는 여행이며 즐거움이다. 지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하지 않는다. 지식을 얻기 위한 책 읽기는 독서라 할 수 없다. 그건 공부다.
신간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오는 책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선택하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꼭 읽는다. 에세이와 소설, 그리고 관심 있는 인문학 계열의 책들이다. 인문학 책 중에서는 인류의 역사나 우주과학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루키’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같은 작가는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한때 내가 엄청 좋아했던 ‘존 그리샴’은 이제 창작의 샘이 마른 듯하다. 좋아하는 작가라 신간이 나오면 찾아보기는 하는데, 지난 몇 번은 중간에 책을 내려놓았다.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아무리 남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책도 재미가 없으면 덮는다. 인생은 짧고, 책은 많다. 재미없는 책에 매달려 시간낭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3권 정도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이건 언젠가 팟캐스트에서 배운 요령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나 (에세이의 경우) 또는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친해지게 되며 책이 끝난 후 이별의 아쉬움을 경험하게 된다. 감명 깊고 재미있는 책일수록 후유증은 크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 이런 이별의 아쉬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읽던 책이 끝날 무렵이면 그동안 새로 시작한 책에 빠져들게 되어 이별이 크게 아프지 않다. 연애로 치자면 바람둥이가 되는 셈이다. 바람둥이는 이별을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은 제한적이다. 책은 비록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의 삶을 내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책을 소유하는 재미도 있다. 영어책의 경우에는 킨들로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빌려 읽지만, 한글 책은 알라딘 중고책방을 이용한다. 먼저 읽은 사람이 남겨 놓은 밑줄이나 노트, 또는 쪽지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어떤 책에는 저자의 사인이나 ‘증정’이라는 도장이 찍여 있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증정받거나 저자에게서 사인받은 책을 중고책방에 내놓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는데, 언제가 책에서 보니 틀린 말이라고 했다. 시원한 가을은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했다. 독서는 더워를 피해 그늘에서, 장맛비를 비해 집에서 하는 것이 맞는 듯도 하다.